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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②] SK하이닉스, 협력사 지원 이유…생태계 구축이 곧 국력

SK하이닉스는 지난 7월 2차 협력사 CEO의 경영역량 향상과 국내 반도체 생태계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반도체 상생 CEO세미나’를 진행했다.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는 지난 7월 2차 협력사 CEO의 경영역량 향상과 국내 반도체 생태계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반도체 상생 CEO세미나’를 진행했다. (사진=SK하이닉스)

[디지털데일리 신현석기자] SK하이닉스는 최근 협력사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국내 장비·재료업체의 경쟁력을 높임으로써 장비·재료 국산화율을 높이고 원가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의미가 있다. 근본적으로는 협력사 지원을 통한 반도체 생태계 구축이 국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는 사업 철학을 바탕으로 한다.

SK하이닉스 협력업체 관계자는 “일각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고 본다. 문제는 반도체 장비 시장이다. 실제 돈은 장비 시장이 번다. 우리나라가 메모리 반도체 강국이지만 장비는 정작 일본, 미국 등 업체 것을 써서 해외 장비업체가 돈을 싹쓸이하고 있다. 남 좋은 일만 시켜주는 셈이다. 국내 장비 시장을 키워 국부를 키워야 한다”라고 말했다.

실제 세계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점유율은 무려 70%에 육박한다. 하지만 글로벌 상위 10개 장비업체 가운데 한국 기업은 전무하다. 국내 반도체 장비·원자재 업체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10% 수준이다. 세계 1, 2위 메모리반도체 기업을 보유했으나 정작 양산에 필요한 핵심 장비는 미국, 유럽, 일본 등 해외 업체에 의존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반도체 의존도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9월까지 누적 수출액 중 반도체 비중은 21%에 달했다. 올해 설비투자 계획에서도 반도체 비중은 18% 정도다. 올해 상반기 국내 상장사 전체의 영업이익률은 13%였는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약 8%로 떨어진다. 특히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 비중은 80% 정도다. 어떤 지표를 살펴봐도 대체로 이전보다 반도체 쏠림 현상이 짙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SK하이닉스의 협력사 상생 노력이 주목받는 이유다. SK하이닉스는 협력사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장기적 관점에서 생태계 육성 방안을 추진 중이다. 자사의 유무형 자산과 기술 노하우를 협력사와 함께 나누는 ‘공유인프라 포털’을 오픈해 상생·선순환 구조를 구축했다.

이 외 개발 제품의 최소 구매 물량 보장, 기술개발 자금 지원, 신입사원 직무교육 대행, 교육 프로그램 및 경영 컨설팅 지원 등 협력사 상생안이 다채롭다. 협력사 반응도 뜨겁다. 제조공정, 소자, 설계 등 7개 분야 123개 온라인 교육 과정을 무상으로 수강할 수 있는 반도체 아카데미 사이트는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아 7000회 이상 조회 수를 기록하는 등 높은 인기를 끌었다.

현재 메모리반도체 업계는 D램·낸드 가격 하락, 미·중 무역전쟁 및 인텔 CPU 공급 부족 등 대외적 불안 요소, 4차 산업혁명 수요, 중국 업체의 시장 진입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다. 메모리반도체에 쏠린 국내 반도체 산업도 문제로 거론되지만, 메모리반도체 영역에서 선두 자리를 유지해나갈 수 있을지도 확신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에 대한 심도 높은 고민과 대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실제 업계에선 기술 난도 및 투자비용 증가로 메모리반도체의 미세공정 전환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결국 SK하이닉스의 협력사 상생안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협력사 역량 향상과 생태계 구축을 통한 긴밀한 협업은 SK하이닉스 경쟁력은 물론, 국력과도 연계된다는 철학에 기반했다. SK하이닉스가 우리나라 반도체 생태계를 건강하게 육성하고 국가 경제 발전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신현석 기자>shs1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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