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가 빈손으로 종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협의회는 오는 22일 회의를 마지막으로 해산한다. 협의회는 대부분 안건에 대해 갈등만 확인했다. 완전자급제, 보편요금제, 기본료 폐지 등 갈등이 첨예한 사안을 단시간에 다룬 탓이다. 이에 따라 현재 존재하는 제도를 보완해 업계와 소비자 모두 납득할 수 있는 가계통신비 절감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19일 SK텔레콤과 KT에 따르면 3세대(3G) 요금제는 롱텀에볼루션(LTE)폰을 구입하면서 ▲신규가입 ▲기기변경 ▲번호이동을 할 수 없다. 통신사는 LTE폰은 LTE요금제로 3G폰은 3G요금제로 개통하도록 해뒀다.
이 부분만 해소해도 가계통신비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요금제 선택 폭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3G도 가입자가 줄어들어 인터넷 속도가 빨라졌다.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주로 쓴다면 3G로도 불편을 느끼지 않고 사용할 수 있다. 유선인터넷의 기가인터넷과 광랜과 비슷하다.
SK텔레콤과 KT는 “같은 세대 휴대폰과 같은 세대 요금제를 써야 최적의 품질을 제공할 수 있다”며 “상이한 세대 휴대폰과 요금제를 쓰면 일부 서비스가 제한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통신사 입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LTE폰은 LTE와 3G 겸용이다. 통화품질 보장과 해외 로밍을 위해서다. SK텔레콤과 KT는 LTE요금제 가입자라도 고객 선택에 따라 LTE뿐 아니라 3G로 음성통화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대부분 해외 통신사는 LTE 전국망을 갖추지 못했다. LTE가 없는 곳에선 3G로 통신을 한다. 2세대(2G) 이동통신 비동기식(GSM)으로 접속할 때도 있다. 3G 서비스를 제공치 않는 LG유플러스용 LTE폰도 마찬가지다.
통신사가 LTE폰의 3G 전용을 막은 이유는 세대 전환을 통해 가입자당평균매출액(ARPU)을 높이기 위해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12월 기준 SK텔레콤과 KT 3G 가입자를 각각 322만1722명과 2281만1337명으로 집계했다. SK텔레콤 가입자의 11.9% KT 가입자의 13.8%다. 알뜰폰(MVNO, 이동전화재판매) 3G 가입자는 515만8507명. 전체의 68.6%다.
휴대폰과 요금제 세대 구분을 풀면 자급제 활성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SK텔레콤과 KT는 이날 기준 공식 온라인마켓에서 1종의 3G폰도 재고가 없다. 가입자식별모듈(USIM, 유심)을 꽂을 수 있는 스마트폰이라면 SK텔레콤과 KT에서 사용하는데 문제가 없다. 제조사가 출시하는 자급제폰에 통신사 애플리케이션(앱) 사전 탑재도 제한해야 한다. 자급제폰 재고부담을 덜 수 있는 방안이다. 알뜰폰의 단말기 종류 부족까지 해결할 수 있다. 통신사도 가계통신비 절감 차원의 자급제에 찬성한 바 있다.
한편 정부는 협의회 결과와 관계없이 보편요금제 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통과할 경우 알뜰폰은 사실상 생존이 어렵다. 협의회에서 합의한 것은 어르신 추가 요금감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