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신현석기자] 분자진단 헬스케어 전문기업 랩지노믹스(대표 진승현) 주가가 1년 새 반토막이 난 채 지지부진하자 투자자들이 뿔났다. IR설명회에서 투자자들은 랩지노믹스의 최근 실적 악화와 향후 전망 등에 대해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 근래 IR설명회에서 보기 드문 성토의 현장이었다.
지난 22일 랩지노믹스는 여의도 한국거래소 별관에서 IR설명회를 열었다. 오전에 열렸기 때문인지 초반 분위기는 차분했으나 뒤로 갈수록 투자자들의 열띤 발언이 이어졌다. 특히 최근 주가 하락과 관련해 전환사채(CB) 발행이 뜨거운 이슈였다.
현재 랩지노믹스 주가는 작년 7월 1만9000원대에서 현재 7000원대 중반으로 떨어졌다. 무려 60% 가량 하락한 것이다. 8월 16일 장중 한때 7110원까지 떨어져 52주 신저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날 발표를 맡은 원용식 경영관리본부 이사는 최근 주가 하락에 대해 "실적이 좋았거나 좋은 계획을 시장에 제시했다면 지금처럼 안 좋지는 않았을 것이다. 책임을 통감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실적에 대해서도 주주분들께 많이 죄송한 마음”이라며 “손실액 규모도 늘어났기 때문에 이 자리를 빌려 죄송하다는 말씀 드리겠다. 빠른 시일 안에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2분기 랩지노믹스의 별도기준 매출액,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은 각각 60억원, -7억원, -6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4억원 줄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전년 흑자(각각 6600만원, 2억 6700만원)에서 올해 적자로 전환했다.
이 회사 원용식 이사는 영업이익이 악화된 이유를 연구개발비의 상각비, 해외 마케팅 비용, 인건비 등의 증가로 설명했다. 그는 “수익성 제고 차원에서 기존 거래처를 정비하고, 앞으론 좀 더 우량한 곳과 협상하는 등 좀 더 다양한 채널을 확보해나갈 것”이라며 “3, 4분기에 매출이 얼마가 될 것이라는 말씀은 못 드려도, 향후 매출 상승폭을 높여 3분기 영업이익 흑자 전환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라고 말했다. 랩지노믹스는 올해 손실폭 최소화와 300억원대 매출 실현을 목표로 삼고 있다.
2002년 설립된랩지노믹스는 체외진단 서비스와 제품을 공급하는 업체다. 2014년 12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진단서비스, 체외진단(IVD) 제품 제조와 NGS(차세대염기서열분석) 진단 서비스를 제공하며 유전자 분석 기술을 통해 DNA칩, 바이오센서, POCT, 진단 키트 등 다양한 제품을 개발 중이다.
◆ 1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 발행해 얻은 자금은 사내 유보 중? = 투자자들은 최근 주가 악화의 원인이었던 전환사채(CB) '리픽싱(주가 변동에 따른 전환가액 조정)' 문제에 대해서 날선 질문을 쏟아냈다.
한 투자자는 “주가가 사상 최저가 수준인데 CB 발행해가면서 리픽션 해가지고 큰 돈 벌 수 있다고 신문에 크게 선전해가면서 투자자 모집했다”며 “그 동안 회사는 주주를 위해 한 일이 뭐가 있나”라고 따졌다.
작년 12월 랩지노믹스는 100억원 규모의 제2회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이후 올해 들어 총 6차례 전환가액 조정이 이뤄졌다. 이에 따라 매번 전환가능 주식수는 늘어나고, 전환가액은 내려갔다. 발행 당시 전환가능 주식 수와 전환가액은 각각 89만6700주, 1만1152원이었으나 현재는 126만4542주, 7908원이 됐다.
주가 하락 및 CB 리픽싱에 대해 원용식 이사는 “CB를 인수한 측과 우리는 관계가 없다. 그들도 자산 운용사다. 그분들의 입지에 대해서는 저희도 상당히 다양한 검증의 과정을 거쳤다”며 “CB를 인수한 자산운용사 중 한 곳의 인터뷰가 기사화되는 과정에서 리픽싱 내용이 마치 저희 입장을 대표하는 것처럼 돼 많이 우려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랩지노믹스가 발행한 2차 CB를 사들인 자산운용사는 씨스퀘어자산운용, 무림캐피탈, 라이노스자산운용이다. 이들의 매입금액은 각각 50억원, 30억원, 20억원이었다. 이 중 씨스퀘어자산운용의 최종혁 대표는 올해 3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랩지노믹스 등 18개 종목의 CB 등에 투자했으며 향후 수익률에 자신이 있다고 피력한 바 있다.
다만, 원 이사는 “주가가 내려가도 리픽싱 임팩트를 크게 하기 위해 이 상황을 버티겠다는 의도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랩지노믹스가 CB 발행을 통해 조달한 100억원의 자금은 어디에 쓰였을까. 원 이사는 “100억원 중 10억원을 현재 사업 협력을 하고 있는 마케팅 제휴 회사에 투자했다”라며 “나머지 자금은 사내 유보돼 있다. 제품 연구 자금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랩지노믹스는 연간 연구개발비를 30~40억원 가량 사용한다.
뚜렷한 사용처가 없다는 말로 들린다. 이에 대해 원 이사는 “CB 발행 당시 준비하던 해외 진출 사업이 있었지만 현재는 유야무야됐다”며 “그 사업 자금 마련을 위해 미리 작년 발행을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투자자는 “기존 주주를 위해 사측이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는 등의 의지를 보여야 한다”며 “최근 리픽싱은 짜고 한다는 얘기가 많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원 이사는 “과거 자사주를 매입했지만 주가 부양 효과를 크게 높이지 못했던 안 좋은 학습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 향후 사업 분야 및 해외 진출 확대 = 이날 랩지노믹스는 최신 NGS 기술을 바탕으로 향후 진단서비스 영역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축적해온 기술과 노하우, 임상데이터를 바탕으로 질명의 조기진단, 예방의학, 개인 맞춤 의학을 실현해 질 높은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해외 진출을 통해 글로벌 헬스케어 전문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랩지노믹스의 사업 영역은 진단서비스, 진단제품, R&D, 진단장비 등 크게 4가지로 분류된다. 총매출에서 80%를 차지하는 진단서비스 부문은 PGS(개인 유전자 분석), NGS 기반 진단 시스템 사업을 다룬다. 최근에는 NGS기술에 더 집중하고 있다. 진단제품 부문은 PCR 키트 등의 제품을 다룬다. 이 부문 제품은 해외 진출을 위한 아이템이다. 진단 장비 부문은 휴대용 PCR인 ‘my PCR’ 등 장비 사업을 맡았다. 이 제품은 동남아 등 열악한 환경에서 보다 유용한 제품이다. R&D 부문은 주로 대학병원을 대상으로 NGS 서비스를 공급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랩지노믹스의 NGS 기반의 제품 라인업은 5가지가 있다. 비침습 기형아 선별 검사인 ‘맘가드(MomGuard)’와, 신생아 발달장애 관련 염색체 이상 질환 선별검사인 ‘앙팡가드(EnfantGuard)’, 소아발달 장애 관련 염색체 이상 질환 선별 검사 ‘노벨가드(NobelGuard)’, 차세대 암 치료 진단 검사 ‘캔서스캔(CancerSCAN)’, 유전성 암 예측 유전자 검사 '캔서포캐스트(Cancer4Cast)' 다.
이날 랩지노믹스는 특히 캔서스캔을 강조했다. 원 이사는 “암환자에게 잘 맞는 표적항암제를 도와주는 검사”라며 “대략 연간 20만명 정도의 고형암 환자가 발생하는데 그 중 절반 가량이 치료를 받는다고 보면 관련 국내 시장은 수백~수천억원 규모로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국내 영업을 강화하기 위해 올 상반기 가천대 길병원, I대 병원과 캔서스캔 수탁계약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외로는 이란, 터키, 칠레, 이탈리아 등 지역에서 거래처를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진 내수 시장 매출이 주를 이루며, 해외 수출은 걸음마 단계다. 원 이사에 따르면, 해외 매출 비중은 1% 내외 수준에 불과하다.
랩지노믹스는 오는 10월 진단 서비스 부문에서 ‘HemaScan’과 ‘BrainTumorScan’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이어 액체생검(Liquid Biopsy) 연구 개발을 진행함은 물론, 다양한 NGS Kit 개발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국내사업으로는 캔서스캔의 수탁 영업을 강화하고, 영업 네트워크를 정비해 수익성을 제고한다는 전략이다.
랩지노믹스는 지난 7월 공급 계약을 체결한 스페인의 롱우드(Longwood)사와, 8월 계약 체결한 터키의 메드산텍(Medsantek)사를 통해 이미 유럽 지역 판매를 위한 기반을 다져놓았다. 8월 국내 유전체 분석 기업인 셀레믹스(대표 김효기)와의 제휴를 통해 중국 진단시장에 진출할 계획도 짜놨다. 인도네시아 및 동남아 지역을 통한 독립진단실험실(ICL) 사업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