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신현석기자] 소프트웨어 유통기업인 포비스티앤씨(대표 이혁수 남궁정)의 주가가 심상치 않다. 올해 들어 반토막이 났다. 총판 기업의 한계일까. 아니면 최근 보여진 잦은 대표 교체 등에 따른 불안정한 행보가 악재로 작용한 때문일까.
올해 2월 3000원을 넘나들던 포비스티앤씨 주가는 이후 하락세로 접어들며 8월 들어 올 초 대비 50% 가량 하락했다. 추세로 볼 때, 1000원 미만의 저가 주식을 뜻하는 ‘동전주’로 전락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8월 16일 종가는 1540원이다.
최근 주가 하락에 대해 포비스티앤씨 IR관계자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며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포비스티앤씨 주가는 한때 테마주로 잠깐 주목을 받은적이 있다 .대선 전이던 올해 2월 17일, 포비스티앤씨의 사외이사인 서갑원 전 민주당 원내수석 부대표가 안희정 캠프에 합류하자 전일 대비 10.77% 뛴 329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효과는 오래가지 않았다.
회사관계자는 “회사 실적이나 영업에서 하향세를 그리는 것도 아니고, 기존 영위하던 비즈니스도 계속 잘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표되지 않은 악재가 내재돼 있는 것도 아니며, 현재로서는 악재도 없고 호재도 없는 상황”이라고 반복했다.
14일 발표된 올해 2분기 실적에 따르면, 매출,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은 각각 318억원, 15억원, 14억원이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0억원 가량 하락했으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대략 1억원 정도씩 소폭 줄었다. 전년 동기 대비 순이익이 하락하고 부채비율이 아주 약간 늘어난 것은 사실이나, 관계자의 말처럼 경영지표상으로 큰 문제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변화가 없던 것은 아니다. 코스닥시장본부의 포비스티앤씨에 대한 평가가 달라졌다. 올해 5월 2일 포비스티앤씨의 코스닥 소속이 기존 우량기업부에서 중견기업부로 변경된 것.
한국거래소는 코스닥 상장법인의 규모와 경영성과 등을 따져 우량기업부, 벤처기업부, 중견기업부, 신성장기업부의 4개 소속부로 분류한다. 우량기업부는 자기자본 700억 이상 또는 시가총액 최근 6개월 평균 1000억원 이상 등 까다로운 요건을 충족해야 입성이 가능하다.
포비스티앤씨는 작년 5월 2일 우량 정기요건을 충족해 중견기업부에서 우량기업부로 승격된 바 있다. 우량기업부 소속이 된 지 1년 만에 강등된 것이다. 특정 요건이 없는 중견기업부보다 정기조사를 통해 특정요건을 갖춰야만 승격이 되는 벤처기업부와 우량기업부가 더 상위그룹으로 평가받는다.
포비스티앤씨는 1975년 9월 삼미그룹 전산실로 발족했으며, 1993년 4월 코스닥시장에 상장됐다. 주요 사업은 국내 교육용 소프트웨어부문과 국내 기업용 소프트웨어 부문으로 구분되며, 주로 글로벌사 제품의 국내 총판 사업을 영위한다.
◆ 남궁견 회장의 ‘인수 후 상장폐지 수순’ 또 반복되나? = 포스비티앤씨의 최대주주는 코스피 상장사인 미래아이앤지(대표 김학수)이다. 이 회사는 포비스티앤씨의 주식을 659만5289주(지분율 16.46%) 가지고 있다.
또 미래아이앤지의 최대주주는 코스피상장사인 엔케이물산(구 고려포리머, 대표 김성곤)으로 지분율은 21.46%다. 포비스티앤씨는 엔케이물산 주식 536만4415주(지분율 7.92%)를 가지고 있다. 즉, 종합하면 엔케이물산 → 미래아이엔지 → 포비스티엔씨 → 엔케이물산의 지분 구조로 연결돼 있다.
엔케이물산의 최대주주는 비상장사인 하나모두(대표 남궁정)로, 엔케이물산 주식 수를 572만6005주(지분율 8.46%)보유하고 있다. 특수관계인을 포함하면 1766만7556주(지분율 26.09%)다. 남궁견 엔케이물산 회장은 엔케이물산 주식 105만8391주 (1.56%)를 보유하고 있다. 남궁정 대표는 하나모두 지분 12%를 소유하고 있다.
하나모두는 2003년 6월 30일 설립됐으며, 비상장사다. 음식점업 등을 주요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다. 김종순 씨가 하나모두의 최대주주로 지분율은 35%다. 남궁정 대표는 남궁견 엔케이물산 회장의 아들이며, 김종순 씨는 남궁견 회장의 특수관계인으로 분류된다.
결국 남궁견 회장이 아들 등 특수관계인을 통해 포비스티앤씨와 관련된 기업을 지배하고 있는 셈이다. 지분 뿐 아니라, 이들 부자는 관련 기업의 회장과 대표직도 맡고 있다. 남궁견 회장은 하나모두와 엔케이물산의 회장직을, 남궁견 회장의 아들인 남궁정 대표는 하나모두와 포비스티앤씨의 대표직을 겸임하고 있다.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남궁견 회장이 '마이더스의 손' 혹은 ‘기업사냥꾼’ 등의 이름으로 코스닥 M&A(인수합병) 시장에서 유명세를 떨친 인물이라는 점이다.
남 회장은 존폐 위기를 겪는 기업을 헐값에 인수한 뒤 구조조정 등 과정을 거쳐 되파는 방식으로 이익을 남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 회장의 손을 거쳤던 세종로봇, 에이치원바이오, 디에이치패션, 에스비엠 등 기업은 감자 및 유상증자 등의 단계를 거쳐 상장 폐지됐다.
투자자 일각에선 남 회장이 더 이상의 손해를 불사하진 못할 것이란 관측이 나옴과 동시에, 흥미롭게도 주가가 일시적으로 폭등할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기대심리도 나타나고 있다. M&A 전문가의 인수를 통해 투자자들이 주가 불안과 기대감을 동시에 갖게 된 것이다.
한편, 엔케이물산은 합성수지를 원료로 방사, 제직, 봉제 과정을 거쳐 제조된 유연성 산업용 포장재(FIBC)의 판매 사업과 자원개발사업 등이 주요사업이다. 미래아이앤지는 솔루션방산보안사업 및 바이오사업을 주요 사업이며, 신규사업으로 드라마 제작사업에도 진출했다.
◆ 잦은 대표 교체와 전환사채‧유상증자 단계 밟아 = 작년 5월까지 허한범 1인 대표 체제였던 포비스티앤씨는 5월 17일 허한범, 이혁수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이어 한달 뒤인 6월 22일 김학수, 이혁수 각자 대표 체제로 다시 변경됐다. 그러다 7월 15일 남궁정, 이혁수 각자 대표 체제로 다시 바뀌었다.
작년 5월 11일 당시 포비스티앤씨의 최대주주였던 허한범 대표는 약 239억원 규모의 주식양수도 계약을 체결하고 보유주식 중 592만8623주를 미래아이앤지에 계좌대체로 장외매도했다. 이를 통해 변경 전 최대주주였던 허한범 전 대표의 지분율은 24.46%에서 2.51%로 줄고, 미래아이앤지 지분율은 14.93%로 올라 최대주주가 됐다.
허한범 전대표가 물러난 이후, 2016년 7월 포비스티앤씨는 교육콘텐츠 개발과 판매를 영위하던 지니키즈의 주식 3만8169주 전량을 매각함으로써 교육콘텐츠 사업부문을 중단했다. 이어 2016년 8월 19일 포비스티앤씨는 최대주주인 미래아이앤지에 30억원 규모의 무기명식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전환 청구기간은 2017년 8월 19일부터 2019년 7월 18일까지다.
또한 포비스티앤씨는 2016년 11월 17일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보통주 36만4596주를 발행해 약 9억9899만원의 자금을 마련했다. 신주권 교부와 상장은 2016년 12월 초에 이뤄졌다.
남궁견 회장의 지난 기업 인수 사례를 살펴보면, 상장폐지 전 감자와 유상증자 등 일련의 단계가 이행됨을 알 수 있다. 감자 및 증자를 통해 기업의 부실을 털어내고 사업력을 확보하는 단계가 요구되는 것이다. 포비스티앤씨의 인수 과정도 이전 수순의 반복이라는 지적과 함께, 상장폐지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편,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포비스티앤씨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 중 배우 이정재 씨와 골프선수 안성현 씨가 눈에 띈다. 당시 배우 이정재 씨는 미래아이앤지 화장품 사업의 전속모델로 발탁돼 활동을 막 시작하던 참이었다. 포비스티앤씨 관계자는 “(이들 모두) 법적인 특수관계인은 아니다”라며 “모두 투자에 관심이 있으셨던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총판 사업의 한계?...“신사업 준비 계획 없다” = 포비스티앤씨는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의 국내 총판업체로 알려졌다. 포비스티앤씨는 MS로부터 국내 교육용 총판권을 획득해 교육청과 대학교 등 교육기관을 대상으로 윈도(Windows), 오피스(Office)와 같은 소프트웨어와 서버 등을 공급한다. 주요 종속회사인 다모아를 통해선 전국 중소기업과 일반 병원, 치과 등 대학병원을 제외한 모든 병원에 MS 제품을 공급한다.
최근 반기보고서를 통해, 포비스티앤씨는 향후 MS클라우드 서비스를 기반으로 다양한 제품 및 솔루션을 접목하고 클라우드 플랫폼 기반의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공시했다. 이를 통해 IoT(사물인터넷) 관련 사업의 시스템 플랫폼을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다만 포비스티앤씨 관계자에 향후 신사업 등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와 새로 출시될 제품이 있는지에 대해 묻자 “아직 구체화돼 있는 것이 없다”며 “경영진이 계속 검토 중이라 그 과정에서 갑자기 (새로운 사업 및 계획 등이) 급물살을 탈 수도 있겠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신현석 기자>shs1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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