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엘 스마트 글러브, 내달 미국 B2C 시장서 베타 테스트
-“인공지능 핵심은 데이터, 미국서 자유롭게 얻겠다”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그 어느 때보다 ‘인공지능(AI)’을 향한 관심이 뜨겁다. 이세돌 9단을 상대로 연일 승리를 거두고 있는 구글 ‘알파고’ 때문이다. 이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미약한 국내 AI산업 속에서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헬스케어 시장에 뛰어든 스타트업이 있어 주목된다.
그 주인공은 재활 솔루션 ‘라파엘 스마트 글러브’를 개발한 ‘네오펙트’다. 이 기업은 신경계·근골격계 환자들이 가벼운 재활 글러브를 착용한 상태에서 게임을 통해 쉽게 재활훈련을 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을 탑재한 솔루션을 만들었다.
반호영 네오펙트 대표는 지난 10일 <디지털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치료사가 옆에 없는 상황에서도 환자 맞춤형으로 게임 강도를 조정해 재활 훈련을 시키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적용했다”며 “국내에서는 병원에 이 제품을 공급하고 있지만, 개인용(B2C) 모델을 개발해 내달부터 미국시장에서 베타테스트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 하반기에는 화상통화로 원격진료를 받을 수 있는 모델도 미국에서 선보인다. 또, 클라우드를 통해 의사와 연결되고 재활훈련 데이터가 의료진에게 공유되는 방식도 도입될 예정이다.
라파엘 스마트 글러브는 2014년 미국 FDA 승인을 받았고, 네오펙트는 지난해 10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지사를 설립했다. 미국지사를 통해 헬스케어 시장에 본격 뛰어들겠다는 것이다.
왜 네오펙트는 이러한 서비스를 국내가 아닌 미국에서 먼저 출시하기로 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이 같은 솔루션은 축적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공지능을 사용하기 때문에, 국내에서 서비스 확장 때 의료법에 저촉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반 대표는 “데이터가 많이 쌓여야 인공지능이 제대로 작동되는데, 국내에서는 의료정보 문제가 예민하기 때문에 미국에 가서 더 많은 데이터를 얻으려 한다”며 “미국에서는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와 의료 데이터로 사용할 수 있는 비식별 정보가 명확히 구분돼 있어 한국보다 자유롭게 연구하고 서비스를 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등에서는 연령과 성별, 질병 및 상태만으로 개인을 확인할 수 없다고 판단해 암호화된 비식별 의료정보를 연구 데이터로 사용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단, 개인을 인식할 수 있는 이름·주민번호·거주지 등은 이용할 수 없다.
이러한 비식별 의료 데이터가 쌓일수록 환자들에게 더 정확한 진단 및 재활 훈련 방법을 제시할 수 있게 된다. IBM의 인공지능 컴퓨터 ‘왓슨’은 방대한 데이터를 통해 헬스케어 서비스에 진출한 대표 사례다. 왓슨은 축적된 의료정보를 기반으로 환자에게 가장 적절한 진단과 처방을 제안한다.
라파엘 솔루션의 경우, 과거 훈련 데이터와 환자가 직접 입력한 수치 등을 통해 게임을 하며 재활을 돕는다. 환자가 어떤 재활 게임을 잘 못하면 난이도를 스스로 낮추고, 게임에 익숙해지면 강도를 높이는 등 최적화된 훈련을 맞춤형으로 제공한다. 더 정확한 훈련을 제시하기 위해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할 수밖에 없어 결국 해외를 먼저 공략하기로 한 것이다.
오영민 네오펙트 수석연구원은 “기본적으로 많은 데이터를 얻으면 인공지능으로 하여금 어떤 질환을 가진 환자가 어떤 훈련을 받았을 때 효과가 있는지 알 수 있다”며 “의학분야에서 인공지능에 대한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이어 “알파고가 수많은 기보를 통해 훈련했듯 우리도 환자들을 통한 훈련을 진행해 의료진들이 더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는 것”이라며 “잘 통제하고 활용한다면 의료진들의 가장 똑똑한 비서가 될 것”이라고 말을 보탰다.
현재 네오펙트는 국내 병원들과 협력해 의료법에 맞는 서비스만을 내놓고 있다. 개인정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국내법을 준수하되, 해외에서 좀 더 자유롭게 데이터를 수집하고 활용하겠다는 복안이다.
반 대표는 “특정분야에 특화된 인공지능이 중요한 차별화 포인트인데, 이를 활용하면 국내 중소기업도 충분히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며 “인공지능은 데이터와 반드시 연결돼 있고 서비스와 디바이스, 소프트웨어도 모두 갖춰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이 중에서도 데이터가 없다면 인공지능을 발전시키기 어렵다”며 “국내 헬스케어 진입 장벽이 높은 상황인데, 연구로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를 구분하는 가이드라인이 제시된다면 국내에서도 좋은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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