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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슬슬 무섭다’ …알파고, 두 번째 대결서도 불계승

디지털데일리 발행일 2016-03-10 17:49:08
이대호

- 이 9단, 기존 스타일 버리고 ‘안정적 운영’했으나 결국 패배
- 유창혁 9단 “알파고, 이상하게 두다가 어느새 쫒아와”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이세돌 9단이 사상 최대 호적수를 만났다.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가 10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두 번째 대국도 승수를 챙겼다. 첫날 패배로 단단히 벼르고 두 번째 대국에 임한 이 9단이었다.

이 9단은 상대가 강하면 강할수록 치열하게 부딪히던 기존의 바둑 스타일을 버리고 철저하게 ‘안정적인 집바둑’으로 맞섰다. 그럼에도 알파고에 두 번째 판을 내줬다. 그야말로 뼈아픈 패배다.

지난 9일, 이 9단은 첫 대국에서 빨리 승부를 내려는 듯 조급해 보였던 것과는 반대로 이날은 처음부터 ‘안정적’으로 두기 시작했다. 해설을 맡은 유창혁 9단은 “어제와 정반대의 바둑”이라며 “어제는 과한 수들이 나왔다면 오늘은 반대로 과감하게 둬야 하는 장면에서 안정적으로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9단이 대국 초반부를 훌쩍 넘겨서도 조심스런 행마를 이어가자, 유 9단은 “너무 신중하다”며 “독이 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이 9단이 과하다 싶을 정도로 안정적인 바둑을 두게 된 것은 첫 대국에서 실험적인 수(흑 7수)가 주요 패인이 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유 9단은 “좋은 수라기보다 변칙적인 수였은데 알파고가 좀 약하지 않을까 잘못된 판단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대국은 이 9단의 평소 바둑 스타일과도 반대였다. 유 9단은 “이 9단은 이기고 있어도 더 강하게 두는 스타일이다. 오늘은 두텁게 안정적으로 바둑을 두고 있다”면서 “아직은 알파고를 상대로 어떤 바둑을 둬야 할지 확신을 갖고 있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 9단과 알파고는 대국 후반에 이르기까지, 승부처를 놓고 여러 차례 다퉜다. 이때마다 유 9단은 “부분 부분 전투에 강하다”, “수읽기도 좋고 결단력이 대단하다”며 알파고의 기력을 추켜세웠다.

이 9단의 장고가 이어지면서 4시42분에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때 알파고는 20여분을 남겨뒀다. 유 9단은 “만만치 않게 잘 둔다”며 “알파고는 이상한 수를 두다가 보면 쫒아와 있다. 균형 감각이 뛰어나다”고 대치 상황을 전달했다.

오후 4시52분, 이 9단이 마지막 초읽기에 들어갔다. 1분 안에 두지 못하면 시간패를 당한다. 이때 이 9단은 59초 즈음 아슬아슬하게 수를 두는 상황을 연출했다. 쉽지 않은 국면에 봉착한 것이다. 알파고는 15분 정도를 남겨둔 상태였다.

오후 5시를 넘기면서 알파고가 역전이 가능한 상황까지 왔다. 이 9단은 안정적인 행마로 ‘좋은 형세’를 유지해왔지만 유 9단의 말대로 어느새 알파고가 쫒아온 것이다. 유 9단은 “끝내기만 남았다.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며 패색이 짙어진 이 9단의 상황을 전했다.

5시26분, 결국 승부가 갈렸다. 알파고가 211수만에 불계승을 거뒀다. 유 9단은 “오늘 알파고가 이 9단보다 훨씬 더 강한 모습을 보였다”며 “이 9단이 과감하게 둘 수 있는 장면이 많았는데 안정적으로 갔다. 그것이 패인인 거 같다”고 평가했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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