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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은 기세 싸움…‘이세돌 vs 알파고’ 첫날 승부에 주목

이세돌 9단과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왼쪽)가 8일 미디어 간담회에서 파이팅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세돌 9단과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왼쪽)가 8일 미디어 간담회에서 파이팅 포즈를 취하고 있다.

- 9일 첫 대국…10일·12일·13일·15일 등 총 다섯 번 승부 이어져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바둑을 두고 흔히 ‘기세 싸움’이라고 말한다. 반상 위의 수 싸움만큼 맞은편 상대방의 기운을 읽고 고도의 심리전을 벌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세돌 9단과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대결에선 이러한 기세 싸움이 불가능하다. 대국 중 이세돌 9단 맞은편엔 손이 없는 알파고 대신 돌을 놓는 구글 딥마인드의 리드 프로그래머 아자 황(아마 6단)이 있을 뿐이다.

이를 두고 이세돌 9단은 지난 8일 구글 간담회에서 “혼자 두는 느낌이 들 수 있다”고 말했다. 철저하게 수 싸움으로 붙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 9단은 알파고와의 수 싸움에선 여러 미디어를 통해 자신감을 내비쳤다. 지난달 22일 한국기원에서 열린 구글 간담회에서 그는 “5대0이나 4대1 이런 정도로 (승부를) 예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4대1보다는 5대0에 무게를 둔 발언이었다.

그런데 8일 간담회에서 이 9단의 태도 변화가 감지됐다. “5대0까지는 아닐 것 같다”고 말한 것이다. 그 순간 간담회장에서 실소가 들렸다. 그동안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이다 갑자기 태도가 변한 까닭이다. 이 9단이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9단의 말을 곱씹어보면 자신이 알파고에 크게 이겨도 4대1 승부를 예상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는 3대2도 될 수 있다는 말이다. 5대0 전승을 예상했던 기존 입장에서 한발이 아닌 두발 정도 물러난 태도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이 9단은 이 같은 심경 변화를 묻는 질문에 “아직은 인간의 직관을 인공지능이 따라오기 힘들지 않나라고 봤는데 (구글이 발표한) 알파고의 알고리듬을 보면서 직관을 어느 정도 모방했다고 생각했다”며 “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알파고와 실력이) 크게 차이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답했다.

이어서 그는 “알파고가 생각(돌을 놓는 경우의 수)의 폭을 줄여 10만수를 본다고 하니 그랬을 땐 위험할 수 있겠다 생각했다”고 속내를 밝혔다.

그러나 이 9단은 알파고와 첫날 승부에 대해선 “첫판을 진다고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다”며 여전한 자신감을 보였다. 다섯 판 중 적어도 한판은 내줄 수 있다고 예상하면서도 첫날 승리만큼은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9단의 이 같은 발언의 배경엔 첫날 맞상대할 알파고가 기력이 가장 약하다고 본 것이라 추측이 가능하다. 여러 인공지능 전문가들도 알파고가 이 9단과 대국을 거치면서 점점 강해질 것이라 예상했다.

판후이 2단과 구글 알파고 대국 당시 모습
판후이 2단과 구글 알파고 대국 당시 모습
그러나 알파고 개발을 주도한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이러한 세간의 예상을 뒤집었다. 이 9단과 대국 한판으론 알파고 자가학습이 가능할 만큼 데이터가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하사비스 CEO는 알파고 자가학습과 관련해 “수천 개의 데이터가 있어야 새로운 것을 학습할 수 있다”며 “경기가 끝난 후 그날 저녁마다 (다음 대국을 위해) 프로그래밍을 다시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대국 첫날인 9일과 마지막 날 15일의 알파고는 프로그램 버전이 같다고 볼 수 있다. 알파고가 이 9단과의 대국를 거치면서 그사이 수 싸움이 더 강해지는 등 기력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이는 이 9단 입장에서 안심이 될 만한 발언이기도 하면서 뒤집어 보면 오히려 배수진을 치고 승부에 임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일 수 있다.

알파고가 이긴다면 대국 전에 이미 바둑의 인류 최고수로 통하는 이 9단을 기력으로 뛰어넘었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인간만이 가능할 것이란 ‘직관’의 영역마저도 인공지능의 ‘수 싸움’ 앞에서 아무 소용이 없었다고 볼 수 있다.

이 9단과 알파고의 대결에선 9일 오후 1시부터 예정된 첫날 승부가 중요하다. 이 9단의 승리를 점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지만 이 9단 스스로가 태도 변화를 보였다.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 9단이 패한다면 그 여파가 엄청날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승패와 함께 경기 내용도 중요하다. 결과적으로 이 9단이 승리했어도 알파고가 국지전에서 여러 차례 이기는 모습을 보인다면 조만간 인공지능이 바둑에서도 인간을 앞서리라는 예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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