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상기·김시녀, 삼성 직업병 조정권고안 거부
[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반올림에 속한 황상기, 김시녀씨가 조정위원회의 삼성전자 직업병 중재 권고안을 거부했다. 이는 ‘환영한다’는 기존 반올림 측 의견과는 반대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반올림 내부에 불화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반올림 측 협상 당사자 2명이 거부 의사를 밝힌 만큼 추가 조정 자체가 어렵게 됐다는 평가다.
8일 황상기씨는 반올림 홈페이지에 ‘거부합니다’라는 글을 게재했다. 황씨는 “황상기, 김시녀는 7월 23일 조정위원회에서 낸 보상권고안을 거부한다”며 “피해자 마음을 담지 못 한 조정안은 아무런 의미가 없고, 삼성은 피해자 노동력 상실분을 충분히 반영한 협상안을 마련해 피해자와 직접 대화에 임하기 바란다”고 썼다. 황씨는 디지털데일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추가적인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다만 “반올림은 피해자의 대리인 역할일 뿐”이라고 말했다.
황씨가 그간 함께해왔던 반올림 의견에 반대 의사를 표시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반올림은 ‘활동가’라 부르는 이들(산업보건의 공유정옥, 변호사 임자운, 노무사 이종란, 사무보조 권영은)과 이해당사자 2명(황상기, 김시녀)으로 구성돼 있다. 반올림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인사는 “반올림 활동가와 당사자간 의견 차이가 심해 이 같은 결과로 나타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개된 게시판에 반올림 의견에 반대되는 글을 올렸다는 것은 갈등이 곪을 대로 곪아 표출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앞서 반올림에서 활동하던 6명의 이해당사자(송창호, 이선원, 김은경, 정희수, 유영종, 정애정)도 비슷한 과정을 겪은 뒤 삼성직업병가족대책위원회를 꾸려 삼성전자와 직접 협상을 하고 있다.
반올림 내부의 의견 충돌은 향후 직업병 협상에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우선 당사자 2명이 거부 의사를 밝힌 만큼 반올림도 더 이상 조정 권고안에 찬성할 수 없게 됐다. 앞서 삼성직업병가족대책위는 이달 중 후속 조정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는 조정위원회의 발표를 듣곤 “이의가 있다는 우리 입장을 전달한 바 있고, 회사와 일부 의견 일치(신속한 보상)를 봤는데 추가 조정을 한다고 ‘완전한 합의’를 이룰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추가조정에 회의적 반응을 내놓은 것이다. 가족대책위 관계자는 “다음 주 중 가족들과 모여 추가 조정을 받을지 말지를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히며 “결국 당사자 의견이 가장 중요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번 일로 황상기, 김시녀씨가 반올림과 결별하고 독자 협상에 나설 지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이럴 경우 반올림은 ‘대표성’을 잃게 돼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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