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삼성전자와 삼성직업병가족대책위, 반올림은 16일 오후 법무법인 지평 사무실에서 조정위원회 주재로 직업병 협상 2차 조정을 가졌다. 각 측은 조정위원장인 김지형 지평 변호사(전 대법관)의 제안에 따라 지난 9일 조정위에 사과와 보상, 재발방지 대책이 포함된 안을 제출했다. 이날 지평 사무실에 모인 삼성전자, 대책위, 반올림은 공개된 자리에서 각자의 안을 발표했다. 김지형 변호사는 “조정 의제가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안인 만큼 소통하고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해 전체 절차를 공개적으로 진행한다”며 “취재진은 오늘의 발표나 질의를 여과없이 청취해 취지를 확인하고 그것을 우리 사회에 제대로 전달해달라”고 말했다. 조정은 5시간이 넘게 진행됐다. 이날 각 측의 발언을 글로 옮긴다.
조정위원장 김지형 변호사
오늘 조정은 일종의 청문 절차다. 각 측의 얘기를 들어보겠다는 것이다. 교섭 당자사 분들의 조정 의지를 조정위원회가 충분히 경청해야 되겠다 싶어서 마련했다. 소통과 공유의 자리다. 저희는 이런 청문 절차를 통해 여러분들이 가지고 계신 제안 내용을 보다 분명하고 명확하게 각인하려 한다. 당사자분들께서 이미 서면으로 제안서를 보내주셨다만 그 내용 중 의미가 명확하지 않거나 의문이 있다면 이런 부분을 추가적으로 보충해서 여쭤보는 시간도 가질거다. 이런 절차를 통해 각자 제안한 내용 중 교집합을 찾고, 또 입장 차이가 있는 부분을 분명하게 가려보려 한다. 입장 차이가 있다면 차이가 어느 정도인지도 명확하게 확인해서 정리하겠다. 조정위는 이런 과정을 거쳐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권고안을 마련할 것이다. 여러분들의 제안 내용을 기초로 삼을 것이다.
오늘 조정은 말한대로 절차 전체를 공개해서 진행할 예정이다. 아시다시피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제다. 이를 다루는 과정에서 우리가 사회와 전체적으로 소통하면서 논의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 많은 보도진이 참석해주셨다. 여러분들이 오늘의 발표나 질의를 여과없이 청취해 취지를 확인하고 그것을 우리 사회에 제대로 전달하는 것도 소통과 공유의 한 방편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우선 교섭당사자 분들이 의제별로 제안해준 내용을 발표해주겠다. 발표 시간은 20분이다. 시간 준수해주시면 고맙겠다. 핵심을 말씀해주시고, 혹시 부족하다면 나중에 조정위원회의 질의에 답변을 해주시면 된다. 발표 순서는 특별한 의미는 없다. 가족대책위부터 시작해 삼성전자, 반올림 순서로 하겠다. 모두가 발표를 마치면 10분 정도 휴식 시간을 가지고 조정위원회가 교섭 당사자 분들에게 묻고, 당사자분들의 답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을 가질까 한다. 답은 당사자 가운데 사안을 가장 잘 아는 분 누구라도 좋다. 질의 내용에 따라서는 추가 확인 혹은 생각이 더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런 것은 오늘 즉답하지 않고 서면으로 답을 해 줘도 된다.
박상훈 변호사 발표(가족대책위 측)
가족대책위 소속 6명의 대리인 박상훈 변호사다. 이 사건은 원래 소송 형태로 진행됐다. 2009년 준비를 통해 2010년부터 본격 시작됐다. 1심과 2심 판결이 선고되고 2심 판결에서 최종적으로 승소한 2명, (반올림 측) 황상기씨와 가족대책위 소속인 이선원씨 두 분은 1, 2심 모두 승소 판결을 받았고 (근로복지공단 상고 포기로) 이것이 확정됐다. 패소한 나머지 3명 당사자들은 대법에서 최종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소송상으로 다투는 것과 별개로 2년 전부터 소송 외 협상을 진행해왔다. 협상도 필요하고 소송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꾸준히 밝혀왔고 오늘 그 결실을 거두게 된 것 같다. 실질적으로 (협상) 진전이 안돼다 드디어 조정위가 나오고 3자가 모두 참석해 실질적 제안 내용을 가지고 논의하게 된 것은 의미 있고 보람 있는 일이다.
가족대책위의 협상 요구사항은 9개 항으로 구성돼 있다.
9개 항 중에서 1항과 2항은 사과에 관한 것이다. 삼성전자 (권오현 부회장) 대표이사께서 2014년 5월 14일자로 사과문을 발표한 적이 있다. 우리는 이 사과문의 진정성을 인정한다. 1항에선 이것을 토대로 협상 만료 후 추가적인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것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LCD 부문에서 근로자를 배려하지 못해 근로자와 가족이 직업병 발병에 고통을 받은 것에 대한 최종적 사과가 필요하다. 2항에선 삼성전자 대표이사가 사과를 해야 한다고 주체를 명시했고, 기자회견 방식으로 사과문을 발표할 것을 요청했다. 그 자리에는 가대위 피해자와 유가족들 참석은 물론이고 반올림이나 다른 피해자들도 참석을 해야 한다. 사과문 발표를 하고 참석한 피해자나 유가족에게는 개별적 사과문을 교부해줄 것을 요청한다. 참석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우편 등) 발송을 요구한다.
3, 4, 5, 6항은 보상에 관한 것이다. 보상에 관해서는 일반적 보상 범위와 기준을 마련하고 그에 따라서 가대위 소속 6명의 보상을 해 줄 것을 요청한다. 범위는 삼성전자 반도체, LCD 생산 공정 근무 중과 근무 후 발병한 것을 모두 포함한다. 질병 내용은 백혈병 재생불량성, 림프종, 림프조혈계 뿐 아니라 뇌종양, 유방암 등 혈액암과 신경계암, 생식계암 등 암 전체적으로 여러가지 질병 이런 것을 포함한다. 업무 관련성이 의심되는 근로자와 그 유족을 보상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이 범위를 무한대로 넓힐 수는 없기 때문이다. 퇴직한 이후라면, 반도체와 LCD 생산 공정에서 1년 이상 근무한 분으로 기준을 정하면 어떨까 하는 게 우리 생각이다. 퇴직후 12년 이내에, 다시 말씀드리면 근무중 발병은 근무 기간이 1년이 안되더라도 모두 포함할 것을 제안하고, 퇴직후에는 근무기간 최소 1년, 발병 기간은 12년이다. 잠복 기간은 개인차가 있지만 최장 12년 가까이 되기 때문에 그걸로 제한을 한다.
협력업체 문제에 대해 말하겠다. 협력업체와 사내하청 모두 보상을 해 드리면 끝이 없기 때문에 우리는 조정위원회에 근로자 또는 유족이 구체적 사실을 신고해 온 경우 이들을 보상 대상으로 삼고자 한다. 보상 범위는 적극적 손해, 소극적 손해, 위자료 3가지가 기본이고 사과와 보상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입게된 손해, 특별손해를 포함하고자 한다.
4항은 개별보상 관련 부분이다. 조정위원회 절차와 함께 개별적 협상을 할 수 있도록 요청한다. 많은 사람들의 문제를 테이블에 올리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다. 개별적 합의를 하고 그 합의가 이뤄지면 이를 공개하지 안되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조정위에서 조정해줄 것을 요청한다.
5항과 6항은 한꺼번에 말하겠다. 삼성전자가 오늘 이런 협상 자리를 통해서 가대위와 합의를 한 보상 대상이나 범위는 일반적 기준으로 해서 앞으로 다른 근로자나 피해자의 경우에도 추후 보상해줄 것을 선언해달라. 물론 이것은 다른 주체들과 문제가 되겠지만, 구체적인 몇몇에 그치지 않고 일반적 기준에 되기를 희망한다. 퇴직자 암 지원제도 이것을 개선해서 충분한 지원을 받을 수 있게 해 달라.
7항은 재발방지 대책이다. 이에 대해서는 저희는 간단하게 압축해서 재단을 설립하는 방식을 제안한다. 삼성전자가 기금 출연해서 가칭 건강재단을 설립하고 그쪽에서 여러가지 일을 하는 것으로. 각 삼성 사업장에서 취급하는 유해화학물질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일, 근로자 노출 평가, 앞으로의 계획 수립 등. 직업병 발병을 예방하기 위한 활동. 이런 것들을 해주시길 바라고, 피해 근로자 재활이나 생활지원금도 지원해달라. 재단 구성은 이사 9인 가운데 3명인 삼성이 3명은 가대위가, 3명은 반올림이 추천한다. 이사장은 삼성전자가 추천한 인사로 제안한다. 이렇게 되면 적절한 견제가 이뤄질 것이다. 8항과 9항은 기타 사항이다. 8항은 삼성전자와 가족대책위, 반올림은 최종 합의 즉시 이를 공표하겠다는 내용이다. 9항은 합의안 실행과 관련해 삼성전자, 가대위, 반올림 합의에 따른 세칙을 제정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규정을 만들어달라는 것이다. 큰 틀의 합의를 이루고 추가적으로 제안하겠다.
백수현 전무 발표(삼성전자)
반도체, LCD 사업장에서 근무하다 투병 중이거나 사망한 분들이 계시는 것에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 가능한 이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길 원한다. 삼성전자가 성장하기까지 직원들의 노고와 헌신이 있었고 그들의 고통에 대해 회사가 해결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최대한 신속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보상과 관련해 우리는 다음 두 가지 방식을 검토했다.
먼저 통상적 산재 인정 절차에 준해서 개별심사를 하는 보상안이다. 이 경우 전문기관의 노출수준 평가, 역학조사가 필요하기 때문 많은 시일이 요구된다. 그렇게 되면 가족분들께 불리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높다. 실제 산재 신청시 역학조사에서 인정받지 못한 경우가 대다수다. 두 번째는 회사 발전에 기여한 것에 대한 보답 차원이다. 노출평가 및 역학조사와 무관하게 진행할 수 있어서 신속한 보상이 가능하다. 위로금을 받더라도 별도로 산재 신청 가능성이 열려 있어서 당사자에게 유리하다고 본다.
저희는 신속한 보상이라는 관점에 우선순위를 뒀다. 따라서 두 번째 ‘회사 발전 기여에 보답 차원’으로 접근했다.
보상은 3가지 원칙을 뒀다. 첫째, 사회 통념상 합리적 수준의 기준 수립이 필요하다. 이건 대상과 금액 규모에 있어 일반 국민에게 이해받을 만한 수준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둘째, 기준에 부합하는 모든 사람에게 보상하겠다. 셋째, 3~6개월 신청을 받아 보상금을 지급하겠다.
보상 대상은 6가지 세부 기준을 세웠다. 소속, 담당직무, 질병 종류, 재직기간, 발병시기, 퇴직 시기다. 대상 질병은 백혈병 등 모든 림프조혈기계암(혈액암)들을 포함한다. 이는 백혈병에서 시작된 논란을 종식식키기 위한 회사 의지로 받아들여주시면 감사하겠다. 또 뇌종양, 유방암 등 기존 회사 사업장에서 산업재해 승인 이력이 있는 병을 보상 대상에 포함하겠다. 기타 발병자들은 조정 과정에서 전문가들의 타당성 있는 근거가 제시될 경우 논의하겠다.
다음은 발병시기다. 회사는 고심 끝에 퇴직후 10년 이내에 발병한 모든 이들을 보상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퇴직 후 10년의 기간에는 다른 위험한 직장이나 다른 위험한 환경에 노출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노화와 함께 자연적으로 병이 증가하는 경우도 감안을 해야 한다. 그래서 고민이 있었지만 가능한 오래 전에 퇴직한 임직원도 보상하기 위해 10년 전 퇴직자까지 적용했다. 96년 2월 이후 퇴직한 모든 직원이 검토 대상에 포함이 된다.
다음은 보상 금액이다. 보상 금액의 경우 전례가 없어서 고민을 많이 했다. 산재 보상 등과 달리 객관적 기준이 없다. 지금의 산재 보상 제도와의 관계도 고려할 수 밖에 없다. 조정 과정에서 합리적 의견이 제시되면 저희는 전향적으로 검토해서 합당한 수준의 보상이 이뤄지도록 하겠다. 다시 말씀드려서 합당한 수준의 보상이 이뤄지도록 하겠다.
- 편집자 주. 아래 삼성전자가 조정위에 제출한 제안서 내용에 따르면 1억원 내외의 보상금을 책정할 것으로 보임.
(국립암센터 발표에 따르면 치료비와 간병비, 이환손실금 등 암의 사회경제적 부담은 약 7000만원임. 서울중앙지법 산재손해배상 전담 재판부의 위자료 산정기준표에 따르면 본인 과실이 전혀 없는 교통사고 사망 피해의 경우 로금이 8000만원이었음. 기존 산재 승인의 경우에도 보상금은 1억2000~1억3000만원 선이었음.)
다음은 예방대책이다. 우리는 각종 자료 보존 기간을 산업안전보건법상의 기간 대비 2배로 늘리겠다. 법적 보존 기간이 2년인 서류는 4년으로 3년은 6년으로, 5년은 10년으로 늘리겠다. 최장 30년 한도 내에서 자료 보존 기간을 늘리겠다. 산업안전보건법에 기초한 작업 환경, 건강 진단과 관련된 서류가 대상이 된다. 다음은 유해 화학물질에 대한 감독을 더욱 강화하겠다. 일부에서는 삼성전자가 영업기밀을 핑계로 유해화학물질을 숨긴다고 오해하시는 경우가 있다. 저희 생산라인에서 사용되는 모든 물질은 직원들에게 100% 공개되어 위험성에 대해서 정확히 교육하고 있다. 다만 일부 제품에서 그 구성성분이 가려져 있다. 이는 저희도 알 수 없는 공급사의 영업비밀이다. 하지만 각종 법률이 유해물질로 지정한 물질은 영업비밀로도 가릴 수 없다. 다시 말해서 공급사의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물질에도 법에 지정된 유해물질이 포함될 수 없다. 저희는 공급사의 영업비밀 중에 유해물질이 포함되지 않았음을 보장받기 위해서 공급사로부터 지속적으로 보증서를 받고 있다. 앞으로는 이 뿐만 아니라 수시 샘플링 조사를 통해서 안전성을 직접 확인하겠다.
건강연구소를 통한 선제적 조사도 실시하겠다. 이미 발생 가능한 위험성에 대해 다양한 연구를 실시, 작업현장의 유해요인과 위험성을 제거해 나가겠다. 이미 3명의 전문의와 전문 인력을 확보했다. 자체 역학 조사의 수행까지도 가능한, 기업 연구소로는 사례가 없는 규모를 확보했다. 종합진단은 대한직업환경의학회, 한국산업위생학회 소속 전문가로 구성된 보건관리추진단으로 종합진단을 실시하고자 한다. 동시에 고용노동부가 반도체 6개사의 안전보건을 확인하기 위해 구성한 모니터링 위원회를 통해서 계획 수립부터 이행까지 점검받도록 하겠다. 신속한 진단을 위해서 이런 제안을 했지만 조정 과정에서 전문성, 그리고 독립성이 보장된 합리적 의견을 주시면 논의하겠다.
사회와의 소통도 더욱 강화하겠다. 현재 운영중인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통해서 임직원의 안전 보건에 관한 설명의 질을 더욱 높이겠다. 사업장 인근 주민, 지역 언론인으로 구성된 지역소통협의회 기능을 더욱 높이겠다. 또 대학과 환경단체와의 협력도 더욱 확대하겠다.
보건관리 조직도 강화하겠다. 전문인력 대폭 확대하고 별도로 운영되던 건강연구소를 보건관리 조직과 통합해서 운영하겠다. 유소견자 발견되면 전담인력 배치해서 맞춤형 진단과 치료를 지원하겠다. 임직원건강지킴이 센터를 신설해서 질병의 초기 단계부터 치료와 지원이 이뤄지도록 하겠다.
다음으로는 조정위원들께 반도체 생산라인을 방문해 주실 것을 제안드린다. 방문하시면 판단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끝으로 사과에 대해서 말하겠다. 작년 5월 14일 삼성전자 (권오현) 대표이사가 사과를 했다. 5월 28일에는 이인용 사장이 발병자와 가족들을 직접 만나 사과의 마음을 전했다. 협상과정에서 저 또한 사과와 유감의 뜻을 여러 차례 전해드린 바 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조정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발병자와 가족들 개개인에게 사과문을 전달하고자 한다. 여기에는 회사가 소홀했던 점들과 안전한 근무환경을 만들겠다는 다짐을 함께 넣도록 하겠다.
삼성전자는 당사자와 가족들 아픔이 조금이나마 덜어질 수 있도록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거듭 약속드린다.
임자운 변호사 발표(반올림 측)
- 편집자 주. 반올림 측은 사전에 준비해온 스크립트 자료를 취재기자들에게 배포한 뒤 이를 읽었다.
사과 부분 발표를 맡은 반올림 상임활동가 임자운입니다.
사과 요구의 취지, 두 가지를 말씀 드리겠습니다. 첫째, 반올림이 교섭 준비를 위해 가장 먼저 한 일은 피해가족들로 하여금 회사에 요구하는 바를 자유롭게 적고 그 요구사항들에 대해 순위를 매기게 하여 결국 가족들이 가장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따져보는 일이었습니다. 사과가 1순위였고, 보상과 재발방지책은 그 다음이었습니다. 모든 문제에서 가해자의 진정한 사과가 가장 중요한 해결책이라고 하지만, 이 문제에서도 피해가족들은 ‘실제로’ 사과가 제일 중요하다고 하셨습니다.
둘째, 세상에는 많은 종류의 사과가 있습니다. 최근 어느 항공사의 사과에서 보듯, 어떤 사과는 문제 해결에 오히려 해가 됩니다. 사과는, 하는 것 자체 보다는 그 내용이, 더 중요합니다. 사과에 대한 여러 연구와 논평들이 공통적으로 제시하는 제1원칙이 있습니다.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구체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겁니다. 삼성의 사과도 마땅히 그래야 합니다. 결코 막연한 주장이나 원한만으로 어떠한 잘못을 인정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반올림이 지적하고 있는 삼성의 잘못은 크게 세가지 인데, 각각에 대해 구체적인 근거를 갖고 있습니다.
첫째 삼성은 ‘부실한 안전관리’에 대해 사과해야 합니다.
근거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우선 노동자들의 진술입니다. 직업병으로 투병 중인 어느 피해자의 진술입니다. 이 밖에도 여러 노동자들의 일관된 진술들은, “안전관리가 허술했다” “취급 물질의 성분, 유해성에 대해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 “그저 더 좋은 제품을 더 많이 생산하는 것이 중요할 뿐이었다”. “그 안에서 많이들 아팠다” 는 것이었습니다.
다음으로, 전문기관들이 회사의 안전관리 실태에 대해 진단한 내용들이 있습니다. 2009년 서울대 산학협력단 보고서는 “공장에서 취급하는 화학제품의 성분조사, 노출평가 등이 매우 허술하고, 어떤 제품은 발암물질을 함유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2013년 산안공단이 화성공장에 대해 특별감독을 한 결과는 매우 충격적입니다. 하나의 사업장에서 무려 2004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례가 적발되었는데, 유해물질을 취급하는 곳에 환기시설이 없다거나, 노동자를 제대로 보호할 수 없는 보호구가 지급되었다는 등이었습니다. 같은 해 산안공단이 종합진단한 결과를 보면, 안전관리의 총체적인 문제가 드러나 있습니다. 예컨대 직업병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화학물질 관리’ 부문에 대한 ‘총평’이 이렇습니다. “화학물질 관리 내용을 자세히 관찰해 보면 상당한 문제점이 거의 전반적인 활동에 걸쳐 관찰되고 있다”.
또 다른 근거입니다. 지난 8년간 반올림과 함께 싸워온 산재노동자들 중 일곱 분이 근로복지공단 혹은 법원에 의해 직업병 인정을 받았습니다. 그때 공단과 법원이 밝힌 내용들이 있습니다. 요컨대, 노동자들이 벤젠, 포름알데히드, 전리방사선과 같은 유해요인에 노출된 체 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렸고 그것이 질병의 원인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둘째로, 삼성은 ‘산재인정 방해와 작업환경에 대한 정보 왜곡’에 대하여 사과해야 합니다. 첫 번째 근거자료는 피해가족들의 진술입니다. 그동안 회사는 재해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을 찾아 다니며, 일부에게는 치료비나 장례비 등을 조건으로, ‘산재신청을 포기하라’, ‘산재소송을 취하하라’, ‘시민단체를 만나지 마라’는 등의 요구를 해왔습니다. 삼성 직원이 피해자를 돈으로 회유하는 음성이 고스란히 방송에 나가기도 했고, 산재소송 취하를 조건으로 돈을 받았다고 양심고백하는 피해자도 있엇습니다.
이러한 회유와 종용을 힘겹게 이겨낸 피해가족들이 산재신청을 해서 공단의 재해조사가 시작되면, 삼성은 “안전교육을 철저히 하고 있다” “작업 중 화학물질을 취급하지 않았다” “근무환경은 쾌적했다”는 등의 일관된 진술을 하였습니다. 산재소송이 시작되면, 법원이 요청하는 자료에 대해서도 “그런 자료는 존재하지 않는다”거나 “이미 폐기했다” 혹은 “영업비밀이라서 줄수 없다”, 또 최근에는 “이 사건과 관련이 없어서 줄 수 없다”는 등 각종 이유를 대며 업무환경에 관한 자료를 은폐하였습니다.
삼성전자가 만든 ‘삼성반도체 이야기’라는 블로그도 있습니다. 공장이 안전하다는 점을 적극 홍보하고 있지만, 사실 많은 거짓과 왜곡이 숨겨져 있습니다. 예컨대 ‘반도체 백혈병 논란의 오해와 진실’이라는 페이지를 보면,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논란 규명을 위해 적극 노력했다”며 “이미 전문기관의 조사를 여러차례 받았는데 그 결과가 <회사의 근무환경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었다>”는 겁니다. 심지어 유방암으로 사망한 어느 여성 노동자의 죽음에 조의를 표하면서도 이런 내용을 기재하였습니다. 거짓입니다.
삼성이 언급하고 있는 조사들 중 “회사의 안전관리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지은 것은 삼성이 자체적으로 컨설팅을 의뢰한 인바이런의 조사 결과 뿐입니다. 반면 고용노동부의 권고나 지시에 따라 이루어진 2008년 산보연의 집단 역학조사나 2009년 서울대의 조사, 2012년 산보연의 유해성 평가조사들은 모두 공장의 위험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뿐만아니라 2013년 산안공단의 보고서 역시 굉장히 많은 문제를 지적하고 있는데, 이 블로그 어디에도 그 보고서에 대한 언급은 없으며, 보고서의 내용 자체를 영업비밀이라며 은폐하고 있습니다. 삼성은 그동안 공장의 위험성을 세상에 알리려는 피해노동자들의 피맺힌 진술에 귀를 닫는 것도 모자라, 그들을 거짓말쟁이로 만들어가며, 진실을 숨기고 왜곡해 왔던 것입니다.
참고로 근로복지공단은 2012년, 이 여성노동자의 유방암을 유기용제와 방사선 노출에 의해 발병한 직업병으로 인정하였습니다. 끝으로 삼성은 직업병 문제를 알리고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집회와 시위 등에 대해 폭언 폭행, 고소 고발로 대응한 것에 대해 사과해야 합니다. 일례로 어느 피해가족은 삼성 본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다 삼성 경비로부터 폭행을 당했는데, 오히려 그 경비가 이 분을 폭행죄로 고소하여, 법정에 까지 서야 했습니다. 다행히 1, 2심 법원 모두 무죄 선고를 하였는데, 삼성은 아직까지 이에 대해 단 한마디의 사과도 하지 않았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드리는 바는, 회사는 무엇을 잘못했는지 구체적으로 인정하는 사과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제까지 삼성의 사과는 “피해가족들에 대하여 소홀히 해왔던 점” 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사과를 했다는 회사의 주장이 있을 뿐 실제 사과를 받았다고 느끼는 피해가족들은 많지 않습니다. 잘못을 외면하고 은폐할수록 책임의 무게는 더 커진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공유정옥 발표(반올림 측)
재발방지대책과 보상 부분을 발표할 반올림 활동가 공유정옥입니다. 먼저 재발방지대책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반올림 피해 노동자 가족들이 재발방지대책을 요구하는 이유는 자신이 겪어온 고통을 다른 이들은 겪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입니다. 그리고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은 첨단 전자산업 노동자의 생명을 보호하기에 아직 미흡합니다. 법에 없더라도 현실적으로 필요한 조치들이 있다면 더 늦기 전에 시작해야 합니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안전관리에 대한 안팎의 충고와 비판을 많이 받아왔습니다. 문제는 여기에 제대로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기업은 안전보건의 중요한 주체지만, 유일한 주체는 아닙니다. 현장 노동자, 정부, 전문가, 노동시민사회, 국제기구 등 수많은 주체들의 합력이 필요합니다. 이들의 알 권리와 참여할 권리를 보장하도록 해서 재발방지대책이 실효를 거두게 하려는 것이 우리 요구안의 취지입니다. 이런 취지를 담고 현실 상황을 두루 고려하여 다섯 가지 대책을 선정했습니다. 이 대책들의 이행 방안도 마련하였습니다.
첫번째 대책은 안전보건의 기본인 알 권리를 보장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기업이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필수조건입니다. 정보를 잘 보존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특히 앞으로 병에 걸려 산재 신청을 해야 하는 노동자들이 생길 경우, 조건없이 그 정보를 제공해야 합니다. 산재인정에 조력할 사업주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조치입니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화학물질정보를 공중에 공개하는 것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하지만, 미국 텍사스주에 있는 삼성전자 사업장 화학물질정보는 일반 시민들도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이미 모든 유해화학물질 정보를 전산관리하고 있습니다. 정보 공개를 이행할 여건은 충분합니다. 만일 정말 중요한 영업비밀이라 공개하기 어려운 정보가 있다면, 임의로 영업비밀임을 주장하지 말고 공식적인 판단 기준과 절차를 마련하여 처리하면 될 것입니다.
두번째 대책은 사업장 내 화학물질, 방사선 사용과 안전보건관리에 대한 종합진단입니다. 삼성전자도 이미 공개적으로 종합진단을 약속했습니다. 반올림과의 교섭에서도 시행에 합의했습니다. 이번 종합진단은 삼성전자에 대한 기존 조사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겠습니다. 그동안 여러 차례 연구조사들이 있었지만 내용이 포괄적이지 못하거나, 독립성과 투명성이 부족해 비판을 받아왔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진단의 관건은 회사로부터의 독립성과 조사결과의 투명한 공개입니다.
세번째 대책은 삼성전자 공장이 있는 곳마다 해당 공장의 노사와 지역주민, 그리고 환경보건과 산업안전보건 전문가로 구성된 지역 화학물질안전보건위원회를 설치하자는 것입니다. 이런 기구는 화학물질 누출사고가 일어난 공장에만이 아니라 모든 생산 공장에 필요합니다. 사후대책도 중요하지만 사전예방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이 기구에는 지역 주민들 뿐 아니라 해당 공장의 노사와 환경보건 전문가, 산업안전보건 전문가를 포함해야 합니다. 또한 이 기구의 구성원은 기업 뿐 아니라 노동계와 전문가 단체의 목소리를 고르게 반영하도록 해야합니다. 그래야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네번째 대책은 안전보건관리에 대한 외부 감사입니다. 안전보건이 제대로 관리되려면 현장 노동자의 참여와 정부의 지도 감독 그리고 시민사회의 감시와 참여가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이 감사단은 삼성전자의 안전보건관리, 사내 건강연구소의 사업, 그리고 이번에 만들 보상제도의 운영에 대해 감사하게 됩니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외부감사에 반대해왔습니다. 이미 국가기관을 통해 충분한 감사를 받고 있다, 반올림이 절반 이상을 추천하는 감사위원회는 객관성이 부족하다는 이유였습니다.
- 편집자 주. 반올림은 과거 화학물질안전보건위원회 및 감사위원회 등에 자신들이 추천한 인물을 넣겠다고 주장해왔으나 이날 제안에선 이를 ‘노동계(민주노총, 한국노총)’로 변경했다. 반올림은 민주노총 경기본부, 다산인권센터를 주축으로 만들어졌다. 반올림 활동가는 공유정옥(산업보건의), 임자운(변호사), 이종란(노무사), 권영은이 있다.
하지만 실제 정부의 안전보건 지도감독은 잘 안되고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근로감독관 수가 모자랍니다. 삼성만 유난히 감독을 충분하게 받고 있다는 건 어불성설입니다. 삼성전자는 중국 공장 노동조건과 아동노동 문제에 대해서는 제3자 검증을 약속하고 시행한 바 있습니다. 국내 노동자의 직업병 문제 해결을 위해 1년 주기로나마 외부 감사를 받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애플의 경우, 납품업체에 대해서도 노동권, 인권, 안전보건, 환경오염 등 폭넓은 제3자 감사를 받고 있습니다. 그 결과는 당연히 공개됩니다. 정규 감사 뿐 아니라 기습감사도 합니다. 회사와 무관한 NGO가 자체 기준을 가지고 독자적으로 감사하여 결과를 공개하는데에도 동의했습니다. 교섭주체가 직접 감사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감사단의 1/2 이상을 추천하는 것조차 수용하지 못하는 삼성전자의 태도는 애플과 비교할 때 대단히 폐쇄적인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안전보건 경험과 지식이 풍부한 노동계와 전문가들의 추천까지 반대하진 않길 바랍니다.
다섯번째 대책은 노동자의 단결권 보장입니다. 독립적인 노동조합은 일터의 안전보건이 제대로 관리되기 위한 필수 요소입니다. 이 내용은 국내법, 국제협약 뿐 아니라 삼성전자가 자발적으로 가입한 전자산업 경영 규범 EICC에서도 명시하고 있는 사항이기도 합니다. 아시다시피 삼성 그룹은 노동조합 탄압 기업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갖고 있습니다. 이번 교섭을 통해 노동 기본권을 훼손하지 않겠다 약속하고 실천하여 이런 오명을 벗어나가면 좋겠습니다. 특히 협력업체 노동자의 참여권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합니다.
삼성전자 반도체, LCD공장에서는 유지보수 등 위험한 업무를 협력업체 노동자들에게 시켜왔습니다. 2013년 불산누출사고 피해자도 협력업체 소속이었고, 직업병 피해 노동자들도 여럿 있습니다. 따라서 이들이 안전보건관리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은 무엇인지, 교섭 과정에서 지혜를 모아야겠습니다.
재발방지대책 요구안의 마지막은 구체적인 이행계획 수립과 점검 과정에 대한 것입니다. 이런 대책은 단발적인 약속으로 마련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약속한 대책을 어떻게 실행할지 차근차근 계획하고, 그 이행과정을 투명하고 성실하게 점검해가자는 취지입니다.
다음으로 보상에 대한 요구안을 소개하겠습니다. 제안 내용은 보상 내용과 보상 대상입니다. 우선 보상내용 즉 무엇을 보상할 것인가에 대하여 다섯가지로 나누어 설명드리겠습니다.
첫째, 진단, 치료, 간병 등에 필요한 모든 비용에 대한 보상이 필요합니다. 둘째, 투병 혹은 사망으로 일을 할 수 없어서 생긴 피해에 대해 보상해야 합니다. 산재보험의 휴업급여제도와 마찬가지의 취지입니다. 셋째, 간병 때문에 부모, 자녀, 배우자가 일을 할 수 없어 생긴 경제적 피해에 대해서도 보상이 필요합니다. 노동자가 사망할 경우 유족들의 생존권 보장을 위한 보상도 필요합니다. 넷째, 생계를 책임지고 있던 건강한 청장년이 갑작스런 큰 병이 걸리거나 사망할 경우, 본인과 가족들 모두에게 정신적으로 엄청난 상처가 됩니다. 따라서 법정 위자료 기준 이상의 정신적 보상을 해야 합니다. 다섯째, 삼성전자는 그동안 산재 인정을 어렵게 만들어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끼친 고통에 보상해야 합니다. 자세한 근거는 앞서 사과에 대한 제안 설명에서 말씀드렸습니다. 산재신청에 조력해야 할 법적 의무를 다하기는커녕 오히려 어렵게 만들어온 점은 진정성 있는 사과와 그에 합당한 보상으로 책임져야 합니다.
다음, 보상 대상, 즉 누구에게 보상할 것인가에 대하여 여섯가지 기준을 토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삼성전자 반도체 및 LCD 공장의 생산라인에서 근무한 노동자를 대상으로 합니다. 여기에는 직접생산라인 소속이 아니더라도 유해요인 노출이 가능한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포함됩니다. 계열사 및 협력업체, 파견 노동자들도 포함됩니다. 간접고용 노동자라 해도 안전보건관리의 책임은 원청인 삼성전자에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위험한 업무를 협력업체로 전가하는 현실도 고려하였습니다.
둘째, 이 공장에 3개월 이상 근무한 노동자는 누구나 보상의 대상이 될 수 있어야 합니다. 재생불량성빈혈처럼 유해요인 노출 서너달만에 발병하는 질환도 있습니다. 그러니 근무기간 요건을 지나치게 강화하면 억울하게 배제되는 피해자가 생길 것입니다. 셋째, 재직 중은 물론, 퇴직 이후 20년 이내에 발병한 경우를 포함합니다. 발암물질에 노출된 후 암이 발병하기까지 최소 수년에서 최대 수십 년간의 잠복기를 가지는 점을 고려하자는 뜻입니다. 넷째, 보상 대상 질환은 모든 암, 전암성 질환, 희귀난치성 질환 등 중증 질환과 생식보건문제가 되어야겠습니다.
대상 질환을 선정할 때 업무 관련성을 엄밀히 따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억울하게 보상을 못받는 피해자들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질환의 발병이나 악화가 업무와 관련성이 없다고 명확히 밝혀진 경우가 아닌 이상, 보상 대상에서 배제하지 말아야겠습니다. 생식보건문제란 불임, 자연유산, 자녀의 선천성 기형이나 질환 등을 말합니다. 불임이나 자연유산은 반도체 노동자에서 위험이 높다고 이미 밝혀진 문제들입니다. 자녀의 선천성 기형과 질환도 이와 비슷한 경로로 발생하기 때문에 보상 대상에 포함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봅니다.
다섯째, 재직중의 담당업무를 한정하지 않아야겠습니다. 특히 법이 정하는 특수건강진단이나 작업환경측정 대상 업무 등으로 한정해서는 안됩니다. 법 규정은 매우 제한적이라 현장의 실제 유해요인 중 극히 일부만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섯째, 퇴직시기에 대해서도 제한을 두지 말아야 합니다. 팔구십년대에는 산업안전보건법 제도가 지금보다 훨씬 미비하고 사업주들의 관심도 훨씬 적었습니다. 이 당시의 피해자들을 보상에서 배제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습니다.
이 보상은 피해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중심에 두고 마련되어야겠습니다. 즉 이들에 대한 동정이 아니라 이들의 고통에 대한 책임을 담은 보상이 되어야합니다. 따라서 함부로 그 대상을 축소하거나 배제하지 않아야 합니다. 또한 형식적인 보상이 아니라 피해자들의 고통을 덜기에 모자람이 없는 수준이 되어야 합니다. 끝으로, 이 보상은 기업의 책임과 의무를 면해주는 것이 아니어야 합니다. 사업주는 노동자의 건강권을 보장하고 질병과 사고를 예방할 책임, 산재인정을 받고자 하는 노동자에게 조력해야할 의무가 있고, 이를 다하지 못했을때는 더욱 큰 책임이 뒤따른다는 것을 우리 사회의 교훈으로 삼는 계기가 되길 희망합니다.
이상 제안설명을 마칩니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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