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세상에 어떤 제품이 나왔을 때 처음 만든 의도대로 사용되리라는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다. 콘솔 게임기로 잘 알려진 소니 플레이스테이션만 하더라도 미사일 유도용 컴퓨터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일부 국가에 수출이 금지된바 있다. 반대로 여러 대의 플레이스테이션을 연결, 블랙홀 충돌을 시뮬레이션 하는 등 값비싼 슈퍼컴퓨터 대신 연구용으로 활용되는 경우도 있다. 요컨대 목적에 따라 얼마든지 용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애플 창업자인 고(故) 스티브 잡스는 자신이 만든 아이패드가 지적장애 교육에 이용되리라는 생각은 하기 어려웠을지 모른다. 아이패드가 처음 등장했을 때 스티브 잡스는 쓰임새를 분명히 했다. 아이폰과 맥북의 중간을 노렸고 노트북과는 다른 개념의 제품이라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후 크기만 키워놓은 아이팟 터치라는 비아냥거림에서 벗어나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아이패드는 태블릿이라는 제품을 대중적으로 만드는데 큰 공을 세웠다. 중요한 점은 아이패드가 아주 훌륭한 스마트 기기라서가 아니라 애플도 가늠하기 어려웠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아이패드는 2011년부터 지적장애 교육에 적극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이전부터 여러 지적장애에 PC가 쓰이던 것은 일반적인 일이었고 아이패드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누구나 생각하고 실천할 수 있었다. 핵심은 스마트 기기를 쓰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현장에 적용이 가능하냐다.
경기도 남양주시에 위치한 오남중학교 원재연 교사에 따르면 지적장애 학생을 위한 교육에 아이패드를 이용하는 이유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앱’이 중심이었다. 그는 “최신 교육방법을 논하는데 있어 스마트 기기 활용은 일반적이며 안드로이드와 아이오에스(iOS)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며 “아이패드를 이용하게 된 이유는 강력한 앱, 그리고 직관적인 단순함과 폐쇄성”이라고 답했다.
애플 앱스토어에는 수십 가지 이상의 지적장애 관련 앱이 올라와 있다. 대부분이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찾아볼 수 없는 것들이다. 폐쇄성은 의외의 결과물로 여러 학생이 사용하는 공용 기기 입장에서 보면 환영할만한 부분이다. 상당수의 교육용 PC가 초기 상태에서 벗어나 관리가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iOS는 상대적으로 이용하기가 손쉽다.
원 교사는 “결국 교육성과를 따지지 않을 수 없는데 장애 학생은 저마다 특징이 있어 한두 가지 방법만 가지고는 원활한 교육이 어렵다”며 “아이패드와 같은 스마트 기기가 교육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무엇보다 능동적인 참여가 늘어났다는 점이 고무적”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실정에 맞는 앱 개발이 필수=아이패드뿐 아니라 대부분의 스마트 기기는 학생의 호기심을 유도하는데 있어 가장 큰 매력을 갖는다. ▲학생이 먼저 흥미를 가지고 적극적인 수업태도를 보여 학습자 중심의 수업이 가능하다는 점 ▲내적동기가 강화되고 즐거움이 더해져 머릿속에 수업내용이 오래 남는다는 점 ▲직관성, 휴대성 그리고 앱을 통해 소통하고 학생과의 관계를 회복하는데 집중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아이패드는 분명히 긍정적인 면을 가지고 있다.
물론 아이패드는 어디까지나 도구일 뿐 지적장애 교육을 위한 부수적인 요소에 불과하다. 원 교사는 “아이패드는 가위나 풀처럼 학생이 인형극을 만들기 위해 시나리오 주제 선정이나 스스로 이야기를 구성해 표현할 수 있는 도구”라며 “장애가 있는 학생은 주도적으로 창의성을 발휘하는데 어려움을 느끼는데 아이패드로 손쉽게 접근하고 양질의 콘텐츠가 뒷받침이 된다는 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전했다.
아이패드라서가 아니라 iOS의 위력이라고 봐야한다. 안드로이드만 하더라도 장애인을 위한 기능이 전무하지만 iOS의 경우 손쉬운 사용을 통해 기본적인 도움은 받을 수 있다. 일선 현장에서는 이 기능도 부족하다고 지적하지만 이마저도 없는 스마트 기기가 수두룩하기 때문에 아이패드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원 교사도 이에 공감한다. “아이패드나 iOS도 분명히 개선할 점이 있고 보다 특성화된 콘텐츠가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국내 실정에 맞는 앱과 특수학급 학생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점이 반영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가장 가벼운 아이패드의 무게는 308g(아이패드 미니 기준)이다. 태블릿 시장이 단기적으로 침체에 빠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애플은 아이패드의 또 다른 가능성이 발굴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는 어디까지나 제조사가 아닌 개발자의 몫으로 남아있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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