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지난 2010년 4월 3일은 애플에게 역사적인 순간 가운데 하나였다. 아이폰에 이어 아이패드가 첫 선을 보이는 날이었고 28일만에 100만대 판매를 돌파하며 태블릿이라는 스마트 기기 영역을 확장시키는데 성공했다.
처음 아이패드가 나왔을 때만 하더라도 업계와 언론의 반응은 아이폰과는 크게 달랐다. 크기만 키워놓은 아이팟 터치라는 비아냥거림까지 들었지만 결과적으로 스티브 잡스의 예상이 맞았고 지금도 잘 팔리는 제품 가운데 하나다.
이런 아이패드에게 심상치 않은 신호가 발생한 것은 작년 하반기부터다. 지난 1분기(2014년 10월~12월) 애플은 사상최대의 실적을 올렸지만 아이패드는 2142만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2604만대)에 비해 17.7%가 줄었다. 관련 매출도 899억달러에 그쳤는데 이는 전체 애플 매출의 12%에 해당한다.
향후 전망도 가시밭길이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애플은 올해에 6010만대의 아이패드를 출하해 25.6%의 시장점유율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는 작년(6340만대)보다 기기 자체가 덜 팔릴 것이라는 의미다. 애플 팀 쿡 최고경영자(CEO)조차 “아이패드에 대해서는 장기적으로 낙관하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당장 실적이 개선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뉘앙스를 풍겼다.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이와 달리 마이크로소프트(MS) 서피스는 올해 1630만대가 출하될 것으로 보인다. 작년 1160만대에서 40%가 늘어난 수치다. 서비스는 시장점유율이 5.1%에서 7%로 상승할 전망인데, 올해 글로벌 태블릿 시장규모가 2억3450만대이고 이 가운데 상당수가 화이트박스를 내세운 저가 안드로이드 태블릿(1억5810만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아이패드가 줄어든 만큼 서피스가 선전하는 모양새다.
아이패드가 처음 등장했을 때 스티브 잡스는 쓰임새를 분명히 했다. 아이폰과 맥북의 중간을 노렸고 노트북과는 다른 개념의 제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여기서 넷북을 언급했고 확실한 대체가 가능했다. 넷북은 그 자체로 보면 노트북이지만 성능이 부족하고 어정쩡하다는 것을 꼬집은 셈이다. 어디 하나 좋은 것이 없고 그저 값싼 노트북이라는 것.
2010년 이후 글로벌 PC 시장이 침체되기 시작했고 여기에는 태블릿이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에 이견이 없다. 문제는 태블릿이 PC의 일정 영역을 파고들면서 교체주기도 그만큼 길어졌다는 점이다. 업계에서 바라보고 있는 태블릿의 교체주기는 평균 3년으로 초기보다 길어지는 경향을 나타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플은 ‘생산성’이라는 측면에서 아이패드 접근방식을 다양화하고 있다. 콘텐츠 소비 기기로써가 아니라 PC를 충분히 대체할 수 있을 정도로 성능과 기능이 충분하다는 것을 증명하고자 한다. 12인치 대화면 아이패드 출시설이 흘러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맥북과 같은 노트북과의 접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애플은 노트북에 아직까지 터치스크린을 적용되지 않았다.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무척 높다. 반대로 아이패드에 키보드가 장착되는 경우의 수는 고려해볼만한 요소다. 이는 아이패드, 혹은 맥북 카테고리에서 극적인 변화도 상상할 수 있다는 얘기다.
예컨대 중앙처리장치(CPU)의 변화가 대표적이다. 파워PC 계열에서 x86 계열로 CPU를 교체했던 것처럼, 이번에는 x86 계열이 아닌 ARM 계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통해 아이패드와 맥북의 중간지점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애플은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AP 설계 업체이고 자체적으로 만든 ‘A’ 시리즈 AP의 성능도 만족스러운 편이다. 전통적으로 아이패드에 애플이 만든 가장 최고 성능의 AP가 탑재되어 왔다는 점, 맥북의 메인보드 기판이 아이패드의 그것만큼 작아졌다는 점 등을 떠올리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현재 선진시장에서의 태블릿 수요가 한계에 다다르고 있어 물량을 더 늘리려면 PC를 경험하고 사용하는 단계를 건너뛸 수 있는 성장시장 공략이 필수적이다. 북미에서는 1000달러 이상의 노트북은 애플 제품을 쓰는 경향이 짙다. 가장 비싼 아이패드는 829달러에 팔린다. 가장 저렴한 맥북은 1299달러, 맥북에어의 경우 899달러다.
새로운 디바이스가 나온다면 새로운 맥북의 출현으로 변별력이 떨어진 맥북에어를 정리하고 900~1300달러 사이의 시장을 노려볼만 하다. 참고로 서피스는 서피스3가 499달러부터, 서피스 프로3가 799달러부터 판매된다. 옵션인 키보드를 붙이면 700~1000달러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 키보드를 기본으로 제공하면서 아이패드보다 성능이 높으며 OS X 운영체제(OS)와 터치스크린을 내장한 제품이 나온다면 흥미로운 상황이 연출될 것이다.
IDC는 태블릿 연평균성장률이 내년에도 10%를 넘지 못할 것이고 이런 추세는 오는 2018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용자와 기업의 생산성 관련 패턴이 PC에 최적화되어 있다고 봐야 한다”며 “서피스와 마찬가지로 애플도 PC와 태블릿의 중간 지점인 ‘2-in-1’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했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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