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설 연휴 직전 전해진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의 제휴 소식에 대해 한 게임업계 지인은 이같이 표현했다.
7세기 신라는 지속적인 위협이 돼온 백제와 고구려를 물리치기 위해 당나라와 연합을 맺는다. 나당연합군은 백제 사비성을 기습해 의자왕의 무릎을 꿇리고, 이어 연개소문 사망 후 내분이 일어난 고구려까지 물리친다. 하지만 전쟁에서 이긴 것이 삼국통일의 완성은 아니었다. 신라는 한반도의 주도권을 놓고 한때 연합군이었던 당나라와의 전쟁(나당 전쟁)을 벌여야 했다. 결과적으로 신라가 승리했지만, 광활했던 고구려의 영토가 모두 신라의 것이 되지는 못했다. 신라는 원산만과 대동강 이남의 영토만을 차지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넷마블과의 연합을 통해 넥슨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우위를 점했다. 엔씨소프트 경영진과 넷마블의 지분을 합치면 약 19%에 달해 15.8%를 보유한 넥슨을 훌쩍 넘어선다. 넥슨이 새로운 우군을 발굴하지 못한다면, 경영권 분쟁은 김택진 대표의 승리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승리를 위해 출혈도 적지 않았다. 엔씨소프트는 넷마블의 협력을 얻어내기 위해 넷마블 넷마블 유상증자에 참여, 신주 2만9214주(9.8%)를 3800억원에 인수했다. 넷마블 기업가치를 약 4조원으로 평가한 것이다.
증권가 전문가들은 이같은 가치평가에 대해 과도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넷마블의 기업가치는 약 2조원 정도로 평가되는데, 엔씨소프트는 두 배 비싸게 산 셈이다.
또 절대 외부와 공유하지 않았던 엔씨소프트의 IP(지적재산권)을 넷마블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넷마블은 리니지, 리니지2, 아이온, 블레이드앤소울 등 엔씨소프트의 온라인 게임을 모바일 게임으로 만들 수 있게 됐다. 엔씨소프트의 IP는 최대주주 넥슨과도 공유하지 않았던 핵심 자산이다. 넷마블은 엔씨소프트-넥슨 경영권 분쟁을 틈타 신주도 비싸게 팔고 엔씨소프트의 핵심 자산까지 얻었다.
이번 제휴를 통해 엔씨소프트도 넷마블의 모바일 게임 IP를 사용해 온라인 게임을 만들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엔씨소프트의 당면과제는 모바일 게임이지 온라인 게임이 아니다. 엔씨소프트가 넷마블의 모바일 게임 IP로 온라인 게임을 만들어 성공할 가능성에 대해 업계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엔씨소프트가 얻은 것은 무엇일까. 모바일 게임 분야에서 그 시장의 강자 넷마블의 마케팅 협력을 약속 받은 점이 꼽힌다. 하지만 아직 엔씨소프트는 모바일 게임이 없다. 올해 출시될 예정이지만,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마케팅은 추후의 문제다. 게임이 재미가 없으면 마케팅 협력 약속은 부질없는 일이다.
이번 제휴로 엔씨소프트가 얻은 최대 소득은 무엇보다 경영권이다. 넥슨의 경영권 공격에서 한숨 돌렸다.
하지만 김택진 대표가 곧 엔씨소프트는 아니다. 경영권 방어는 김택진 대표에게는 중요한 일이겠지만, 엔씨소프트라는 회사나 김택진 대표와 넷마블을 제외한 나머지 80%의 주주들 입장에서는 아닐 수도 있다.
삼국통일전쟁에서 신라의 승리는 신라에게는 중요한 일이었겠지만, 현대에 살고 있는 우리 입장에서 통일만 된다면 반드시 신라일 필요는 없었다. 오히려 혹자들은 고구려가 통일했으면 영토가 더 크고 강한 나라가 됐을 것이라고 아쉬워하는 이도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엔씨소프트-넷마블의 진정한 승자는 텐센트라는 평가도 한다. 텐센트는 넷마블의 3대주주(지분율 28%)다. 텐센트는 넷마블을 통해 한국 온라인 게임 산업의 한 축인 엔씨소프트에까지 영향력을 행사를 기회를 얻었다.
당나라는 신라와의 연합에 힘입어 숙적 고구려를 무너뜨렸다. 그리고 곧바로 한반도를 통째로 접수하려는 마각을 드러냈다.
<심재석 기자>sj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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