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의 변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도 IT투자에 대한 금융업체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유지보수 등 고정비용 증가하면서 금융업체들은 신규 IT투자에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하지만 디지털 금융 등 금융 패러다임이 IT를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은 전략적 IT투자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반증이다. <디지털데일리>는 5회에 걸쳐 내년도 금융 IT주요 화두와 대응 전략에 대해 알아본다.<편집자>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올해 금융 IT시장은 보안강화와 금융당국의 규제대응이라는 큰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다시 말해 시장을 견인할 수 있는 대형 프로젝트가 없었다는 뜻이다.
한국IDC에 따르면 올해 국내 금융 IT서비스 시장은 상반기 금융권 내부적인 갈등과 실적 부진이 겹치면서 당초 예정됐던 사업이 줄줄이 지연돼 전년도보다 둔화세가 심화될 것으로 분석됐다.
문제는 내년에도 금융IT시장의 불황이 계속될 것이란 점이다. 시중은행의 경우 내년도 예산 수립의마무리 단계에 들어갔지만 올해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에서 예산계획을 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황이 계속되고 있는 증권업계의 경우 마른수건을 더 짜야하는 상황이다. 일부 증권사들은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IT시스템을 코스콤과 같은 아웃소싱 업체에 다시 맡기는 것을 고려할 정도로 IT운영비용에 대한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다.
이는 카드, 보험 등 전 금융사에 걸쳐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전체 IT운영비용에서 기존 시스템에 대한 유지보수 비용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금융사들의 현실을 감안하면 쉽게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라는 게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여기에 금융감독당국이 금융사 자율적인 보안강화를 주문하고 나선 것도 금융사들의 부담을 더하고 있다. 그동안 이른바 ‘가이드라인’에 맞춰 컴플라이언스 사업이나 보안강화 사업을 진행해 왔던 금융사들은 선제적인 IT투자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18일 개인 신용정보 유출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신용정보 이용 및 보호법 전부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하는 등 금융사고에 대한 금융사의 책임이 더욱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사들이 IT에 대대적인 투자를 감행하기란 여의치 않다. 한국은행은 지난 13일 발표한 ‘최근의 국내외 경제동향’을 통해 앞으로 국내경기는 미국 경기회복 등으로 완만한 속도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투자 및 소비심리 회복 지연, 주요국 정책변화에 따른 환율 변동성 확대 등이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찬가지로 저금리의 덫에 빠져 있는 금융사들은 저마다 생존을 위한 다양한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IT에 대한 투자는 전략적이고 선택적으로 이뤄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물론 최근 금융환경의 변화는 금융사들의 IT투자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기도 하다. 우선 인터넷 뱅킹 등록고객이 1억명을 돌파하면서 온라인으로 대변되는 비대면(非對面)채널이 금융권의 핵심 채널로 부상하고 있어 금융사로선 온라인에 대한 투자를 간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간편결제’ 등 고착화돼있던 결제 서비스의 변화와 금융과 IT가 융합된 ‘핀테크’ 기업의 출현은 금융사에게 새로운 IT전략을 구체화시켜야 하는 당위성을 제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저축은행의 영업 기반 확대, 복합점포 활성화, 금융권 인수합병에 따른 IT통합 등 금융IT시장을 견인할 동력은 충분하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따라서 내년도 금융 IT는 향후 디지털 금융 시장 경쟁을 위한 초석을 다지기 위한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물론 여기에 인수합병 등 시장 변화에 따른 업무 시스템 통합 및 서비스 강화를 위한 스마트 금융 시스템 투자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자체적인 디지털 금융 역량 강화를 위한 파일럿 사업이 전개될 것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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