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결국 승자는 IBM일까. KB국민은행의 주전산기 교체 사업을 둘러싼 내홍이 사실상 한국IBM에 유리한 모양새로 돌아가고 있다.
총 13개월로 계획된 주전산기 전환 프로젝트가 예정대로 진행되지 못하면 국민은행은 한국IBM과 현재 사용 중인 메인프레임 계약을 연장해 사용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앞서 21일 오후 3시 국민은행은 주전산기 교체 사업을 위한 입찰제안서를 마감했다. 접수 결과 SK C&C만 단독으로 제안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단독입찰로 유효경쟁이 불가능해지면서 국민은행 측은 이를 5일 간 재공고할 계획이다.
이후 우선협상대상자 등의 선정 절차에 들어가야 하지만, 국민은행이 이사회 의결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기로 한데다 금융감독권의 검사가 진행중이어서 당분간은 정상적인 사업 추진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대로 시간이 흘러 시스템 구축이 예정대로 추진되지 못하게 되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IBM 메인프레임을 쓸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중론이다.
더 나아가 업계에서는 계약 연장시 한국IBM이 국민은행에 어느정도의 가격을 제시할지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실제 국민은행은 IBM과 지난 2008년 총 2100억원 규모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서비스 등을 7년 간 통합 제공받는 OIO(Open Infrastructure Offering)계약을 맺었다. 1년에 300억원꼴이다. 이는 국민은행이 5년 이상의 장기 계약을 했기 때문에 가능한 금액이었다. 그러나 이를 몇 개월 단위로 연장할 경우, 비용은 이보다 높을 수 밖에 없다.
특히 이번에 단독 입찰한 SK C&C는 유닉스 서버의 경우 IBM 제품을 제외한 하드웨어 스펙을 준비한 것으로 전해진다. 때문에 한국IBM으로써는 오히려 국민은행의 결정이 늦어질수록 유리하다.
현재 국민은행에게 주어진 전산시스템 전환은 최대 내년 5월까지다. 2015년 7월 한국IBM과 OIO가 완료되는 만큼, 최소 약 2개월 전인 내년 5월에는 새 시스템을 가동하고 문제점을 수정한 후 7월 메인프레임 계약 만료에 대비해야 한다.
따라서 한국IBM으로선 이번 사업에 대한 문제제기로 메인프레임 고객을 잃더라도 단기 연장 계약에 의한 수익을 얻을 수 있게 됐다. 만약 국민은행의 주전산기 교체 사업이 중단될 경우에는 메인프레임 유지라는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국IBM이 사업 발주를 앞에 두고 이의를 제기한 것에 대해선 무리였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번 사업이 지난 2005년부터 검토된 오래된 사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메인프레임 유지가 유닉스보다 비용적으로, 안정적으로 유리하다는 점을 강조하는데 필요한 시간은 차고도 넘쳤을것이란 것이다.
또한 단순히 이번 사태가 기술적인 요인이 원인이라기보다는 국민은행과 지주사 간의 갈등에서 빚어진 내부 정치적인 논리를 바탕에 깔고 있는 만큼 한국IBM이 어부지리로 수혜를 입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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