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소프트웨어

샵메일, 이메일 혁신인가 제2의 공인인증서인가

[IT전문 미디어블로그 = 딜라이트닷넷]


지난 8월 28일 지식경제부는 10월부터 공인전자주소(일명 #메일) 제도를 시행한다고 밝혔습니다. #메일은 이메일 기호인 ‘@(일명 골뱅이)’ 대신 ‘#(샵)’을 사용하는 이메일로, 일반 전자우편과 달리 본인임이 확인된 사람이나 기관끼리 주고 받는 전자우편입니다. 즉, 이메일 분야의 ‘등기우편’이나 ‘내용증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메일이라는 제도가 등장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우리가 흔히 안부편지는 일반우편으로 보내지만, 중요한 계약서나 서류는 등기우편으로 보내는 것과 같이, 일반 전자우편은 @메일로, 중요한 계약서나 서류는 #메일로 보내자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메일은 @메일과 달리 반드시 본인임이 확인된 후에 발급받을 수 있으며, 누가 누구에게 언제 보냈는지, 언제 확인했는지 유통정보가 저장됩니다. 또 유통증명서를 발급받을 수도 있습니다.

@메일은 반드시 본인확인을 거치지 않고서도 계정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계약서나 증명서 같은 중요한 문서를 주고 받기 어렵기 때문에, 이것이 가능한 새로운 이메일 체계를 만든 것입니다.

실제로 기업이나 금융기관에서는 세금계산서, 주문서, 계약서 같은 중요한 문서를 이메일로 주고 받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이메일로 보낸다고 해도 이는 실제 종이문서 작성하고 이를 보완하는 수단으로 활용됩니다. 일부 기업들은 전자문서 유통을 위해서 거액을 들여 독자적인 전자문서교환(EDI) 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합니다.

반면 #메일을 이용하면 주고 받은 증거가 정확히 남기 때문에 중요 문서 유통에 유용합니다. 등기처럼 반드시 본인에게만 전달되며, 이메일을 상대가 받았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일부 @메일에도 수신확인 기능이 있지만, 이는 이메일 서비스 업체의 기술적 조치일 뿐, 법적으로 보장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나는 보냈는데 상대가 받지 않았다고 하면 취할 수단이 없습니다. 반면 #메일은 법적으로 상대가 이메일을 받았음을 증명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메일은 전자문서 유통에 신뢰를 주기 때문에 전자문서 활용을 높이고, 종이문서 활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메일은 이미 시범 사업을 통해 활용성이 나타났습니다. 예를 들어 과거에 재외국민들은 가족관계증명서를 발급받아야 할 때, 국내 친척에게 발급을 요청하고 국제 특송으로 전달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외교통상부와 재외공관에 요청하면 #메일을 통해 하루 만에 받아볼 수 있습니다.


또 지금까지 보험증명서 같은 중요 문서는 반드시 종이문서로만 발급됐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메일을 통해 간단히 주고 받을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종이의 사용을 줄인다는 장점 이외에도 업무 프로세스를 대폭 줄이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보험 계약부터 증명서 발급까지 27단계의 프로세스가 필요했는데 샵메일을 통해 9단계로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려스러운 문제도 있습니다.

역설적이게도 우리가 #메일을 세계 최초로 도입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세계 최초라는 것이 IT 강국의 위상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지만, 자칫 우리만 독자적인 길로 가게 될 우려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IT분야에서 이런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IT강국으로서 다른 나라에 없는 기술과 제도를 도입했는데, 나중에 우리 기술이나 제도와는 다른 방식으로 국제 표준이 생겨버리는 것입니다. 그 결과 우리는 표준에서 소외되고, 다른 나라와 소통되지 않는 기술과 제도를 보유하게 됩니다. 우리만 생태계가 다른 갈라파고스섬과 같이 되는 것입니다.

공인인증서가 대표적 사례일 것입니다. 다른 나라에는 아직 인터넷망도 제대로 깔리지 않은 1999년에 우리는 공인인증서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현재 공인인증서는 전자입찰과 인터넷뱅킹을 시작으로 온라인 증권∙보험, 주택청약∙연말정산, 스마트폰뱅킹∙전자세금계산서, 의료 분야에 이르기까지 그 이용 환경이 생활전반으로 확대됐습니다.

그러나 공인인증서는 IT업계 공공의 적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인터넷발전 초기에 도입하는 바람에 특정 기술에 의존하게 됐고, 글로벌 표준과도 동떨어져 있습니다. 그 결과 마이크로소프트 플랫폼에서만 구동됐고, 스마트 디바이스 시대에 한국 IT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공인전자주소(#메일)도 이처럼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메일은 쓰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습니다. 우리의 IT발전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세계에 없는 기술과 제도를 창출해 냈지만, 나중에 다른 기술과 제도가 국제표준이 되면 #메일 역시 비난 받는 존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최악의 결과를 피하는 길은 우리의 기술과 제도를 국제 표준으로 발전시키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메일의 유지발전도 가능할 뿐 아니라 비즈니스 면에서의 가치도 큽니다. 우리가 닷컴(.com) 인터넷도메인 하나 만들 때마다 미국의 베리사인이라는 회사에 돈을 내듯이 #메일이 우리 IT업계의 먹거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공인전자주소라는 새로운 제도를 만드는 것을 넘어 이를 세계화 시키기 위해 정부와 업계가 공동으로 노력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심재석기자 블로그=소프트웨어&이노베이션]
디지털데일리 네이버 메인추가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