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스포츠 지적재산권·서든어택 분쟁 그리고 극적 타결
- 셧다운제, 정부 규제 본격화…‘테라’ 반응 하락세 이어져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2011년 상반기 게임업계의 키워드는 ‘대립과 반목’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블리자드와 한국e스포츠협회·방송사 간의 스타크래프트 지적재산권 다툼과 넥슨·게임하이와 넷마블 간의 ‘서든어택’ 재계약 분쟁 그리고 ‘셧다운’으로 인한 정부와 게임산업 간의 갈등이 눈에 띄었던 ‘대립과 반목’이다.
이 가운데 e스포츠 지적재산권 다툼과 ‘서든어택’ 재계약 건은 극적 타결로 분쟁이 마무리됐다. 양측 간에 치열한 공방이 이어지다 극적 화해를 했다는 점에서 닮은 경우다. 그러나 셧다운 조항을 포함한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 이르면 11월에 시행을 앞두고 있다. 정부와 업계의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올해 게임시장을 연 블록버스터급 게임 ‘테라’의 등장도 빼 놓을 수 없는 사건이다.
초반 폭발적인 시장반응으로 업계 전체가 술렁였으나, 지금의 분위기는 그때와 차이가 크다. 콘텐츠 수급 문제와 밸런스 불균형 이슈에 제때 대비하지 못한 탓이 컸다. 한게임과 개발사 블루홀스튜디오는 론칭 4개월 만에 서버통합을 시도하고 지난달 대규모 업데이트를 적용하는 등 ‘테라’의 재기에 힘쓰고 있다.
◆‘닮은꼴’, e스포츠 지적재산권과 ‘서든어택’ 재계약 분쟁=올 상반기는 닮은꼴 분쟁이 눈에 띈다. 지난해 불거져 올 5월까지 이어진 블리자드와 한국e스포츠협회·방송사 간 다툼과 넥슨·게임하이와 넷마블 간의 ‘서든어택’ 재계약 분쟁이다.
양측 간에 치열한 공방이 이어지다 결국 극적 타결로 마무리된 사건이다.
스타크래프트 지적재산권 분쟁은 양측이 3년간 물밑 협상을 벌였고 마지막 수단으로 법의 힘을 빌리기로 한 이상 꼬인 실타래가 풀릴 것 같지 않았다. 법정에서도 양측 입장을 재확인하는 공판이 속행됐다.
그러다 지난 3월 곰TV로부터 스타크래프트 국내 독점 라이선스를 건네받은 블리자드가 직접 분쟁에 참여하면서 화해의 물꼬가 트였다. 2개월 만인 지난 5월 양측은 2년간 e스포츠 대회 개최 및 방송권 등의 합의를 발표한다. 블리자드는 방송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을 취하했다.
e스포츠 지적재산권 분쟁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 국내 1위 총싸움(FPS)게임 ‘서든어택’ 재계약을 두고 게임하이와 넷마블의 분쟁이 일어났다.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양측의 날선 공방에 업계 분위기가 점차 싸늘하게 변했다. 게임하이의 모회사 넥슨이 ‘서든어택’ 퍼블리싱 독점 권한을 넘겨받자, 이용자 데이터베이스(DB) 이전을 두고 분쟁이 이어졌다. 양측은 20여 일간의 대립과 반목 끝에 ‘서든어택’ 공동 퍼블리싱 계약을 맺고 분쟁에 마침표를 찍었다.
두 분쟁은 닮은꼴이다. 이용자들을 위한다는 명분을 앞세웠으나 정작 이용자는 안중에 없었다는 것이다. 극적인 협상 타결도 더 이상 지지부진해서는 공멸이라는 결과가 뻔히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게임산업에 대한 이용자들의 불신을 풀어야 하는 숙제가 남았다.
◆‘셧다운’, 정부의 게임산업 규제 신호탄=올해 상반기는 정부 규제가 본격화되는 시기였다고 볼 수 있다. 청소년의 게임접속을 강제 차단하는 ‘셧다운’이 크게 논란거리가 됐다. 셧다운은 밤 12시부터 새벽 6시까지 만 16세미만 청소년의 인터넷게임 접속을 차단하는 제도다.
여성가족부의 셧다운제 추진에 대해 각계에서 “반민주적 법안”이라며 반대표를 던졌다. 그러나 현실은 여성부 편이었다. 일련의 사건사고 때문에 외부의 시선이 따가웠을 때다. “게임을 하면 뇌가 짐승이 된다”는 셧다운을 지지하는 한 인사의 발언은 게임산업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후벼 팠다
결국 셧다운을 포함한 청소년보호법(청보법) 개정안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 이르면 올 11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지난 6월 30일에는 셧다운의 구체적 법안이 담겨있는 게임산업진흥법(게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앞서 국회를 통과한 청보법 개정안은 셧다운의 선언적 규제를 담고 있다. 게임법 개정안은 본인인증과 실명확인 강화, 부모 등의 친권자가 요구할 경우 선택적 셧다운 적용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이르면 12월부터 셧다운제에 따른 본격 규제가 이뤄지게 됐다.
지금 상황은 셧다운에 대한 게임업계의 미진한 대응도 크게 한몫했다. 정부 눈초리가 두려워 적극적으로 반대 의견을 개진하는 업체가 없었다. 중소업체는 대형게임사가 나서주기를 바랐지만, 대형사들은 굼뜬 움직임만 보였다. 게임산업협회장도 3개월 간 공석이었다. 셧다운 규제에 게임업계가 속수무책 당한 이유다.
게임업계는 동일한 규제가 두 법에 나눠지게 된 것을 우려했다. 게임산업 규제에 여성부가 발을 걸치게 된 것도 걱정거리다. 무엇보다 규제 추진과정에 드러난 게임산업에 대한 정부의 무지와 선입견이 못내 업계 마음에 걸린다.
◆‘테라’, 화려한 등장에 이은 가파른 하락세=올해 초 400억원이 넘는 개발비를 들인 블록버스터급 온라인게임의 등장에 시장이 술렁거렸다. ‘테라’ 얘기다.
‘테라’는 더 이상 퍼블리싱 실패를 되풀이 않겠다는 한게임의 굳은 의지에 따라 전폭적인 지원에 더해졌다. 올 1월 ‘테라’는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며 성공적으로 서비스에 들어갔다. 론칭에 이은 상용화 서비스 돌입도 성공적이었다.
웹보드게임에 치중된 이미지 탈피를 위해 한게임은 ‘테라’의 성공이 필요했다. 이렇다 할 퍼블리싱 성공작이 없었던 것도 한게임이 ‘테라’에 사활을 건 이유다. 그러나 회사 측의 바람과는 반대로 일이 진행됐다. ‘테라’가 상용화 서비스 한 달을 넘기면서 삐걱대기 시작한 것이다.
콘텐츠 소진이 가장 큰 문제였다. 업데이트가 아닌 패치수준의 콘텐츠 수급으로는 이용자들의 불만을 무마하기 힘들었다. 캐릭터 간 밸런스 불균형에도 지적이 잇따랐다. 액션게임을 즐기듯 캐릭터를 쉴 새 없이 조종해야 하는 ‘테라’에서 이러한 문제점은 이용자에게 더 크게 다가왔던 것.
상용화 3개월째에 접어들자 이용자 대거 이탈이 감지됐다. 이와 관련해 한게임 정욱 대표대행은 지난 5월 1분기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테라’의 시작은 아이온급이었는데, 지금은 거기에 미치지 못하고 ‘와우’나 ‘리니지2’ 정도의 그룹에서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1위 ‘아이온’을 넘봤던 위치에서 론칭 4개월 만에 가파른 하락세를 겪은 ‘테라’다. 지금은 서버통합을 거치고 ‘파멸의 마수’ 대규모 업데이트가 적용된 상태다. 재도약을 꿈꾸는 ‘테라’의 목표가 이뤄질지 하반기 행보가 주목된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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