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임 자체가 과몰입 원인이라기보다 학업 강요하는 주변 환경이 문제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27일 문화연대와 청소년인권단체 주최로 서울 마포구 상상마당에서 셧다운제의 문제점을 되짚어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날 패널들은 셧다운의 재검토를 요구했다. 그리고 일련의 자극적인 사건사고들의 원인으로 게임을 지목하기에 앞서 청소년의 주변 환경을 점검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토론회 사회를 맡은 정소연 문화연대 대안문화센터 팀장은 셧다운에 대해 “산업은 죽이고 목적은 사라진 법안”이라며 비판의 포문을 열었다.
이와 관련해 게임업계 종사자도 입을 열었다. 김종득 게임 개발자는 “TV에 나와 게임을 마약이라고 하니 나는 이때까지 마약을 만들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올바른 방향을 찾아보지 않고 규제부터 하고보니 게임업계는 죄인이 된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셧다운 적용 대상인 청소년도 자리에 참석해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청소년인권행동아수나로에서 활동 중인 정재환(별칭 검은빛) 청소년은 “지금 청소년은 12시에 들어오는 것이 낯설지 않다”며 “정부가 입시 경쟁 등 근본적인 원인은 찾지 않고 청소년이 문화를 즐길 권리와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정부가 빼앗아 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게임은 공연이나 영화 등의 여타 놀이문화와 달리 청소년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데다 경제적 부담도 덜하다. 청소년들이 밤늦게 들어와서 다른 일에 긴 시간투자가 어렵다보니 게임에 자연히 빠져들게 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청소년의 입장을 게임 과몰입(중독) 자녀를 둔 학부모도 거들었다.
토론회에 참여한 김혜정(45)씨는 게임 과몰입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고등학생 아들을 두고 있다. 오히려 셧다운을 찬성해야 맞을 법한 그가 셧다운을 강력히 비판했다. 김씨는 게임 과몰입의 이유를 게임 자체의 문제가 아닌 주변 환경의 문제로 인식했다.
김 씨는 “셧다운제가 아이들을 게임 과몰입에 빠지기 쉬운 열악한 환경에서 구해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 아이가 중2때 성적 순위를 의식하기 시작했고 가정에서 공부를 관리하면서 게임하기를 시작했다. 아이들에게는 게임이 도피처다. 공간적인 한계로 게임은 가장 쉬운 놀이다. 성적 스트레스도 순식간에 잊을 수 있다. 우리 사회가 공부 이외는 허용하지 않는다. 이에 청소년이 게임과 인터넷에 과도한 의존을 하게 되는 것이다. 사회 환경을 고민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병찬 변호사는 “학교 밖 교육은 부모가 우선권을 가진다. 셧다운은 부모 교육권에 대한 침해가 될 수 있다. 법률에 의한 기본권 제한은 최소한이 돼야 한다. 셧다운제는 역사의 발전을 부정하고 과거로 회귀하겠다는 것.”이라며 셧다운의 위헌성을 꼬집었다.
김민규 아주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정부가 셧다운의 실효성을 강화한다며 규제 내용을 점점 강화하겠다로 나온다. 게임시간 규제가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것에서 나아가 생활과 문화의 문제가 아닌가. 다른 문제에도 이렇게 할 수 있다. 셧다운이 개인생활 규제와 관련된 단초를 제공하는 법안이 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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