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IT 개발자 스토리] 골방 개발자여, 굿바이!
디지털데일리
발행일 2011-05-13 11:31:54
IT 산업의 주인공은 개발자다. 현재 전세계를 호령하는 IT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페이스북 등의 창업자들은 모두 개발자 출신이며, 개발자의 힘으로 현재의 지위에 오를 수 있었다. 현재 이 회사들에 가장 중요한 자산도 개발자들이다. 이는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의 IT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개발자다. 그들의 창의력과 기술력이 IT산업을 이끌어간다.
하지만 국내 개발자들은 주인공 대접을 못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노동강도는 세고, 그에 비해 처우는 좋지 않다는 비판은 이제 지겨울 정도다. IT개발자를 지원하는 청년들이 줄어들었고, IT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져 왔다.
개 발자들은 제대로 자신의 목소리를 낼 기회가 없었다. 미디어는 극단적인 목소리만 담아왔다. 디지털데일리는 국내 리치인터넷애플리케이션(RIA) 대표업체 투비소프트와 함께 국내 개발자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지, 개발자들의 희노애락을 그들이 직접 이야기하는 연재코너를 마련했다. 네 번째 이야기는 투비소프트 프리세일즈 팀 고석률 팀장이 전한다. [편집자 주]
[개발자 스토리] ④ 소통의 기술
필자가 개발을 시작한 무렵인 십여 년 전쯤만 해도 사무실 한쪽 구석에 틀어박혀 입에는 담배를 물고 손으로는 마우스와 키보드를 쉴 새 없이 움직이며 모니터 화면 속 복잡하게 얽혀 있는 소스코드와 사생결단이라도 낼 듯 결투를 벌이고 있는 베테랑 개발자들의 모습은 개발 초년생들에게는 가슴 설레는 동경의 대상이 되곤 했었다.
마치 책상 옆 수북이 쌓여있는 담배 꽁초들은 전쟁에서 승리한 승자의 전리품(戰利品)인양 여겨졌고, 커피를 다 마시고 담배꽁초들을 버린 종이컵의 수는 고수의 실력과 비례라도 하는 것처럼 세어보는 사람들까지 있었다.
그런 개발 고수들의 얼굴에는 강호 무림에 나타난 최고수가 속세에 얽혀지는 것을 싫어하듯 그와 비슷한 표정들이 담겨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그들 중에는 다른 사람과의 대화를 회피하고, 자신의 기술에 대한 고집이 센 괴짜 같은 분들이 많았었다. 혹 그렇지 않은 개발 고수들일지라도 의례히 괴짜에 고집불통일 것이라는 편견으로 아예 주위에서 다가서지 않는 일도 많았었다.
그런데 십 년 전쯤이 아닌 오늘날의 개발자로서 이런 무림 고수의 면모를 보이는 분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아, 무림 고수는 정말 무림에만 있어야 되는구나”하는 생각이 들 때가 가끔 있다.
지금의 IT 환경에서는 대부분의 시스템 개발이 개발자 혼자 끝낼 수 있는 경우가 드물다. 거의 100% 그렇다고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은데, 그래서인지 예전보다 훨씬 회의도 많아지고, 다른 개발자와 의견을 주고 받는 일이 많아져 의견을 조율하는 능력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비단 시스템 개발 환경에서만이 아니라, 기업 환경에서도 기업 성공의 열쇠로 조직의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하고 있는 실정이다. 조직의 커뮤니케이션은 상호 갈등을 최소화하고, 수직적 기업 구조를 타파함으로써 기업을 성공으로 이끌어 주는 토대가 되기 때문에, 경영진이 나서 커뮤니케이션의 솔선수범을 보이고, 조직 커뮤니케이션 활성화로 위기를 극복한 기업 사례들도 소개되고 있다.
그만큼 오늘날의 사회에서는 개인과 조직을 막론하고 상호간 의사소통이 중요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특히, 유기적인 시스템 구축을 위한 개발 분야에 있어서 ‘소통’의 중요성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간혹 대중매체가 천재 개발자들의 모습을 어두운 골방이나 혹은 연구실에서 혼자 연구에 몰두해 있는 괴짜 스타일로 표현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때문에 개발자에 대한 환상 아닌 환상을 가진 사람들이나, 그런 모습을 멋있다고 생각하고 개발자가 되려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그러나 개발 현장에 투입되어 직접 체험을 해보라. 이상과 현실에는 차이가 있는 법. 괴짜의 독단적인 캐릭터로는 실제 고객 사이트에 나가 다수의 인력들과 함께 하나의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기란 힘들다.
예전의 환경에서는 멋져 보였을지도 모를 ‘나 홀로식 카리스마’는 현재의 개발 환경에서는 그야말로 ‘칼 있으마’로 주변의 동료나 고객들에게 경계 대상이 되기 십상이다. 과거에는 다른 업무 분야와는 달리 폐쇄적인 의사소통이 어느 정도 가능했겠지만, 이제는 커뮤니케이션을 바탕으로 한 조화로운 협업이 개발자들에게 특히 더 중요해졌다. 즉 성공적인 의사소통이 성공적인 개발의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
필자가 이렇게 다른 사람의 질문에 답하는 자세를 커뮤니케이션 능력으로 결부 짓는 이유는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것이 단지 언어에 국한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은 언어와 함께 눈짓, 손짓, 표정, 자세, 태도 등 사람이 가진 모든 표현법들을 가지고 소통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나와 함께 같은 공간을 공유하고 함께 일하고 있는 우리의 협력자들에게 서로 많이 배려하고 있다는 신뢰 표시를 해줄 필요가 있다. 이제라도 옆자리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동료 개발자에게 고개를 돌려 활짝 웃는 얼굴로 말을 걸어보자.
<투비소프트 프리세일즈 팀 고석률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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