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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개발자 스토리] “하필이면 그 순간에”…머피의 법칙

IT산업의 주인공은 개발자다. 현재 전세계를 호령하는 IT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페이스북 등의 창업자들은 모두 개발자 출신이며, 개발자의 힘으로 현재의 지위에 오를 수 있었다. 현재 이 회사들에 가장 중요한 자산도 개발자들이다. 이는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의 IT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개발자다. 그들의 창의력과 기술력이 IT산업을 이끌어간다.

하지만 국내 개발자들은 주인공 대접을 못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노동강도는 세고, 그에 비해 처우는 좋지 않다는 비판은 이제 지겨울 정도다. IT개발자를 지원하는 청년들이 줄어들었고, IT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져 왔다.

개발자들은 제대로 자신의 목소리를 낼 기회가 없었다. 미디어는 극단적인 목소리만 담아왔다. 디지털데일리는 국내 리치인터넷애플리케이션(RIA) 대표업체 투비소프트와 함께 국내 개발자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지, 개발자들의 희노애락을 그들이 직접 이야기하는 연재코너를 마련했다.
두 번째 이야기는 투비소프트 프리세일즈 팀 고석률 팀장이 전한다 [편집자 주]


[개발자 스토리] ② 머피의 법칙

DJ Doc라는 그룹이 부른 대중 가요 중에 ‘머피의 법칙'이라는 노래가 있다.

가사 내용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잘못될 가능성이 있는 일은 꼭 최악의 순간에 터져버린다는 내용으로 일이 좀처럼 풀리지 않고 갈수록 꼬여만 가는 상황에서 쓰는 말이다.

아마도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저마다의 머피의 법칙이 작용하는 순간들이 있을 것이다.

필자에게도 예외 없이 이 머피의 법칙이 일어나는 상황들이 있는데, 하필이면 꼭 프로젝트 수행 중에 발생하는 것이 문제이다.

처음에는 태연하게 넘어갈 수 있지만, 그런 상황이 한두 번 더 반복적으로 일어나게 되면 마치 외상 후 스트레스를 입은 것처럼 비슷한 상황만 되어도 아예 그 상황 자체를 회피하려고 하게 된다.

벌써 한 십 년 정도 지난 일인데, 모 업체에서 결제관련 화면 개발을 담당했던 적이 있었다. 당시 개발을 했던 화면은 웹 페이지 내(內)에서 자신이 사용하고자 하는 한글로 된 도메인을 검색하고, 등록이 안되어 있으면 바로 결제하여 개인이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한글 도메인 등록 결제 시스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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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투비소프트.kr을 www.tobesoft.co.kr대신 사용하고자 할 때 이 시스템을 이용한다. 지금은 아무리 주변을 둘러봐도 사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 같은데, 그 때만 해도 사용자의 편리성을 강조한 시스템으로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었다.

해당 결제시스템은 도메인을 사고 파는 것이 주요한 업무였기 때문에, 그 결제 부분을 담당하고 있던 필자로서는 개발에 굉장히 조심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은 대다수의 개발자 분들이 다 알고 있겠지만 그 처리 절차는 대략 이러하다. 사용자가 선택한 도메인 정보와 카드번호를 입력 받으면 나머지 결제 승인에 필요한 추가 정보와 함께 전자결제업체의 솔루션에 넘겨주고 처리 결과를 받아 사용자에게 결과를 통보하면 되는 단순한 프로세스이다.

시스템 오픈을 앞두고 해당 업체의 최고 담당자 앞에서 중간 시연을 해야 하는 날이었다. 사실 고객의 요구 사항 변화로 결제시스템 연동 부분을 매우 급하게 개발해야 했던 상황이었던 터라, 시연 전날 밤을 꼬박 새우며 정상적으로 결제가 되는 일련의 개발 과정을 완료하고 테스트까지 해보았다.

시연 당일 직전 테스트까지 모든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름 자부심을 가지고 시연 장소에 참석을 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시연의 가장 첫 번째 순서였던 결제부분이 동작 자체를 하지 않는 것이었다.

필자가 밤을 새우며 수십 번도 넘게 테스트했던 바로 그 부분이었다. 당연히 해당 프로젝트의 매니저는 허리를 90도로 숙여 연신 고객에게 죄송하다고 사과를 했고, 아예 시연 자체가 취소돼 버렸다.

한번쯤 비슷한 경험을 해보신 분들이라면 공감하시겠지만, 실제로 이런 일이 닥치면 정말 얼굴은 빨갛게 달아오르고, 등줄기에는 식은 땀이 절로 흘러내리며, 다리는 후들거린다.

지금 생각해 보아도 아찔하다. 그 당시에는 정말 지구에서 아예 사라져버리고 싶을 정도로 창피하고 같이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개발자 분들께는 죄송한 마음에 몸 둘 바를 몰랐었다.

나는 시연장을 나오자 마자 왜 그런 사태가 벌어졌는지 상황을 되짚어가며 살펴보기 시작했다. 물론 문제는 필자에게 있었다.

매뉴얼 만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었던 필자는 시연 당일 아침 아홉 시가 되자마자 급한 마음에 고객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고, 너무도 어이 없이 밤새도록 테스트 했던 그 소스부분에 그 담당자가 해주었던 이야기들을 주저리 주저리 타이핑을 해 놓았던 것이었다.

그 사실을 발견한 순간, 정말 스스로 생각해도 “미친 거 아냐?”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어이가 없었다.

주변을 살피다 보면, 촉박한 업무 일정에 쫓겨 필자와 같이 예상하지도 못한 어이없는 실수로 중요한 순간에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데, 그 때마다 모두 '머피의 법칙'을 떠올리며 놀란 가슴을 부여잡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에는 다 이유가 있다(Everything happens for a reason)’는 유명한 격언과 같이 세상에 그 어떤 시련도 이유 없이 찾아오는 법은 없다.

대부분 급박한 상황에 처해 정상적인 절차를 무시하거나 필자처럼 서둘러 작업을 하다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급할수록 돌아가고, 돌다리도 두들겨 보려는 노력”으로 차근차근히 업무 일정들을 수행해 나간다면, 분명 머피의 법칙도 자신에게 계속해서 유리한 일들만 일어나는 ‘샐리의 법칙’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투비소프트 프리세일즈 팀 고석률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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