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오병훈기자] 전세계 AI 주요국이 ‘파리 AI 행동 정상회의(이하 AI 정상회의)’에 모여 ‘안전한 AI’에 대해 논의한다. 딥시크 파장 등으로 AI 산업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이 증폭한 상황인 만큼, AI 정상회의를 통해 각국이 전하는 메시지와 의제에도 눈길이 쏠리고 있다.
AI 정상회의는 10일(현지시간)과 11일 양일간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개최된다. 이 국제 정상회의에는 전 세계에서 100여개국과 1000명이 넘는 민간 부문 및 시민 사회 대표가 참석해 ▲공익AI ▲AI와 노동의 미래 ▲AI 혁신과 문화 ▲신뢰 가능한 AI ▲글로벌 AI 의사결정구조(거버넌스) 등에 대해 논의한다.
한국에서는 정부 관계자로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메인 스테이지 연사로 참여한다. 유 장관은 ‘경쟁력 있고 지속 가능한 글로벌 AI 생태계 확장’을 주제로 논의하는 무대에 오른다. 해당 스테이지에는 김상협 글로벌녹생성장연구소(GGGI) 사무총장도 함께 참석해 같은 주제로 의견을 나눈다. 국내 기업 관계자 중에서는 최수연 네이버 대표, 전경훈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배경훈 LG AI연구원장, 김우승 크라우드웍스 대표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수장들도 회의에 참석하기로 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 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CEO, 아르튀르 멘슈 미스트랄 AI 공동창업자 등이 한자리에 모인다.
◆딥시크 양면성에 주목한 세계…美中 신경전도 주목
올해로 3회째를 맞은 AI 정상회의는 주로 ‘안전과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논의가 전개됐다. 지난 2022년 오픈AI ‘챗GPT’ 등장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AI와 관련해 AI의 안전한 성장과 부작용 최소화 등을 목표로 각국 동향과 계획 등을 공유하기 위함이다. 올해는 딥시크 파장 등으로 AI에 대한 관심도가 최고치에 이른 만큼, 이번 파장을 주제로 한 각종 의제들이 화두에 오를 것으로 풀이된다.
딥시크 파장을 지켜본 세계는 기대감과 우려의 시선을 동시에 보냈다. 먼저, 시장의 관심을 고비용·고사양 중심의 AI 모델에서 효율 중심 AI 모델 개발 시장으로 옮기고, AI 시장 진입장벽 등을 낮추는 등 AI 확장에 새로운 동력을 마련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이는 결과적으로 AI 후발주자와 스타트업 등에게는 새로운 기회로 다가올 수 있는 부분이다.
다만, 딥시크로 인해서 AI 모델 안정성 문제와 정보보호 문제도 다시금 수면 위로 올라왔다. AI 모델을 통해 불법적인 정보를 입수하는 ‘프롬프트 제일브레이팅(탈옥)’ 문제, AI 자체 취약점을 노린 백도어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안전한 AI 사용에 대한 의제도 함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딥시크가 중국 기업이라는 점은 국가 간 데이터 안보·주권 문제로도 이어진다. 검열과 사찰 정보 수집이 빈번한 것으로 알려진 중국 특성상 딥시크를 통해 수집된 정보들이 중국 정부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세계 각국 정부기관은 딥시크 차단 조치에 들어간 바 있다.
올해 AI 정상회의 의제 또한 딥시크 파장을 통해 드러난 문제들과 연관이 깊다. 프랑스 정부는 행사 공식 홈페이지에서 회의 주제를 소개하며 “AI에 대한 개방적이고 포괄적인 진전을 논의하고, AI 주권과 독립에 초점을 맞춘 접근 방식에 대한 명확한 약속에 따라 이번 정상회의를 개최한다”며 “AI 기술 개발에 내재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각국이 약속을 이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AI 규제와 관련한 각국 입장차도 이번 회의에서 눈여겨 볼만한 관전포인트다. 지금까지 통상적으로 유럽연합(EU) 소속 국가들은 AI의 위험성에 초점을 맞추며 규제 중심 정책을 펼친 바 있다. 전 세계 최초 AI 법인 ‘EU AI act’ 등을 통해 AI에 내재된 위험성에 미리 대응하고자 했다. 반대로 미국에서는 산업 진흥 중심의 정책을 펼쳐왔다. 일례로 트럼프 정부는 AI 프로젝트 기업 ‘스타게이트’ 설립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AI 정상회의는 주로 AI 안전에 초점을 맞춘 논의가 이어지는 자리다. 지금까지 회의 주제들 대부분 ‘AI 지속가능성과 투명성’ ‘노동과 AI의 연관성’ 등에 집중됐다. 앞서 2회에 걸친 회의에서는 잠재된 위험에 대응할 수 있는 구체적인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에 의견이 모아지는 모습이다. 다만, 미국 기업 입장에서는 유럽이 안전 중심 논의에 치중하는 상황은 달갑지 않은 부분이다. 유럽 규제가 강화될 수록 기업 입장에서는 글로벌 시장 확장을 위한 규제 준수 비용 등이 추가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트먼 CEO는 회의 개최 직전인 지난 8일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를 통해 유럽의 규제 중심 논의를 비판하는 취지 기고문을 게재 했다. 그는 “유럽 당국은 AI 규제가 초래할 미래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성장과 일자리, 발전을 원한다면 혁신가가 혁신하고, 개발자가 개발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전했다.
딥시크를 선보인 중국 정부와 미국의 신경전도 주목해 볼 부분이다. 이번 회의에는 J.D 밴스 미국 부통령과 장궈칭 중국 국무원부총리가 참석한다. 양 국가는 최근 딥시크를 사이에 두고 지속적인 설전을 벌인 바 있다. 미국 진영에서는 딥시크가 데이터를 무단으로 활용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주장하고 나섰으며, 중국 언론에서는 이에 맞서 “딥시크를 대상으로한 ‘분산서비스거부 공격(DDos, 디도스)’이 지속되고 있으며, 공격 배후에는 미국이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한국은?…글로벌 AI 주도국 행렬에 끼려면
한국 정부는 지난해 개최된 ‘AI 서울 정상회의’에서 AI 안전과 관련해 글로벌 각국 의견을 종합한 ‘서울 의향서’ ‘서울 선언’ ‘AI 안전 서약’ 등을 공개한 바 있다. AI 산업이 본격 확장되기 시작한 직후 국제정상회의를 한국에 유치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이후 정부는 AI 3위권(G3) 국가를 표방하며 각종 AI 지원 정책을 발표했으며, 주요국과 함께 AI 안전 연구 공조를 수행하는 ‘AI안전연구소’ 등을 설립한 바 있다.
이번 AI 정상회의에서 한국 정부 및 기업이 어떤 방식으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 대표로 참석하는 유상임 장관은 지난 4일 진행된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AI 안전 문제와 관련해 의제를 주도하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지난해 세계 다섯번째로 AI 안전연구소를 세운데 이어 전세계 두번째로 AI법을 제정한 만큼, AI 정상회의에서도 유의미한 결과를 내겠다는 의지다.
다만, 일각에서는 한국 정부가 국제 무대에서 안전 등에 대한 논의를 주도하는 것도 좋지만, 산업 성장 지원에도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AI 기술 특성상 트렌드 변화 속도가 빠른 만큼, 지금 시기는 발전에 집중해야 하는 ‘골든 타임’이라는 취지다. 즉, 글로벌 AI 안전 의제를 주도하는 국가 되기 위해서는 AI 기술력 위상 또한 놓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반도체 중심 AI 지원책 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대상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업계 및 국회에서 지속되고 있다. 딥시크 파장의 본질 자체는 AI 소프트웨어의 성장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이 사태를 계기로 국내 AI 소프트웨어 시장에 더 큰 관심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해민 의원(조국혁신당)은 지난 4일 개최된 더불어민주당 과학기술혁신특별위원회 간담회에서 “하드웨어 반도체에 집중됐던 AI 담론을 소프트웨어까지 확장할 수 있는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딥시크 파장 의미는 AI 소프트웨어 성장 시계는 더 빨라지고, 사용자 선택이 다양해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한 AI 기업 관계자는 “AI 소프트웨어를 비롯한 AI 서비스 기업에 지원이 거의 전무하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며 “기술 지원도 좋지만, 여기에 더해서 서비스를 해외 시장에 빼앗기지 않으려면 한국 서비스 기업의 해외 진출, 국내 마케팅 지원, 정부 차원에서의 AI 서비스 도입 등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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