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강소현기자] 오픈랜(OpenRAN·개방형무선접속망) 실증사업 확대에 앞서, 정부가 사업화 영역 등 구체적인 전략을 설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략 없는 실증은 사업화 단계로 넘어갈 수 없다는 지적이다.
최성호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PM은 5일 강원 용평리조트에서 동계종합학술발표 일환으로 진행된 '개방형 무선접속네트워크 패널 토론'에서 “(정부가) 실증사업을 확대한다면, 어떤 전략으로 나아가면 좋을지 산학연 의견을 모으는 과정이 필요하겠다”라며 이 같이 밝혔다.
오픈랜은 통신장비 간 연결에 필요한 인터페이스(API) 등 소프트웨어 요소를 하나로 통일해 서로 다른 제조사의 장비를 연동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로, 이날 토론회는 오픈랜의 기술 현황과 전략에 대해 공유하고자 마련됐다.
무선접속망(RAN)을 구축하는 새로운 방식인 오픈랜은 5G 성숙기 돌입에 따른 이통사의 투자 위축으로 불안정한 국내외 통신장비 시장 상황을 타개할 해결책으로 제시됐다.
기존에는 통신사가 운영의 용이성을 위해 일반적으로 1~2개사의 통신장비 만을 이용, 특정 통신장비에 종속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특히,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이 특정 기업이 독점하는 형태로 변질될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오픈랜은 이에 대응하고자 도입됐다.
즉, 중소 장비 제조사 역시 네트워크 장비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백용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입체통신연구소장은 “오픈랜으로 기지국 기능을 다양하게 분리하면서 각 기능별로 여러 사업자가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게 됐다”라며 “전세계에서 33개 국가, 50개 통신사가 오픈랜 기술 도입을 시작했으며, 이전까지 무선접속망이 도입되지 않은 그린필드 중심이었다면 올해부턴 그라운드 필드에서 (도입이) 본격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일본에서도 자국 네트워크 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에서 오픈랜 활성화에 힘쓰고 있다. 오픈랜은 크게 ▲가상화 기지국 ▲오픈 프론트홀 ▲RIC(RAN Intelligent Controller)로 구성되는데 이 중에서도 미국은 가상화 기지국, 일본은 오픈 프론트홀 관련 기술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
이상민 SK텔레콤 팀장은 “일본 NTT도코모는 풀 오픈 프론트홀로 5G(5세대이동통신)를 상용화했다”라며 “무선신호처리부(RU·Radio Unit)는 자국 로컬 벤더, 분산장치(DU·Distributed Unit)는 글로벌 벤더를 사용했는데 이는 자국 네트워크 사업을 보호하고 활성화하기 위함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오픈 프론트홀에서 북미는 이제 막 실증 단계에 돌입한 다중입출력장치(Massive MINO)를 표준으로 채택해 가상화 기지국에 좀더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버라이즌의 점유율이 가장 크고, AT&T도 에릭슨과 손잡고 가상화 기지국 설립 계획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우리 정부도 오픈랜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적극적인 지원에 나섰다. 앞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민·관, 대·중소기업 간 협력 구심점인 '오픈랜 인더스트리 얼라이언스(ORIA)' 출범시키고, "오픈랜이 기술패권 경쟁을 선도하기 위한 핵심 요소로 주목받고 있는 만큼 ORIA를 중심으로 협력과 상생의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증사업도 진행했다. 지난해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는 ‘오픈랜 실증단지 조성 실증과제’를 통해 국내 기업의 개방형 오픈랜 장비·솔루션 개발 및 상용화 지원에 나선 것이다. 국내 기업이 글로벌 시장을 선점할 레퍼런스를 만들 수 있도록 실제 상용망 수준의 실증환경을 만들어준 것이다.
정재훈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과장은 “정부는 사업자의 오픈랜 상용화을 지원하기 위해 개방형 표준에 맞춰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시험소 개소 비용을 지원했고, 레퍼런스를 구축할 수 있도록 실증사업을 추진했다”라며 “(지난해) 10억원 규모였다면, 올해는 40억원 정도로 예산을 확충해 시범망을 고도화하고, 시범망에 필요한 솔루션을 실험해볼 수 있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향후 실증사업을 확대하기에 앞서, 미래 사업화 가능성까지 염두한 구체적인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제언도 이뤄졌다.
최성호 TM은 “정부가 단계적으로 실증망을 확대해나간다면, 예컨대 소프트뱅크나 T모바일(T-mobile)의 사례처럼 오픈랜 테스트망을 구축한 뒤 거기에 AI 기능을 탑재해 AI 서비스까지 검증해볼 수 있는 AI-RAN 실증망 구축 등의 보다 구체적인 전략을 가지고 실증망을 확대해나갈 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동구 연세대 교수도 “실증을 위한 실증이 되어선 안된다”라며 “실증에서 끝나버리면 출발부터가 어렵다. 본사업으로 이어지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공감을 표했다.
이와 관련해 글로벌 오픈랜 시장에서 국내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갖출 만한 사업 아이템들도 다양하게 제시됐다.
이상민 팀장은 “다중입출력장치 표준의 오픈 프론트홀 개발도 좋은 사업아이템이 될 것 같다”라며 “RU에서 칫셉은 퀄컴·인텔이 장악하고 있지만, 장비와 기지국에 연동시키는 기술은 우리 중소기업들도 충분히 개발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중소기업에 RU를 개방해주는 등 생태계를 함께 만들어가려는 국내 메이저 벤더들의 노력이 필요하겠다”고 말했다.
다중입출력 장치 표준의 오픈 프론트홀과 같은 하이엔드 제품에서 특화망 장비 등 로우엔드 제품으로 확대하는 투트랙 전략도 제안됐다.
장경희 인하대 교수는 “특화망 시장에서 장비 다양성이 떨어진다”라며 “특정 사이트에 한정해 장비를 활용해야하니 가격 경쟁력이 중요한데, 다중입출력 장치 표준의 오픈 프론트홀과 같이가는 양방향 전략을 구축하는 것은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상민 팀장은 “퍼블릭 망과 달리, 특화망에서 어려운 부분은 수요가 적다는 것이다. 이 말은 즉, 중소기업이 몇 개 팔지도 못하는데 개발비가 더 드는 상황이 될 수 있는 것”이라며 “물론, 전세계 특화망 시장을 바라본다면 충분히 사업성이 있을 것이라 한다. 이 부분에서 중소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고 SK텔레콤이나 다른 대기업도 같이 기여해야할 부분이라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vRAN·O-RAN과 함께 최근 부상중인 AI-RAN에 대한 대응 방안도 모색됐다.
김대중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본부장은 “개방화가 오픈랜의 핵심이었다면, 최근엔 가상화·지능화로 오픈랜의 개념이 확대되고 있다. 그 중심엔 AI-RAN이 있다”라며 “결국 AI 기능이 RAN에 들어와야하는데, 리얼타임 서비스를 RAN으로 작동할 수 있냐가 주요 이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규 교수는 “앞으로 오픈랜이 되고, 나아가 AI-RAN이 되려면 인프라가 뒷받침해줘야한다”라며 “RAN 디지털 트윈 시스템(RDTS) 등에 올려 기술의 경쟁력을 높여야 하는데, 우리는 (그러한 플랫폼이) 없다고 본다. 통신사는 통신사대로 제조사는 제조사대로 분산되어 따로 개발하고 있는데, 경쟁력을 높이려면 같이 힘을 합해야 할 때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정재훈 과장은 “과기정통부 차원에서 AI-RAN 초기 기술개발 단계에서 미국에 필적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하기 위한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한국통신학회(KICS)가 진행하는 동계종합학술발표는 오는 7일까지 강원도 평창(용평리조트)에서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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