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글로벌 빅테크들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우리나라 역시 경쟁력 확보를 위한 종합 대책 수립에 나섰다. 그간 데이터센터 관련 산업진흥과 규제개선을 요구해온 업계에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1분기에 ‘국가 AI 컴퓨팅센터’ 설립과 범용인공지능(AGI) 연구개발(R&D)을 위한 데이터센터 규제개선 등을 포함하는 ‘AI 컴퓨팅인프라 종합대책’을 수립할 계획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2025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산업계 관련 대책으로 AI 활성화 지원책을 핵심사안으로 언급한 바 있다.
이 중 데이터센터 업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것이 이 AI 컴퓨팅인프라 종합대책이다. 생성형 AI 등장 이후 고성능 연산과 대량 데이터 처리가 필요해지면서 AI에 최적화된 데이터센터 등 AI 컴퓨팅인프라의 역할도 매우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글로벌 빅테크들은 이미 앞장서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막대한 투자를 쏟아붓고 있다. 지난 3일(현지시간) 마이크로소프트(MS)는 AI 기술 구현을 위한 데이터센터에 연간 800억달러(약 117조7600억원)를 투자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아마존·MS·구글·메타 4곳의 설비투자액 총합이 2090억달러(약 288조원) 규모인 점을 감안하면, 올해 빅테크들의 AI 데이터센터 설립 경쟁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단일 기업이 이 정도 대규모 투자를 따라잡기 힘들기 때문에, 국가적 차원에서 AI 컴퓨팅 인프라 역량을 제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 일환으로 추진되는 AI 컴퓨팅인프라 종합대책을 두고, 업계에선 AI 데이터센터 관련 정부 정책이 처음으로 추진되는 것인 만큼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컴퓨팅 인프라 외에도 건설·전력·통신 등 다양한 요소가 결합된 데이터센터 산업은 그동안 여러 정부부처에서 규제가 산발적으로 적용되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 대책을 통해 종합적인 시각에서 규제개선과 진흥에 초점을 둔 정책방향이 나오길 바라는 분위기다.
데이터센터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AI 데이터센터 수요가 엄청나게 증가할텐데 공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할 수 있다”며 “정부의 분산에너지활성화특별법과 전력계통영향평가 등 전력규제로 인해 수도권 데이터센터 설립이 막히고 있는데, 정작 고객사들은 다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괴리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I 데이터센터 특성에 맞게 전력분산 정책도 종합대책 안에서 재고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탄핵정국으로 AI 정책 추진동력이 주춤하면서, 가장 중요한 예산 편성도 차질을 빚고 있어 우려도 섞인다. 실제 이번년도 관련 예산에는 GPU 구매 지원 및 국가 AI 컴퓨팅센터 관련 예산이 일부만 반영된 상태다. 생성형 AI 열풍에 따른 GPU 고비용 현상과 4조원 규모로 추진될 국가 AI 컴퓨팅센터 설립이 제대로 추진되려면, 조속한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을 통해 적정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번 AI 컴퓨팅인프라 종합대책의 핵심이 될 국가 AI 컴퓨팅센터 설립 방안도 보다 구체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0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제4차 클라우드 기본계획’에 따르면, 국가 AI 컴퓨팅센터는 특수목적법인(SPC) 형태 민관합작으로 최대 2조원을 투입해 오는 2030년까지 1엑사플롭스(EF) 규모로 지어지게 된다. 1EF는 엔비디아 최신 GPU ‘H100’을 1.5만장 사용할 수 있는 성능 수준이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2조원 규모 민간 투자까지 끌어내겠다는 게 정부 목표다.
현재 국내 주요 클라우드 및 IT 기업들이 지분투자나 컨소시엄 참여 등의 형태로 이 프로젝트에 협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정작 업계에선 신중한 기류가 읽힌다.
국내 한 클라우드서비스제공사(CSP) 관계자는 “앞으로 AI 수요가 빠르게 확대된다지만, 아직 서비스랄 게 많이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며 “만약 수요 확보가 안 된다면 국가 AI 컴퓨팅센터 물량의 상당수를 스스로 소화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데이터센터에 장비만 채워넣어도 최소 몇천억원이 들어가는 수준”이라며 “막대한 투자를 유인할 방안 제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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