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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채성오기자] 지난 12일 4개 에피소드를 추가 공개하며 서사를 완성한 '우씨왕후'는 다소 김이 샌 듯한 형태로 마무리됐다. 고구려를 배경으로 각 부족과 개인의 욕망을 위해 달려왔던 서사는 파트2(5~8화)를 기점으로 급격히 힘이 빠진 모양새다.
◆잔뜩 깔린 '욕망의 판도라 상자'…열 생각도 없었다
우씨왕후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욕망'이다. 고구려 왕 '고남무(지창욱 분)'를 비롯해 ▲황후 우희(전종서 분) ▲국상 을파소(김무열 분) ▲태시녀 우순(정유미 분) ▲셋째 왕자 고발기(이수혁 분) ▲왕당의 대모달(대장) 무골(박지환 분) ▲첫째 왕자 고패의(송재림 분) 등 모두가 각자의 욕망을 쫓는다.
고구려의 9대 왕인 고남무는 국가의 안녕과 황후 우희를 지키는 것을 최우선에 둔 인물로 그려진다. 5000명의 군사를 이끌고 후한 침략군 3만명을 물리쳐 영토를 회복할 정도로 강한 카리스마를 지녔지만 우희에게는 늘 따뜻하게 다가가는 인물이다. 전쟁 후엔 우희를 외면하는 모습도 보이지만, 실상은 외부 세력으로부터 그녀를 지키기 위해 계산된 행동이었음이 드러난다.
이런 고남무를 그림자처럼 보필하며 고구려 전체를 통솔하는 국상 을파소도 파트2에서 본격적으로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가문의 원한을 풀기 위해 졸본의 수장 '연비(박보경 분)'를 찾아갔던 을파소는 자신만의 계획을 공유하는 한편 이를 서서히 실행하며 고구려 왕족인 고씨 가문의 몰락을 도모한다. 다만, 이 과정에서 우희의 형사취수혼(형이 죽은 뒤 동생이 형수와 결혼해 함께 사는 혼인제도)이 예상 밖을 벗어남에 따라 을파소의 계획도 흔들리게 된다.
극을 이끌어가는 우희 역시 '가문 존속'과 '권력 유지'라는 욕망을 전면에 표출한다. 고구려 둘째 왕자(고남기)와 혼인할 당시에도 가문을 지키기 위해 본인이 직접 나섰던 우희는 왕의 죽음으로 또 한 번 가문의 위기가 찾아오자 형사취수혼을 받아들인다. 겉으론 나라의 혼란과 분열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것처럼 행동하지만 그 이면엔 가문을 지키면서도 본인이 쥔 권력을 놓지 않으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
특히 자신의 자리를 넘보는 우순의 속내를 알아채고 활로 쏴 죽인 후에 '흰 호랑이 부족에게 죽었다'고 거짓말을 하는가 하면 형사취수혼이 죽은 왕의 명령이라고 둘러대는 등의 행동은 우희가 자신의 욕망 앞에 얼마나 이기적이고 잔인한 인물인 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왕후가 되고 싶었던 우순, 고구려의 새로운 왕이 되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셋째 왕자 고발기, 고발기를 이용해 다시 권력을 되찾고 싶어하는 첫째 왕자 고패의, 형수만 바라보는 변태성욕자 넷째 왕자 고연우에 이르기까지 우씨왕후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각자 본인이 생각하는 욕망을 위해 움직인다.
이처럼 우씨왕후 안에선 각자의 욕망이 동시 다발적으로 폭발하지만 그 누구도 속 시원한 마무리를 맺지 못했다. 마지막 화인 8화에서 고발기 연합군과 우희의 전쟁의 시작을 알린 채 급하게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1화 첫 장면과 8화 엔딩에서 우희가 황금갑옷을 입은 채 전투에서 승리하는 장면을 넣어 장기집권할 가능성을 보여주지만 지금까지 진행돼 온 서사와 전개를 감안하면 중요한 알맹이를 빼먹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물론, 제작진이 시즌2나 스핀오프(파생작)를 염두에 뒀거나 극적 여운을 남기기 위해 내린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고연우(산상왕)를 역사와 다르게 변태·겁쟁이처럼 묘사하고 역사 기록에서 찾아볼 수 없는 여성 수장을 전면에 배치하는 등 심각할 정도의 고증 오류까지 범하면서 극을 창조한 만큼, 최소한 극적 허용을 용납할 정도의 '개연성' 정도는 확보해야 하지 않았을까. 티빙의 첫 사극 도전기인 우씨왕후가 아쉬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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