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안나기자]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를 상징하는 전광판들이 꺼지고 TV에서 갑자기 방송이 나오지 않는다면, 공항에서 발권 시스템이 작동을 하지 않고 의료현장에서 진료 예약과 의료 기록이 열리지 않는다면 어떨까요.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겪으며 ‘대혼란’에 빠질 텐데요.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지난 19일 발생한 초유의 IT 대란은 전세계 항공·의료·미디어·물류·행정 등 수많은 인프라를 마비시켰습니다. ‘온라인으로 연결된 세상’은 평소엔 더할 나위 없는 편리함을 제공했지만, 문제가 생겼을 땐 어느 때보다 피해를 초래했습니다.
이번 사태 원인은 크라우드스트라이크 보안 소프트웨어가 업데이트 과정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 운영체제(OS)와 차질을 빚으며 발생했습니다. 기업용 PC에 ‘블루스크린’이 뜨는 것을 시작으로 MS 애저 클라우드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대대적 전산마비가 발생했습니다.
국내에선 이스타항공, 에어프레미아, 제주항공 등 국내 항공사 3사 발권 시스템이 멈췄다가 12시간만에 복구됐는데요. 이들 승객 서비스 시스템 ‘나비테어’가 MS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를 이용했기 때문이었습니다.
MS는 “결함 해결을 위한 가장 효과적 접근방식을 위해 아마존웹서비스(AWS)와 구글클라우드플랫폼(GCP)와도 협력하고 있다”며 “이 사건은 글로벌 클라우드 제공업체, SW 플랫폼, 보안 공급업체 및 사용자 등 광범위한 생태계가 서로 연결돼있음을 보여준다”고 했습니다.
이번 IT대란을 겪으면서 급성장하고 있는 클라우드 시장에 경고등이 커졌습니다. 외국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 원인이 궁극적으로 빅테크를 중심으로 한 일부 기업이 장악하고 있어 이 특정 기업 서비스에 과도하게 의존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죠.
시너지 리서치 그룹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전 세계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은 AWS 31%, MS 애저 25%, 구글 클라우드 11%를 차지합니다. 기업 3곳 점유율이 70%에 육박하는 셈입니다.
이전에도 클라우드 서비스 장애로 인한 사고는 여러 차례 발생했습니다. 2017년엔 AWS가 4시간여 동안 서비스 장애로 전 세계 수만개 웹사이트가 먹통 된 적이 있고요. 2020년엔 구글 클라우드가 1시간여 동안 장애가 발생해 일부 서비스에 차질을 빚었습니다.
국내에선 크라우드스트라이크 점유율이 낮아 상대적으로 피해가 미미하긴 했지만, 지난 2022년 10월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화제로 ‘카카오톡 먹통’ 사태가 발생해 대란이 일어났었습니다. 당시를 떠올리면 한국 역시 이같은 IT대란을 언제든 겪을 수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정 기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방안으론 멀티클라우드 전략이 언급됩니다. 단일 클라우드가 아닌 복수의 클라우드 제공회사를 통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인데요. 서비스 제공업체를 다변화해 한쪽에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다른 한쪽에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단 이 방법은 국내 기업들에 아직까진 ‘이상적인 방법’에 그칠 수 있습니다. 구축형 위주로 서비스를 해온 국내 기업들이 클라우드를 하나 도입하는 것만으로도 큰 비용이 들어가는데요. 여러 개를 도입하고, 또 이들끼리 호환을 시키는 건 그만큼 비용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현실적 방안을 위해선 업계와 정부가 머리를 맞대야할 것 같습니다.
아래는 지난주 국내에 전해진 국내외 클라우드 관련 소식입니다. 개별 기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원하시는 분은 기사 제목을 검색하면 전체 내용을 읽으실 수 있습니다.
◆오라클, 클라우드용 데이터 아키텍처 ‘엑사데이터 엑사스케일’ 출시=오라클은 오라클 데이터베이스(DB) 워크로드를 위한 최대 성능을 제공하는 클라우드용 지능형 데이터 아키텍처 ‘엑사데이터 엑사스케일’을 정식 출시했다. 엑사데이터 엑사스케일은 엑사스케일 인프라스트럭처 기반 엑사데이터 DB 서비스 및 오라클 클라우드 인프라스트럭처(OCI) 기반 오라클 DB 23ai와 함께 사용 가능하다.
◆LG CNS-카카오엔터프라이즈, 인도네시아서 클라우드 사업 손잡나=LG CNS와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 현지 클라우드 사업을 위한 합작법인 설립 포함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 합작법인이 출범하게 될 경우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프라이빗·하이브리드 클라우드 구축 및 고도화를 제공하고 LG CNS가 클라우드 관리서비스제공(MSP) 역량을 보태는 식으로 현지 클라우드 수요를 발굴·선점할 것으로 예상된다.
◆ ‘대어’ KT 낚은 MS, AWS가 장악한 韓시장서 반격 나서나=마이크로소프트(MS)가 국내 3대 통신사 중 하나인 KT에 자사 클라우드 5년간 ‘애저’ 서비스를 대규모 공급하기로 했다. 계약 규모는 1억2000만달러(한화로 약 1658억원)다. KT는 우선 MS 애저의 가상데스크톱인프라(VDI)인 ‘애저 버추얼 데스크톱(AVD)’을 도입해 자체 시스템 전환에 나설 전망이다. 글로벌 최대 클라우드서비스제공사(CSP)인 아마존웹서비스(AWS)가 장악하다시피 한 국내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에서 만년 2등 MS가 반격에 나서는 기회가 될지 주목된다.
◆국내 클라우드 이용기업 10곳 중 6곳 ‘AWS’ 선택…힘 못쓰는 토종 클라우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가 발표한 ‘2023년 부가통신사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에서 클라우드를 이용하는 기업 171곳 중 AWS 이용 비중은 60.2%로 가장 높았으며 2위는 MS 애저(24.0%)로 집계(복수응답)됐다. 다음으로 네이버가 20.5%, 구글클라우드플랫폼(GCP)은 19.9%의 이용 비중을 나타냈다. 이어 오라클(8.2%)과 KT(8.2%), NHN(7.0%), 삼성SDS(1.2%) 순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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