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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잡는 사전규제] ⑥ 학계도 신중하게 바라보는 ‘플랫폼법’…“소통 부재 아쉬워”

한국의 ‘혁신’ 속도는 눈부시게 빨랐다. 더욱 쉽고, 간편하고, 빠르게 이뤄지길 원하는 고객이 어디에나 있었기 때문이다. 국내 정보기술(IT)·플랫폼·게임 기업들이 눈치 보지 않고 고객 편익 향상을 위한 아이디어를 뽐내왔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그러나 ‘자율규제’가 우선이었던 윤석열 정부 기조가 정반대로 움직이려는 모습이 관측되면서부터 이들 기업은 두려움에 떨고 있다. 신년이 밝아오면서 그 그림자는 더욱 선명해졌다. 해외 기업은 그 사이를 보란 듯 파고들며 국내 시장 잠식 속도를 올리고 있다. 한국산 혁신, 올해는 무사히 태동할 수 있을까. <편집자 주>

육성권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장이 2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플랫폼 독과점 폐해 방지를 위한 '(가칭)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 제정 추진과 관련한 설명을 하고 있다. 2024.1.24 / [ⓒ연합뉴스]
육성권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장이 2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플랫폼 독과점 폐해 방지를 위한 '(가칭)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 제정 추진과 관련한 설명을 하고 있다. 2024.1.24 / [ⓒ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다음달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이하 플랫폼법) 초안을 공개할 예정인 가운데, 미국 재계를 대변하는 미국상공회의소가 29일(현지시각) 이에 대한 반대 입장을 대대적으로 밝혀 향방이 주목된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입법을 추진 중인 플랫폼법은 독점적 지위를 가진 플랫폼 업체를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하고, 4대 반칙 행위인 자사 우대·최혜대우 요구·경쟁 플랫폼 이용 제한(멀티호밍)·끼워팔기 등을 금지하는 내용이 골자다.

초안은 현재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우선 업계에서는 국내 빅테크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 해외 빅테크 기업인 구글과 애플 등 4~5곳이 실질적인 법 적용 대상이 될 것으로 유력하게 점친다.

다만 지배적 사업자를 결정하는 세부적인 절차가 아직 논의되고 있는 만큼, 이커머스 기업들이나 온라인 플랫폼 기반 사업자들도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한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법이 도입되면 기업 입장에선 따를 수 밖에 없다”며 “다만 아직 (지배적 사업자를) 어떻게 지정하겠다는 기준이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았고, (공정위가) 관계 부처와 협의 중인 만큼 그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상황은 플랫폼 업계만 지켜보고 있는 것이 아니다. 학계나 관련 협·단체 등 전문가 대부분도 플랫폼법을 예의주시하며 공통적으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판교시. [ⓒ성남시]
판교시. [ⓒ성남시]

한국경쟁법학회장인 홍대식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럴 때일수록 공정위가 한국 플랫폼 기업 및 이해관계자, 전문가들과 충분한 소통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판사 출신인 홍대식 서강대 교수는 2004년부터 2006년까지 공정위 경쟁정책자문위원을 지냈고, 지난 2020년부터 공정위 경쟁정책자문단 위원을 맡고 있다.

홍대식 교수는 <디지털데일리>에 “어떠한 법이 도입됐을 때 그 법이 어떻게 임팩트를 줄 것인지는 사전 검토 및 예측이 충분히 돼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며 “예컨대 유럽연합(EU) 경우 자체 플랫폼 기업이 없고 미국 기업에게 시장 전반이 많이 지배된 상황이어서, 이를 토대로 공감대가 형성돼 디지털시장법(DMA) 입법이 이뤄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홍 교수는 그러나 현재 한국의 상황이 EU와는 다르다고 냉정하게 말했다. 공정위가 한국 상황에 맞는 분석, 업계 및 시장과의 공감대 형성 등을 통해 (플랫폼법) 입법 추진을 했어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아쉬운 부분은 플랫폼법 관련 이야기가 그간 전혀 없다가, 갑자기 입법 추진 카드가 등장하면서 (업계 등이) 다들 당황해 하고 반발도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라며 “입법 추진 뜻이 아무리 좋았더라도, (공정위가) 컨센서스 빌드 및 이해관계자들 설득에 실패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법안을 내놓고 (입법 추진을) 강행하겠다는 말보단, 업계와 좀 더 대화를 나누며 (입법으로 인한) 영향 분석도 제대로 해야 할 때”라며 “플랫폼법 도입을 안 하면 당장 한국이 망하는 것도 아닌데, 아무리 좋은 의도라 하더라도 영향 받는 이들과 함께 가야되는 것이 맞지 않느냐”고 역설했다.

공정거래위원회 CG.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 CG. [ⓒ연합뉴스]

그러면서 “업계, 이해관계자 뿐만 아니라 전문가들의 반발 역시 나오고 있는 상황인데, 사실은 전문가들도 (플랫폼법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다”며 “공정위가 전문가들에게 상의조차 안 했기 때문이다. 이는 공정위가 규제기관으로서 제대로 못 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꼬집었다.

이장혁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는 공정위의 플랫폼법 입법 추진 자체를 떠나, 공정위 등 규제당국이 플랫폼 업계를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때마다 각 플랫폼사들이 오히려 전향적인 자세로 전환하는 모습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 교수는 “각 사는 플랫폼을 투명하게 운영 중이라는 점을 보여줄 수 있는 데이터를 먼저 공개하고, 이 데이터로 소비자를 설득하는 작업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며 “이런 작업을 대부분의 플랫폼사가 지난 수 년 동안 하지 않았기 때문에 공정위 같은 곳에서 입법으로 강제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법제화가 되기 전 플랫폼 업체들이 자율적으로 좀 더 나아가는 태도를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입법 근거가 객관적이지 않고, 최적이 아닌 상황인데도 법제화가 이뤄진다면 마치 ‘조그마한 옷을 주고 억지로 입으라’는 식이 될 수 있다”며 “때문에 이러한 법제화가 이뤄지기 전, 플랫폼사들이 규제당국의 의심을 받는 자료 같은 것들을 자율적으로 공개하는 등의 장치를 만든다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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