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혁신’ 속도는 눈부시게 빨랐다. 더욱 쉽고, 간편하고, 빠르게 이뤄지길 원하는 고객이 어디에나 있었기 때문이다. 국내 정보기술(IT)·플랫폼·게임 기업들이 눈치 보지 않고 고객 편익 향상을 위한 아이디어를 뽐내왔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그러나 ‘자율규제’가 우선이었던 윤석열 정부 기조가 정반대로 움직이려는 모습이 관측되면서부터 이들 기업은 두려움에 떨고 있다. 신년이 밝아오면서 그 그림자는 더욱 선명해졌다. 해외 기업은 그 사이를 보란 듯 파고들며 국내 시장 잠식 속도를 올리고 있다. 한국산 혁신, 올해는 무사히 태동할 수 있을까.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올해 택시 플랫폼 전반에 다시 한 번 긴장감이 웃돌고 있다. 연내 다수의 택시 플랫폼이 혁신 경쟁을 통해 발전할 수 있도록 공정 경쟁 시장을 조성하겠다는 정부의 이야기가 나왔는데, 요금 산정 등에도 개입하겠다는 메시지가 포함돼서다. 택시 플랫폼들은 이러한 제도 도입 추진 시도 자체가 시장 전반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29일 택시 플랫폼 업계에 따르면, 관련 사업자들은 지난 25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거론된 교통분야 3대 혁신플러스(+) 전략 중 ‘생활 밀착형 모빌리티 서비스 지원’이라는 명목 아래 도입이 추진될 예정인 제도들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예컨대, 정부는 오는 9월 택시 플랫폼에 대한 서비스 평가제를 도입하는 동시에 오는 12월 우수 플랫폼 인증제를 들일 계획이다. 서비스 혁신 경쟁 촉진을 위해서다. 해당 인증제는 아직 어떤 형태로 나오게 될지 정해지지 않았다.
우선 이용객이 인증 마크로 하여금 믿고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는 신뢰를 주기 때문에, 정부가 의도한 대로 플랫폼 간 긍정적인 서비스 혁신 경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크다. 다만 일각에선 정부가 관여하는 인증제인 만큼, 인증제 자체가 사실상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성격을 띨 수도 있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업계가 이보다 더 우려하는 것은 따로 있다. 바로 연내 정부의 개선명령 권한 도입 추진이다. 정부는 연내 택시 플랫폼의 불공정 운영을 방지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택시 배차나 요금 산정 등에 대해 개선을 명령할 수 있는 권한을 도입하겠다는 입장이다.
만약 이러한 권한이 실질적으로 정부에게 생기게 되면 택시 배차는 물론 수수료율 산정, 플랫폼 및 택시기사(단체) 간의 갈등 조정까지 개입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미 정부는 택시요금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이를 토대로 택시업체들이 그 틀 안에서만 요금을 책정해 올 수 있도록 유도해왔다.
그러나 플랫폼 관계자들은 정부가 불공정 운영을 막겠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모든 걸 간섭한다면 ‘혁신’ 그 자체가 사라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개선명령이 가능해질 경우, 요금 산정에 핵심으로 활용되는 각 플랫폼사만의 알고리즘에 정부가 접근할 권한이 부여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편, 택시 플랫폼 전반은 지난해에도 지속적으로 대내외적인 위기를 겪었다. 대표적으로는 카카오모빌리티를 들 수 있다. ‘카카오T’ 앱 출시 이래 지속 제기된 택시 호출 시장 독과점 논란을 비롯해 분식회계 의혹, 스타트업 사업 아이디어 탈취 논란 등에 휘말렸다. 특히 지난해 11월엔 윤석열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카카오모빌리티 택시사업 구조를 대놓고 질타하기도 했다.
또, 정부나 국회의 과도한 관심은 택시 플랫폼 사업 전반에 이익보다는 실을 가져다주는 경우가 많았다. 타다 금지법을 예로 들 수 있다. 승차공유플랫폼 타다는 2018년 등장한 렌터카 서비스다. 이용자가 앱을 통해 11인승 승합차를 호출하면 차량을 공유하며 운전기사를 알선해 운전까지 제공하는 서비스였다.
당시엔 렌터카 사업자라 하더라도 11인승 승합차에선 운전기사를 제공할 수 있었다. 이에, 타다는 여객자동차운수법의 예외 규정을 이용하며 11인승 승합차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타다는 당시 바가지요금이나 승차 거부 등 문제를 해소하며 젊은 세대에게 각광받았다.
그러나 택시업계는 타다를 ‘유사 콜택시’라 칭하고 반발하며, 택시 면허가 없는 운전기사가 11인승 카니발을 이용해 택시 사업을 펼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지난 2019년 국회가 승차공유플랫폼 타다 등 차량 대여사업자의 운전자 알선에 관한 예외 규정을 강화했다. 타다는 택시업계와 2020년부터 소송을 시작해 2023년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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