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민후 김정원 변호사] 사업을 시작하며 가장 먼저 해야 할 일 중 하나는 바로 회사의 상호, 로고, 이미지 등을 정하는 일이다. 이는 사업을 시작한 후 간판, 명함, 판매하는 상품이나 서비스 등에 계속해서 사용됨으로써 회사의 영업을 나타내는 주요 수단이자, 회사의 아이덴티티가 되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어 이를 보호받고자 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쓰는 상호, 로고, 이미지 등에 대해 상표로 등록하고 상표법에 의한 보호를 받게 된다. 그런데 많은 경우 상표권에 대해 잘 모르거나 상표 출원 절차에 드는 시간과 비용에 부담을 느끼거나, 번거롭다는 이유 등으로 사업을 하면서 따로 상표등록까지는 하지 않고 회사의 상호, 로고, 이미지등을 사용하기도 한다.
그런데 만약 내가 먼저 상표를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나중에 타인이 나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표를 내가 판매하는 상품이나 내가 하고 있는 영업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품, 서비스를 지정상품으로 하여 상표등록을 하게 되면, 내가 먼저 사용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등록상표권자로부터 상표권 침해금지 또는 손해배상 청구를 당하게 되는 수가 있다.
상표법은 위와 같은 경우에 ① 부정경쟁의 목적이 없이, ② 타인의 상표등록출원 전부터 국내에서 계속하여 상표를 사용해오고 있으며, ③ 상표를 먼저 사용한 결과 타인의 상표등록출원 시에 국내 수요자 간에 그 상표가 특정인의 상품을 표시하는 것이라고 인식된 경우 그 사용하는 상품에 대하여 상표를 계속하여 사용할 권리를 인정하며(상표법 제99조 제1항), 자기의 성명·상호 등 인격의 동일성을 표시하는 수단을 상거래 관행에 따라 상표로 사용하는 자로서 마찬가지로 ① 부정경쟁의 목적이 없이, ② 타인의 상표등록출원 전부터 국내에서 계속하여 상표를 사용해오고 있었다면 그 사용하는 상품에 대하여 계속하여 사용할 권리를 인정한다(상표법 제99조 제2항).
그런데 위와 같이 상표법에 상표의 선사용권자에 대한 보호규정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에는 최근까지 선사용권자에 대한 보호규정이 없어서, 이미 사용되던 상표와 동일·유사한 상품표지나 영업표지를 사용하는 사람이 유명해져서 그 상품표지나 영업표지가 국내에 널리 인식된 경우 상표를 등록하지 않았음에도 동일·유사한 상표를 먼저 사용하고 있던 사람에게 부정경쟁방지법상 금지 및 폐기청구 등을 할 수 있었다. 이 경우 선사용권자는 유명해진 상표보다 상표를 먼저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부정경쟁방지법상 부정경쟁행위로 인정되어 이전부터 사용하던 상표를 사용할 수 없게 되는 손해를 입을 위험이 있었다.
정리하면, 내가 먼저 사용하고 있던 상표가 유명한 경우(국내 수요자 간에 그 상표가 특정인의 상품을 표시하는 것이라고 인식된 경우), 이후에 상표권 등록을 한 사람으로부터 상표법상 선사용권 규정에 의해 보호될 수 있지만, 내가 먼저 사용하고 있던 상표가 유명하지 않은 경우, 제3자가 상표를 출원하지 않았음에도 사용에 의해 유명해진 경우에는 부정경쟁방지법상 청구를 받으면 보호될 수 없다는 불합리가 존재했던 것이다.
그런데 2023. 3. 28. 공포되어 2023. 9. 29.부터 시행되고 있는 개정 부정경쟁방지법은 특정 상표가 유명해지기 전부터 그 특정 상표와 동일·유사한 상표를 등록하지 않고 먼저 사용한 사람은 부정한 목적이 없는 경우 부정경쟁행위에는 해당하지 않게 되어 보호받을 수 있게 되었다.
즉 ① 타인의 상품표지 또는 영업표지가 국내에 널리 인식되기 전부터 ② 그 타인의 상품표지 또는 영업표지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표지를 ③ 부정한 목적 없이 계속 사용하는 경우에는 타인의 상품표지 또는 영업표지기 유명해진 이후라도 계속해서 선사용 상표를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가,나,다목).
다만, 위와 같은 경우 유명 상표의 보유자는 선의의 선사용자에게 그의 상품 또는 영업과 자기의 상품 또는 영업 간에 출처의 오인이나 혼동을 방지하는 데 필요한 표시를 할 것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오인·혼동 방지청구 조항도 신설되었다(부정경쟁방지법 제3조의3).
위와 같이 부정경쟁방지법의 개정으로 선의의 선사용권자는 상표법뿐만 아니라 부정경쟁방지법상으로도 보호받을 수 있게 되었으나, 그렇다고 선사용권자에게 자신의 상표와 동일·유사한 상표를 다른 사람이 사용하거나 상표로 등록하는 것을 금지할 수 있는 적극적 권리는 당연히 없다. 따라서 자신이 사용하는 상표를 보다 확실히 보호하고 권리를 행사하고 싶다면, 시간과 비용이 조금 들더라도 가능한 사업 초기에 상표를 출원하여 상표등록을 하는 것을 추천한다.
<김정원 변호사> 법무법인 민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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