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민후 안태규 변호사] 직원이 회사를 퇴사하게 되는 사유는 다양하나, 때로는 회사와 직원 사이의 갈등을 원인으로 하여 좋지 못한 감정으로 퇴사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 직원이 홧김에 회사의 업무에 지장을 주려는 의도로 자신이 관리하던 업무용 파일을 무단으로 삭제하고 퇴사하거나, 또는 직원은 단순히 인수인계를 하면서 파일을 정리한 것 뿐인데 회사는 이를 두고 업무를 방해하려고 파일을 무단으로 삭제하였다고 하면서 민·형사상 법적 조치를 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직원이 회사의 업무용 파일을 무단 삭제한 경우 우선 전자기록등손괴죄가 성립할 수 있는데, 직원 스스로 작성한 파일의 경우에도 재직하면서 업무상 작성한 파일은 회사의 소유로 보아야 하기 때문에 직원의 입장에서 타인인 회사의 전자기록에 해당하고, 파일을 삭제하는 행위 역시 손괴 행위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다만 직원이 악의적인 의도 없이 인수인계 과정에서 파일을 정리하고 원본을 백업해두었거나 명백히 쓸모없는 파일을 삭제한 것일 경우에는 삭제한 파일 자체에 ‘재산적 이용가치 내지 효용’이 없었던 것으로 보아 직원에게 1심 유죄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 판결이 있고(서울중앙지방법원 2018. 3. 23. 선고 2017노4238), 손괴의 고의 역시 부정될 가능성이 있다.
한편 직원의 업무용 파일 삭제 행위로 인하여 회사에 업무방해의 결과 또는 그 위험성이 발생하였다면 직원에게 일반업무방해죄(형법 제314조 제1항) 또는 컴퓨터등장애(전자기록등손괴)업무방해죄(동조 제2항)가 성립할 수 있다.
일반업무방해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업무방해의 결과를 요하지는 않고 그 위험의 발생만으로 충분하나, 다만 그 위험의 발생이 위계 또는 위력으로 인한 것이어야 하므로(대법원 2005. 4. 15. 선고 2002도3453 판결), 직원의 파일 삭제 행위가 위계, 위력 중 하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어야 한다. ‘위계’란 상대방에게 오인, 착각, 부지를 일으키게 하여 이를 이용하는 것이고, ‘위력’이란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혼란하게 할 만한 일체의 세력을 의미하는데, 단순히 데이터를 삭제하는 행위가 위계 또는 위력에 해당할 수 있는지는 구체적·개별적인 사안의 내용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파일 등 전자기록 삭제 행위가 위계 또는 위력에 해당하지 않거나 그에 대한 판단이 어려워 일반업무방해죄로 의율할 수가 없는 경우에는 동조 제2항에서 업무방해의 결과에 대한 원인 행위로 전자기록 등 손괴 행위를 명시한 컴퓨터등장애(전자기록등손괴)업무방해죄가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검토해볼 수 있다.
전자기록등손괴업무방해죄의 경우에도 일반업무방해죄와 마찬가지로 현실적인 업무방해의 결과를 요하지 않고 그 위험의 발생만으로 성립할 수 있으나, 유의할 점은 「정보처리에 장애를 발생하게 하였을 것」이라는 구성요건이 충족되어야 하고, 대법원은 컴퓨터등장애(전자기록등손괴)업무방해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정보처리에 장애가 ‘현실적으로’ 발생하였을 것을 요한다고 반복적으로 판시하고 있다. 따라서 파일의 삭제 행위로 정보처리에 장애가 현실적으로 발생하기 위해서는 삭제한 파일이 단순히 일반적인 문서 파일 등일 경우에는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워 보이고, 가령 회사에서 운영하는 서버를 구동하기 위해 필요한 파일이나, 삭제할 경우 컴퓨터, 서버 등 정보처리장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게 되는 데이터 파일 등을 삭제하였을 경우 요건 충족이 가능할 것이다.
이와 같이 직원이 회사의 업무용 파일을 삭제한 경우 사안에 따라 전자기록등손괴죄만 성립할 수도 있고, 위계 등이 인정되어 일반업무방해죄가 성립할 수도 있으며, 전자기록등손괴업무방해죄로 의율하는 것이 적합한 경우도 있고, 때로는 아무런 범죄가 성립하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회사의 경우 직원의 무단 파일 삭제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서, 반대로 직원의 경우 억울한 일을 겪지 않기 위해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구체적인 사안에 성립 가능한 범죄 및 그 구성요건의 충족 여부를 면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안태규 변호사> 법무법인 민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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