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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현모→윤경림→김영섭…파란만장 KT CEO 후보 굴곡사

(왼쪽부터) KT 구현모 전 대표, 윤경림 전 사장, 차기 CEO 김영섭 후보
(왼쪽부터) KT 구현모 전 대표, 윤경림 전 사장, 차기 CEO 김영섭 후보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KT 차기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를 최종 후보로 LG CNS 대표 출신 재무통으로 알려진 김영섭 후보가 낙점됐다.

김영섭 후보는 이번달 말 KT 임시 주주총회에서 의결주식 60% 이상 찬성을 얻을 경우 대표이사로 공식 선임된다. 기나긴 경영공백이 드디어 막바지에 다다랐다.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KT 지배구조를 둘러싼 외부 개입과 정치권의 공격이 있었고, 구현모 전 대표와 윤경림 전 사장 등 직전 경선의 최종 후보들은 모두 자진 사퇴하기에 이르렀다. KT는 새 이사회와 새 정관을 꾸려 지배구조 개선안까지 마련한 끝에야 김영섭 후보를 세 번째 최종 후보로 맞이할 수 있었다.

국민연금 반대에 구현모 전 대표 연임 포기

지난해 11월 구현모 당시 KT 대표가 연임에 도전했을 때만 해도 업계는 그의 연임 성공 가능성을 높게 봤다. 구 전 대표는 이른바 ‘디지코(DIGICO·디지털플랫폼기업)’라는 비전을 내세워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미래먹거리에 주안점을 두고 KT 탈통신을 이끌었다. 덕분에 KT의 주가가 한때 3만원 후반대까지 치솟을 때도 있었다.

그의 연임 도전이 삐그덕대기 시작한 것은 KT 1대 주주 국민연금이 나서면서부터였다. 구 전 대표는 지난해 말 KT 이사회 운영규정상 ‘연임 우선심사 제도’에 따라 회사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로부터 ‘연임 적격’ 평가를 받았지만, 국민연금이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한 우려를 내비치면서 이른바 ‘셀프 연임’ 논란에 휩싸였다. KT 연임 우선심사 제도가 현직 CEO에 유리한 제도라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구 전 대표는 복수 후보 경선을 역제안하는 승부수를 띄웠지만 이 역시 국민연금에는 먹히지 않았다. 당시 KT 지배구조위원회는 14명 사외 인사와 13명 사내 후보자 가운데 7차례 심사 과정을 거쳐 구 대표를 다시 차기 대표 후보로 확정했지만, 국민연금은 다시금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문제삼으며 다가오는 주총에서 반대 의결권 행사까지 예고했다. 정부와 정치권도 이를 거들었다.

이에 KT는 모든 과정을 원점으로 되돌려 무려 세번째 경선을 치르기로 하는 촌극을 빚었다. 심지어 구 전 대표는 압박에 못 이겨 2월23일 이사회에 연임 포기 의사를 전하기에 이른다. 그뿐만 아니라 당초 3월31일 주총까지로 예정돼 있던 임기를 다 채우지도 못하고 직전 28일 중도 사퇴했다. 이에 따라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이 대표이사 직무대행을 맡게 되고, KT 경영공백이 본격화 됐다.

◆ 자진사퇴한 윤경림 전 사장, 정치권 개입 논란

3월 초 KT는 구 전 대표를 이은 차기 CEO 단독 후보로 윤경림 전 KT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을 확정했지만 역시 상황은 우호적이지 않았다. 앞서 여권에서 KT가 내부 출신 전·현직 임원 4명을 차기 CEO 최종 후보군으로 선정한 것을 두고 반발이 거세졌다. 당시 여당인 국민의힘 소속 몇 의원들은 이례적으로 기자회견까지 열어 KT의 경선 과정을 ‘그들만의 리그’ ‘내부 카르텔’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윤 전 사장마저 주주총회를 나흘 앞둔 3월22일 자진 사퇴를 선택했다. 더불어 당시 KT 사외이사들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되면서 이들 역시 재선임을 포기하고 사의를 표명했다. 경영공백을 넘어 경영비상 상황까지 내몰리게 된 순간이다. 박종욱 대표이사 직무대행은 KT의 지배구조를 재정비하겠다는 뜻을 밝히는 한편, 새로운 대표를 선임해 경영을 정상화 하기까지 약 5개월이 더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 김영섭 KT CEO 후보, 오는 임시주총 관건

두 번의 후보 낙마 이후 KT는 절치부심으로 지배구조 개선 작업에 집중했다. 4월부터 주요 주주가 추천한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 5인으로 구성된 ‘뉴 거버넌스 구축 태스크포스(TF)’를 구축해 사외이사 선임 절차를 개선했고, 이를 바탕으로 6월 말 새 이사회를 꾸려 차기 대표 선임 기준을 바꾸는 정관 변경을 의결했다.

이후 지난달 4일부터 12일까지 공개 모집과 주주 및 외부기관 추천으로 후보를 공모한 뒤, 사외이사 전원으로 구성된 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외부인선자문단을 거쳐 같은달 27일 CEO 최종후보군(숏리스트)을 도출하기에 이른다. 김영섭 전 LG CNS 사장을 비롯해 박윤영 전 KT 사장, 차상균 서울대학교 교수가 최종 명단에 들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KT 이사회는 최종적으로 4일 이들에 대한 심층면접을 거쳐 김영섭 전 사장을 차기 CEO 단수 후보로 선정했다. 이후 이번달 말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신임 대표이사 선임안을 표결에 부치는 수순을 밟게 된다.

최종 1인이 된 김 후보 역시 이번달 말 전까지는 대표 선임을 확신할 수 없는 처지다. 만약 국민연금 등 주요 주주들 또는 정치권에서 그를 다시 반대한다면 윤경림 전 사장처럼 자진사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KT 새노조 등 내부에서는 이미 김 후보가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의 가족과 고교 동문인 점을 주목하며 또 다른 낙하산 의혹을 제기하는 중이다.

지난달 임시 주주총회에서 바뀐 정관에 따라 대표이사 선임안은 참여 주식의 60% 이상 찬성을 받아야 통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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