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KT 차기 수장 선출이 얼마 남지 않았다. KT 이사회는 이번주 내로 신임 최고경영자(CEO) 후보 1인을 확정할 예정이다. 최종 후보자는 8월 말 임시 주주총회에서 의결참여주식 60% 이상 찬성을 얻을 경우 대표이사로 공식 선임된다. 지난해 말 무렵부터 시작된 KT의 기나긴 경영공백이 마침표를 찍는 순간이다.
KT의 이번 차기 CEO 선출 과정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구현모 전 대표의 연임 포기부터 윤경림 전 사장의 최종 후보 사퇴까지 굴곡이 많았다. ‘내부 카르텔’을 염려한 1대 주주 국민연금의 개입과 정치권의 공격도 있었다. 소위 ‘용산’이 낙점했다 전해진 인물들이 수도 없이 하마평에 올랐고, 낙하산 인사를 걱정하는 내부 혼란도 컸다.
KT는 이처럼 수많은 위기 속에서도 공정하고 투명한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했다.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 5인이 참여하는 ‘뉴 거버넌스 구축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지배구조 개선안을 만들었고, 비교적 내부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로운 새 이사회를 선임해 차기 대표이사 선출 방식과 절차를 세밀하게 정비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KT 이사회는 공개 모집과 주주 및 외부 전문기관 추천으로 모인 27명 이상의 다양한 후보자들을 검증한 후 외부 인선자문단의 도움을 받아 최종 3인의 후보군을 압축하는 데 성공했다. 김영섭 전 LG CNS 사장, 박윤영 전 KT 사장, 차상균 서울대학교 교수가 최종 명단에 들면서 경선은 막바지에 도달했다.
일련의 과정 가운데 주목할 것은 최종 후보군에 정치권·내부 인사들은 배제됐다는 점이다. 여당 출신 인사들과 보수 정권 출신 관(官)계 인사들이 모두 탈락했다. 정치권 낙하산 의혹을 잠재우는 결과다. 새 이사회가 새 정관에 따라 뽑았으니 내부 카르텔 공격도 먹히지 않는다. 실제 KT 현직들은 최종 후보군에 들지 못했다.
소유분산기업인 KT의 CEO 자리를 둘러싸고 매번 정치적 외풍이 끊이지 않았던 점을 생각하면 괄목할 성과다. 그간의 CEO 선임 절차에 아쉬운 점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일각의 우려를 딛고 리더십 면에서 설득력 있는 3인의 후보자를 발탁한 것은 높이 살 만하다.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조하는 이사회의 의지도 충분히 짐작된다.
다만 경선을 성공적으로 마치기 위해서는 마지막 순간까지 이사회 역할이 중요하다. 최종 후보들 가운데 벌써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와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는 소문이 도는 인물들이 있다. 이런 때일수록 이사회는 더욱 철저한 검증을 거쳐 후보자를 가려내고 일각에서 제기되는 외압설을 일축시킬 필요가 있다.
이번 차기 CEO 경선은 앞으로 KT가 또 다른 CEO를 선출할 때마다 필연적으로 되돌보게 될 ‘전례’가 될 것이다. 그것이 두고두고 배울 모범사례가 될지 아니면 반면교사로 삼을 실패사례가 될지는 전적으로 KT 이사회의 의지에 달렸다. 부디 이번 경선을 통해 KT 미래를 책임질 진정한 리더가 나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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