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백승은 기자] 지난 몇 년간 베일에 싸여 있던 구글의 접는(폴더블) 스마트폰이 드디어 등장한다.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나,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중국 스마트폰 기업이 대부분이던 폴더블폰 시장에 구글이라는 빅테크 기업이 진출했다는 의미가 있다.
구글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현지시간으로 10일 오전 10시 연례 개발자 행사 ‘구글 I/O’를 통해 첫 폴더블폰 ‘픽셀 폴드’를 공개한다. 행사는 한국 시간으로 11일 새벽 2시에 온라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행사에 앞서 구글은 지난 5일 구글스토어를 통해 픽셀 폴드 외관 영상을 깜짝 공개하기도 했다. 영상에 등장하는 제품은 책처럼 가로로 접히는 제품으로, 삼성전자의 ‘갤럭시 Z폴드’와 유사한 형태다. 접으면 5.8인치, 펼치면 7.6인치이며 애플이케이션프로세서(AP)는 구글의 ‘텐서 G2 프로세서’가 적용된다. 예상 가격은 200만원대다.
다수의 외신에 따르면 구글은 지난 몇 년간 ‘패스포트(Passport)’와 ‘점보잭(Jumbojack)’이라는 개발명으로 폴더블폰 출시를 준비해 왔다. 외부에는 ‘픽셀 폴드’ ‘픽셀 노트패드’라는 이름으로 알려졌다.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에 경첩(힌지) 관련 특허를 등록하는 등 제품 개발에 꾸준히 공을 들였다.
그럼에도 구글의 폴더블폰 출시는 차일피일 미뤄졌다. 기존 구글은 2021년 4분기 출시를 앞두고 있었으나 원가 부담, 제품 완성도 등이 발목을 잡으며 한 차례 연기됐다. 이듬해 ‘구글 I/O 2022’에서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올해는 이와 관련한 문제점을 상당 부분 개선하고 판매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구글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위협적인 주자는 아니다. 대부분 판매가 미국 시장에서 이루어지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5위권에도 들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폴더블폰 시장에 미치는 영향 또한 미미한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기존 바 타입에서 벗어난 새 영역에 진출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를 가진다. 한 국내 전자업계 관계자는 “(구글은) 폴더블폰 시장이 차세대 폼팩터로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는 판단하에 시장 진출을 결정했을 것”이라면서 “폴더블폰 시장의 확장 가능성을 구글이 인정한 셈”이라고 말했다.
또 현재 폴더블폰 시장은 80%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삼성전자를 제외하고는 화웨이, 오포 등 중국 내수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기업이 대부분이다. 이런 상황에서 압도적인 기술력을 갖춘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이 뛰어들었다는 부분 역시 주목할 부분이다. 또 다른 전자업계 관계자는 “구글 진출로 많은 소비자들이 폴더블폰에 대해 인식하고, 이 과정에서 친밀도도 더욱 커질 것”이라면서 긍정적으로 점쳤다.
삼성전자 역시 구글 참전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최원준 삼성전자 모바일익스피리언스(MX)사업부 개발실장 부사장은 지난 2월 MWC 2023에서 “시장 규모가 커지면 더 많은 고객들이 폴더블폰만의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폴더블폰 출하량은 1420만대다. 올해는 이보다 50.5% 늘어난 2140만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또 2022년에는 전체 스마트폰 시장에서 폴더블폰이 차지하는 비중은 1.2%에 불과하지만 2027년(4810만대)에는 3.5%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구글은 제조사로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작년 진행한 구글 I/O 2022에서는 첫 스마트워치 ‘픽셀워치’를 비롯해 ▲스마트폰 ▲무선이어폰 ▲증강현실(AR) 글래스 시제품 등 하드웨어 제품을 6종이나 공개했다. 구글 I/O는 전통적으로 소프트웨어 관련 성과를 드러내는 자리였음에도 하드웨어가 주인공이 된 셈이다. 올해는 여기에 픽셀 폴드까지 추가돼 ‘픽셀 생태계’를 공고히 세우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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