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종현, 이상일기자]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이 최근 대대적인 사업 개편을 진행했다. 지난 7월 자회사인 한컴MDS(현 MDS테크)를 매각하며 그룹 매출 규모가 줄어든 가운데, 오피스 및 전자서명 등 소프트웨어(SW)를 클라우드 기반으로 제공하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포부다.
한컴은 한컴MDS를 매각하면서 95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해외법인을 비롯해 ▲한컴로보틱스 ▲한컴모빌리티 ▲한컴인텔리전스 ▲한컴인터프리 ▲한컴카플릭스 ▲스탠스 등 11개 자회사를 매각한 결과다.
한컴MDS와 자회사를 함께 매각했다는 데서 변화의 의지가 느껴진다. 이들 자회사는 그간 한컴이 미래 먹거리라고 강조하던 로봇, 사물인터넷(IoT), 모빌리티, 디지털 트윈 등 기술 기업들이다. 한컴로보틱스(구 코어벨) 2018년, 한컴모빌리티(구 미래엔씨티) 2019년, 한컴인텔리전스 2020년(물적분할), 한컴카플릭스 2021년(네이처모빌리티와 함께 설립), 스탠스 2022년 등이 인수하거나 설립한 기업들이다.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해 그룹 매출 규모를 키워온 것은 김상철 회장의 경영 전략이기도 하다. 그는 2010년 한컴 인수 이후 한컴MDS, 한컴라이프케어(구 산청) 등을 인수하며 기업 몸집을 불려왔는데, 한컴MDS의 매각으로 기조가 바뀌었다.
김상철 회장의 후계자인 김연수 한컴 대표<사진>는 한컴MDS 매각대금을 미래성장전략인 ‘글로벌-데이터-서비스’ 구현을 위해 재투자한다는 계획이다. 클라우드로의 대대적인 사업 재편을 본격화한다고 발표했다.
처음으로 돌아와 다시 오피스 SW 사업에 집중한다. 한컴은 자사 대표 제품인 한컴오피스를 SaaS로 제공하는 ‘한컴독스’를 하반기 출시할 예정이다. 한컴오피스를 기반으로 하는 전자서명 SaaS ‘한컴싸인’, 클라우드 PC에 활용될 개방형 운영체제(OS) ‘한컴구름’ 등 정보기술(IT) 본연의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취지다.
최근에는 협업툴 ‘잔디’에 투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오피스 SW가 기업 협업의 근간에 자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투자로 풀이된다. 한컴의 역대 투자형태를 고려하면 상당히 긴밀한 협업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분석도 업계에선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한컴오피스의 기능을 모듈화해 애플리케이션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API)나 소프트웨어개발키트(SDK)로 제공하는 신규 사업모델도 구상 중이다. 신사업에만 몰두하던 한컴이 다시금 본래 사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다만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오피스 SW 분야 세계 최강자인 마이크로소프트(MS)는 일찌감치 클라우드 모델로 전환에 성공했다. 특히 MS는 음성을 인식해 텍스트로 받아쓰거나, 음성 파일을 텍스트로 풀어주는 등의 혁신 인공지능(AI) 기술도 제공 중이다.
이에 반해 작년 출시한 ‘한컴오피스 2022’는 XML 기반 문서포맷인 ‘hwpx’를 기본 문서저장 포맷으로 바꿨다는 것을 강조했는데, MS의 경우 한참 전부터 ‘docx’, ‘pptx’를 기본 포맷으로 삼는 중이다.
한컴라이프케어를 비롯해 메타버스나 헬스케어 등 자회사의 부진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한컴라이프케어는 코로나19 대유행 때 인수한 한컴헬스케어(구 대영헬스케어) 덕분에 2020년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지만 이후 성장세가 이어지지 못했다. 싸이월드와 함께 설립한 싸이월드한컴타운은 오픈 연기 등을 겪었다. 지난 상반기 싸이월드한컴타운의 반기 순이익은 –23억원가량이다.
여러 사업을 정리했지만 ‘우주’ 사업에는 진심으로 보인다. 한컴인스페이스는 지난 5월 테슬라 창업주 일런 머스크의 스페이스X 로켓을 통해 저궤도 위상 ‘세종1호’를 발사했다. 2023년 상반기에 세종2호, 하반기에 3호와 4호, 2024년 5호까지 총 5기의 인공위성을 순차적으로 발사한다. 군집위성 체계를 구축해 위성 데이터 서비스 사업을 펼치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