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번개장터·트렌비·크림·솔드아웃…. 각각 중고거래와 명품, 리셀 플랫폼으로 분류되던 이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단어가 있다. 바로 개인간거래(C2C) 플랫폼이다. 명품이나 한정판 상품을 누구나 거래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줬다는 공통점이 있다. 과거 온라인에서 암암리 이뤄지던 명품·한정판 리셀(되팔기)은 희소성을 중시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중심으로 대중화되면서 양지로 나왔다.
관련 기업들은 대부분 B2C(기업-소비자간거래)사업과 C2C사업을 병행하고 있지만 성장성 측면에서 더 비중을 싣고 있는 건 C2C 서비스다. 얼어붙은 투자시장 속 트렌비가 350억원 규모 시리즈D 투자를 받은 건 C2C 서비스 구축이 주효했고, 솔드아웃 운영사 SLDT도 400억원 추가투자를 유치했다. 크림 역시 한정판·명품 중심 C2C 카테고리 강화를 위해 국내외 플랫폼에 투자하고 있다.
사실 C2C 플랫폼 시장이 주목받게 된 건 코로나19 시기 중고거래 서비스들이 떠오르면서부터다. 당근마켓과 번개장터, 중고나라 등 중고거래 앱에선 대부분 거래가 개인 간 이뤄지기 때문이다. 중고거래 시장이 커지면서 언급된 부작용 중 하나는 ‘꼼수 탈세’다. 현행법에 따르면 모든 사업자는 상품·서비스를 제공할 때 부가가치세 10%를 신고하고 납부해야 한다. 사업소득이 있으면 종합소득세도 내야 한다.
당근마켓은 사업자 진입을 원천차단하고 있고 번개장터·중고나라는 개인과 구분해 사업자 등록을 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일부 사업자들은 세금 납부를 피하려 개인인 척 위장해 거래를 한다. 개인 간 중고 거래에 대해서는 과세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골드바나 명품가방, 시계 등 고가 상품을 취급하는 판매자들이 해당된다. 이에 내년 7월부터 과세당국은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들이 제출한 자료를 분석해 과세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기업형 판매자들 꼼수 탈세 우려는 비단 중고거래 플랫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한정판 거래(리셀) 플랫폼은 고가 상품 위주로 거래하는 판매자들이 다수다. 핵심은 ‘고가 상품을 판매한다’가 아닌 ‘사업자가 개인인 척 위장한다’이지만 아무래도 세금 규모가 큰 사업자들이 탈세 유혹을 받기 쉽다. 중고거래와 리셀 플랫폼 경계가 모호해진 만큼, 당근마켓·번개장터·중고나라가 겪은 부작용은 리셀 플랫폼에서 언제든 벌어질 수 있다.
리셀 플랫폼이 일반 중고거래 플랫폼과 다른 점이라면 중간에 기업이 직접 상품을 검증하는 시스템이 추가됐다는 점이다. 신뢰도 확보를 위해 거래 모든 책임을 소비자만 지지 않고 플랫폼이 함께 지게 된 것이다. 리셀 플랫폼이 성장성을 보여주기 위해선 많은 판매자와 다양한 상품을 보유하는 게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 건강한 생태계 조성과 신뢰도 확보를 위해선 초기부터 기업형 판매자 차단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