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한글과컴퓨터①] M&A 확장으로 몸집 불려온 김상철 회장의 한컴
디지털데일리
발행일 2022-08-23 10:39:59
한글과컴퓨터는 국내 대표 SW기업으로 손꼽힌다. MS워드 등 전 세계 오피스 SW시장이 사실상 독점 체제를 맞이한 가운데 독자적인 오피스 SW 비즈니스를 전개하고 있는 나라로 우리나라와 일본 정도가 꼽히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한컴이 지대한 역할을 해 온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동안의 한컴의 행보는 SW기업의 궤를 벗어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최근에는 새로운 시험대에 오른 상황이다. 한컴의 사업재편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 이는 국내 SW시장의 미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가늠자 역할을 할 것으로도 관측된다<편집자>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이상일기자] 지난 10여년간의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를 설명하기에 가장 적합한 단어는 ‘인수합병(M&A)’이다. 오피스 소프트웨어(SW) 기업인 한컴은 2010년 김상철 회장에게 인수된 뒤 연이은 M&A로 몸집을 불려왔다.
M&A를 통해 기업 규모를 키우는 것은 특이한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한컴의 행보가 눈에 띄는 것은, 표면적으로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와 별개로 기업 인수를 수차례 진행해왔다는 점 때문이다.
◆대형 인수로 터닝 포인트 마련=한컴은 2014년 임베디드 SW 기업 한컴MDS(구 MDS테크놀로지, 현 MDS테크)를 인수했다. 인수 당시만 하더라도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한컴이 왜 MDS테크놀로지를 인수하느냐’는 말이 오갔다. 오피스 SW 사업을 하는 기업이 자동차나 가전제품 등에 필요한 SW를 제공하는 기업과 무슨 시너지가 있냐는 의문이었다.
실제 두 기업은 각사가 전통적으로 하던 사업을 지속할 뿐, 뚜렷한 시너지를 발휘하지는 않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만 각 영역에서 확고한 영역을 갖추고 있는 만큼, 한컴MDS는 꾸준히 영업이익을 내는 ‘알짜 자회사’로 자리했다.
한컴은 본사보다도 매출이 많이 발생하는 한컴MDS 인수를 통해 단번에 몸집을 불렸다. 2014년 기준 한컴의 매출액은 758억원, 한컴MDS 매출은 1051억원이다.
물론 한컴MDS 자체의 역량보다 주요 수익원이 MS 등 외산 SW의 유통사업이었다는 점에서 한계를 노출하기도 했다. 다만 한컴 그룹 매출 증대에 큰 기여를 했다는 점과 한컴이 SW유통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된 신호탄이 됐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는 평가다.
2017년 한컴은 또 하나의 대형 M&A를 진행한다. 안전장비 제조기업 한컴라이프케어(구 산청)의 인수다. 한컴라이프케어의 인수는 한컴MDS 인수보다도 더 큰 반향을 일으켰다. IT 기업답지 않다는 비판과 알짜 기업 인수를 통한 사세 확장이라는 긍정론이 혼재했다.
한컴은 한컴라이프케어 인수를 통해 매출 규모를 단번에 키웠다. 2017년 연결 기준 매출액 1211억원이었던 한컴 매출은 2018년 2157억원으로 훌쩍 뛰었다. 산청의 연 매출액 990억원이 포함된 결과다. 그리고 2019년에는 연 매출액 1169억원인 한컴MDS까지 연결 자회사로 묶으며, 연결 매출액 3192억원을 기록했다.
절정에 달한 것은 2020년이다. 한컴라이프케어는 2020년 마스크 제조기업 한컴헬스케어(구 대영헬스케어)를 인수했고, 그 시기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한컴은 ‘마스크 특수’를 누리게 됐다. 한컴은 2020년 연결 기준 매출액 4013억원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다.
◆지난해부터 확장 일로 전략 재점검=한컴의 이 같은 전략은 의외의 결과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한컴은 한컴라이프케어를 밑바탕으로 공공 시장 진출에 적극 나서기도 했다. ‘안전’이라는 화두를 선점할 수 있게 되면서 공공시장에서 추진하는 사회 안전망 사업에서 주 사업자로 이름을 올렸다. 소방방재청의 센서 기반 안전망 사업 등 다양한 사업에서 한컴이 주사업자로 사업을 수행하게 된 원천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실제 인수로 이어지진 않았으나 한컴은 2021년 연말 티맥스소프트 인수전에도 뛰어들었다. 클라우드 관리·서비스 기업 메가존과 글로벌 사모펀드 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꾸렸는데, 최종적으로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가 티맥스소프트를 인수했다.
승승장구하던 한컴의 성장에 제동이 걸린 것은 작년부터다. 코로나19 특수로 효자 노릇을 하던 한컴라이프케어는 2020년 매출액 1518억원, 영업이익 387억원에서 2021년 매출액 1211억원, 영업이익 47억원으로 급감했다. 한컴헬스케어의 부진 때문이다.
한컴라이프케어의 부진은 주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21년 8월 17일 코스피에 상장한 한컴라이프케어의 주가는 지난 19일 종가 기준 5480원이다. 1년 만에 공모가인 1만3700원 대비 60% 하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컴은 자회사와 함께 한컴MDS를 매각하기에 이른다. 지난 7월22일 플레이그램에게 한컴MDS 지분 32.21% 및 연결 자회사 11개사 지분을 950억원에 매각했다.
한컴MDS 매각으로 한컴의 매출 규모는 대폭 줄었다. 한컴은 올해 상반기 누적 매출액 1115억원, 영업이익 178억원을 기록했다고 신고했는데, 이는 2021년 상반기 매출액 1966억원, 영업이익 307억원 대비 각각 43.2%, 41.8% 줄어든 수준이다.
한컴의 한컴MDS 매각은 단순 기업 매각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한컴MDS와 함께 매각된 자회사 중 ▲한컴로보틱스 ▲한컴모빌리티 ▲한컴인텔리전스 ▲한컴인터프리 ▲한컴카플릭스 ▲스탠스 등은 지난 몇 년간 한컴이 ‘미래 먹거리’라며 강조하던 사업들이다. 이들을 모두 매각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문어발식 확장의 결말”이라고 평가절하하기도 한다.
한컴MDS 매각은 지금의 한컴을 있게 한 ‘묻지마 M&A’ 전략의 종식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때마침 한컴은 김상철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그 후계자인 김연수 대표 체제로 변하는 중이다. 규모의 경제를 통한 전략이 일단락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한 김연수 대표의 경영 능력이 시험대에 오른 시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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