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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플랫폼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가, 미운오리 새끼인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과거엔 중국집에 전화를 걸어 짜장면을 배달해달라고 직접 말했다면, 이제는 앱으로 주문부터 결제까지 한 번에 가능하다. 택시를 잡기 위해 도로로 나와 손을 세차게 흔드는 대신, 출발지를 설정해 앱으로 택시를 호출하면 된다. 다음날 먹을 신선식품도 하루 전에만 주문하면 새벽에 현관 앞으로 배송된다.

배달‧택시‧쇼핑 등 곳곳에 스며든 플랫폼은 이용자에게 좀 더 편리한 일상을 가져다줬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비대면 사회가 가속화되면서, 플랫폼 사용 빈도는 더 늘어나게 된다. 이에 디지털전환과 함께 플랫폼 혁신은 화두가 됐다. 플랫폼 경제가 형성되고 성장 가능성이 확인되자 수많은 스타트업도 뛰어들었다.

네이버‧카카오와 같은 대형 플랫폼 기업부터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야놀자‧당근마켓과 같은 유니콘 기업, 그리고 이들을 보고 뛰어든 신생 스타트업에 이르기까지 플랫폼 생태계는 다양한 규모와 모습으로 구성됐다.

유연하게 확장 가능한 플랫폼 산업은 미래 먹거리로도 표현된다. 국내를 넘어 해외로도 진출 가능할 뿐 아니라, 다양한 기존 산업과 융합해 신사업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플랫폼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향한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역사에서 늘 그렇듯 플랫폼이란 새로운 산업은 기존 산업‧개념과 충돌하면서 갈등을 빚게 된다. 원격의료 플랫폼은 의료계 반발에 부딪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고, 법률 플랫폼 ‘로톡’은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변협)와 날선 공방을 반복하고 있다. 변협은 로톡을 불법으로 정의하고 있다.

플랫폼 산업을 향한 규제의 칼날도 시작됐다. 골목상권 침해와 입점 사업자 피해를 방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정부는 온라인 플랫폼 규제법안(온플법)을 내놓았다. 중개거래액 1조원‧매출액 1000억원에 해당하는 플랫폼 기업 약 19곳이 대상이다. 소상공인과 시민단체는 하루빨리 온플법을 제정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플랫폼 업계는 제대로 된 실태조사를 진행한 후 차기정부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펼치고 있다.

국회 상임위에서 해당 법안은 통과되지 않았지만, 여전히 여당과 정부에서 의지를 보이고 있어 졸속 입법 처리에 대한 우려는 지속되는 상황이다. 차기 대선 주자까지 플랫폼 때리기에 동참했다. 대선과 맞물리면서 소상공인 표심을 얻기 위한 타깃이 플랫폼이라는 목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어느새 플랫폼은 사방에서 눈을 흘기며 바라보는 ‘미운오리 새끼’ 존재가 됐다.

물론 플랫폼 산업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사회에 일으킨 부작용을 시정해야 한다. 과도한 지배력 남용과 입점 업체 및 소비자 피해에 대해선 단호히 대처할 필요가 있다. 이에 지금 필요한 건, 이용자 피해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플랫폼 산업을 어떻게 건전하게 발전시킬 것인가에 대한 논의다.

한국에서 구글‧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나오고 국내 스타트업이 제2의 네이버와 카카오처럼 성장하면서도 국가와 산업에 이바지할 수 있는 청사진을 그릴 때다. 이 과정에서 이용자와 기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충분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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