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매년 국정감사 때마다 뒷전이었던 가상자산이 올해 국감에선 제법 많이 다뤄지고 있다. 올해 들어 시장 규모가 급격히 커지면서 국회도 더 이상 가상자산을 뒷전으로 미룰 수 없는 듯 하다. 가상자산 과세부터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이후 중소 거래소 폐업 문제, 가상자산업권법 필요성 등 주제도 꽤 다양해졌다.
그 중에는 진작 다뤘어야 하는 문제도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의 ‘깜깜이 상장’ 문제다. 현재 모든 거래소는 자율적으로 마련한 기준에 따라 코인을 상장하고 상장폐지한다. 대부분 거래소는 기준을 공개해뒀으나, 형식적인 기준인 경우가 많다. ‘투명한 상장 절차’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셈이다.
지난 6일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같은 ‘깜깜이 상장’ 문제를 꺼냈다. 그는 업비트를 사례로 들었다. 업비트가 출범 이래 298개 코인의 거래를 지원했는데, 그 중 절반에 가까운 145개나 상장 폐지했다는 것이다. 상장 폐지로 피해를 본 투자자가 있음에도 불구, 업비트는 상장폐지 코인으로 3140억원에 달하는 수수료를 벌어들였다고 그는 지적했다.
코인을 대거 상장폐지하는 행위, 그리고 기준을 알기 힘든 상장 절차. 이런 깜깜이 상장을 문제 삼는 것은 당연하다. 당연히 해결돼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민 의원이 이 같은 문제를 가지고 겨냥한 건 업비트의 ‘시장 독점’이었다. 업비트가 시장 점유율 80%에 달하는 독점 수준이 된 건 이른바 ‘잡코인’을 많이 상장하고 또 상장폐지해서 그렇다는 것이다. 이런 독점의 배경을 “조사해봐야 한다”고 그는 언급했다.
비판의 과녁을 잘못 겨냥한 듯했다. 앞뒤 상황을 생각했을 때 업비트의 독점은 단순히 잡코인 상장으로 이루어진 게 아니기 때문이다. 업비트가 잡코인을 많이 상장한 건 지난 2017년 말부터 2018년까지 해외 거래소 비트렉스와 오더북(거래장부)을 공유할 때다. 당시엔 지금과 같은 독점이 아니라 빗썸과 1,2위를 다투는 수준이었다.
지금처럼 독점에 가까운 1위가 된 것에는 카카오페이 인증과 케이뱅크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실명계좌) 연동, 그리고 카카오의 지분투자도 영향이 컸다. 이에 더해 규제당국이 후발주자들의 실명계좌 획득을 원천 차단하는 특금법 시행령을 마련하면서 독점의 판을 깔아줬다. 가상자산 거래소 독과점 체제가 형성된 데에는 규제당국의 책임이 매우 크다는 얘기다.
깜깜이 상장이라는 가상자산 업계의 고질적 문제를 카드로 꺼냈다면,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로 귀결돼야 했다. 업비트뿐 아니라 수십개 거래소들이 잡코인 상장을 일삼았기 때문이다.
일례로 A거래소는 이름도 못 들어본 알트코인들을 들여오는 것은 물론, ‘잡코인’을 직접 만들기까지 했다. 무려 8개의 코인을 직접 발행했고 해당 코인들의 백서 내용은 다 똑같았다. 현재는 ‘거래소 토큰’을 금지하는 특금법 시행령이 통과되면서 해당 코인들을 상장폐지했다. 민 의원의 논리대로라면 A거래소가 국내 시장을 독점해야 한다.
업비트의 잡코인 상장이 문제없다는 얘기가 아니다. 깜깜이 상장이라는 중요한 문제를 카드로 꺼내면서, 그 카드로 문제 삼은 게 ‘업비트 독점’이라는 점이 이상하다는 얘기다. 업비트든 빗썸이든 그 어떤 거래소든, 최대한 정당하고 투명하게 코인을 상장할 수 있도록 관리감독 방안을 논의하는 게 정상이다.
그냥 업비트를 저격하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특금법의 비합리성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싶었던 걸까. 가상자산이 뒷전이 아닌 주요 주제가 된 국감에서, 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지적은 더 이상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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