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상 영업신고 요건이었던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실명계좌)으로 인해 가상자산 거래소 독과점 체제가 형성된 가운데,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이로 인한 후폭풍 처리를 가상자산업법 제정으로 넘기는 모습을 보였다.
6일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제도권 진입에 성공한 4대 거래소의 독과점에 대해 많은 우려가 제기된다”며 “서비스 경쟁은 사라지고, 서비스 담합으로 인한 피해는 국내 투자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란 비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의원은 “업비트를 비롯한 일명 ‘4대 거래소’의 전현직 경영진이 자전거래 사기 혐의, 시세조작 혐의 등 사회적 논란의 전력이 있다”며 “이들에게만 국내 코인 시장을 맡길 수 있겠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고 위원장은 “(원화마켓 없이) 코인마켓 거래만 가능한 25개 업체들도 나중에 신고할 수 있다”며 “(추가적인 부분은) 금융위가 자체 판단하기는 어렵고, 국회 가상자산업법 제정 논의에 같이 참여하겠다”고 답했다.
특금법에 따라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원화마켓을 운영하기 위해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발급받아야 했다. 이 때 금융당국은 거래소에 대한 평가를 온전히 은행에 위임했다. 때문에 업비트를 비롯한 일명 ‘선발주자’ 외 다른 거래소들이 계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을 초래했다.
사실상 실명계좌 요건과 금융당국의 방침이 거래소 독과점 체제를 초래한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 이에 따른 후폭풍은 가상자산업법 제정으로 미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 의원은 “업계는 물론 전문가들도 금융당국이 은행에 거래소 자금세탁 위험을 떠넘겼기 때문에 거래소들이 계좌 발급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고 본다”며 비판했다. 또 “정부의 행정 부작위에 의한 직무 유기라는 지적까지 나온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 위원장은 “자금세탁 심사는 원래 은행이 하는 일”이라며 “실명계좌 없이 영업신고한 25개 거래소도 다시 준비해서 요건을 갖추면 원화마켓을 운영할 수 있다. 금융위에서 독자적으로 판단할 사항은 아니고 가상자산업법에서 추가 논의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금융당국이 은행에 명확한 지침을 주지 않으면서, 거래소 자금세탁에 관한 책임은 은행에 물어서 은행이 소극적인 것 아니냐”는 지적에도 같은 답변으로 일관했다.
고 위원장은 “해당 기준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기준을 참고해 만든 것”이라며 “앞으로 코인마켓만 운영하는 거래소들이 어떻게 사업을 해나가야 할지는 국회와 상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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