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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거래소, 4개면 된다고? “4개 남아도 피해액 3조원 추산”

“거래소 신고 더 많이 수리해야 투자자 보호 가능” 주장 제기

가상자산 거래소가 4개만 남을 경우 '김치코인' 상장폐지로 인한 피해 예상 금액이 3조원으로 추산된다./민형배 의원 유튜브 캡처
가상자산 거래소가 4개만 남을 경우 '김치코인' 상장폐지로 인한 피해 예상 금액이 3조원으로 추산된다./민형배 의원 유튜브 캡처

[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빗썸, 코인원, 코빗도 은행으로부터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실명계좌) 확인서를 받으면서 업비트를 포함한 가상자산 거래소 ‘빅 4’ 체제가 완성됐다. 빗썸과 코인원, 코빗도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상 영업신고를 앞둔 만큼, 우려됐던 업비트 독점은 피해간 상태다. 앞서 업비트는 지난달 영업신고를 마쳤다.

그러나 업비트 독점을 피했다고 해서 투자자들의 예상 피해액이 크게 줄어든 것은 아니다. 거래소가 4개 정도 살아남는다고 하더라도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예상 피해액은 매우 클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4개 거래소만 남으면 42개 김치코인 증발…피해액 3조원

9일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주최한 ‘가상자산 거래소 줄폐업 피해진단’ 정책 포럼에서 김형중 한국핀테크학회장은 4개 거래소만 남을 경우 ‘김치코인’ 상장폐지로 예상되는 피해액이 3조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김 학회장에 따르면 현재 코인마켓캡에 등재돼있는 ‘김치코인’ 수는 159개다. 일명 ‘김치코인’이란 한국인 팀이 발행한 코인을 의미한다.

김치코인 159개 중 원화를 통한 거래 비중이 80% 이상인 코인은 112개다. 사실상 한국인이 거래량의 대부분을 책임지는 코인들이다. 이 중 업비트, 빗썸, 코인원에 상장된 코인은 70개다. 나머지 42개는 ‘빅 4’ 거래소 외 다른 거래소에 상장된 코인들이지만 대부분 한국인이 거래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대로 특금법 영업신고 기한이 끝나면 42개 코인은 상장폐지될 수 있다. 해당 코인들이 거래되는 거래소가 폐업 위기에 놓이는 탓이다. 한국인이 거래량 대부분을 차지하는 코인들이므로 국내 거래소에서 거래되지 않으면 해당 코인들은 증발 위기를 겪게 된다. 이 42개 코인의 상장폐지로 발생할 수 있는 피해액은 약 3조원으로 추산된다.

김 학회장은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금이 날아가지 않도록 연착륙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거래소를 4개만 남기면 최소 3조원 이상 피해액이 발생하므로, 자격있는 거래소가 좀 더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2017년에 일본 금융청이 16개 거래소를 허가했다. 한국도 비슷한 수의 거래소를 남길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거래소 신고가 비교적 많이 수리돼야 투자자 보호 환경이 마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소수의 독과점을 피하고 경쟁체제를 마련해 질 높은 거래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임요송 한국디지털자산사업자연합회장 역시 시장점유율이 높은 4개 거래소만 남아도 투자자 피해가 클 것이라고 예측했다. 4개 거래소의 점유율이 90%를 넘는 만큼 피해가 크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으나, 거래소마다 상장된 코인이 다르기 때문에 피해는 클 것이란 주장이다.

임 연합회장은 “각 거래소 별로 상장 기준과 상장 코인이 다르다”며 “특정 거래소의 점유율과 상관없이, 일부 투자자들은 투자한 코인이 한순간에 없어지는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특금법, 이대로 가면 오히려 투자자 피해 야기”

이날 포럼에서는 거래소가 4개만 남는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질 경우 특금법이 오히려 투자자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가상자산사업자를 규제해 투자자 보호 환경을 조성하고자 마련된 법이지만, 역설적으로 투자자에 피해를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형묵 금융소비자연맹 연구위원은 “소비자연맹에 가상자산과 관련한 민원은 크게 세 개가 들어온다”며 “하나는 가격 리딩방으로 인한 사기 피해이고, 두 번째는 다단계처럼 특정 코인을 위해 개설됐던 거래소들이 폐쇄되는 경우”라고 언급했다.

이어 “마지막이 특금법으로 인한 코인 상장폐지 문제인데, 앞선 사례들이 불법행위인 것과 달리 이 문제는 불법행위와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소비자가 투자한 코인이 특정 거래소에 상장돼있고, 해당 거래소가 은행 실명계좌를 못 받아 폐쇄됐을 때 발생하는 문제다. 거래소가 ISMS(정보보호관리체계) 인증 등 나머지 특금법 영업신고 요건을 준수하더라도, 은행이 실명계좌를 내주지 않아 결국 폐업 수순을 밟을 수 있다.

김 위원은 “정상적인 회사가 발행한 코인이고, 해당 코인이 상장된 거래소도 특금법 준수를 위해 노력했음에도 은행 계좌가 없어 폐쇄될 수 있다”며 “이 경우는 발행사와 거래소, 투자자 모두 불법행위를 하지 않았는데 정부 정책으로 인해 선량한 소비자가 재산 피해를 받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발급받지 못한 거래소들이 원화 입출금 없이 ‘코인 전용 거래소’로 영업하게 하더라도 독과점은 심화될 것이란 예측도 나왔다.

김태림 법무법인 비전 변호사는 “코인마켓만 있는 거래소를 이용하는 투자자들은 현금화를 위해 원화마켓이 있는 거래소를 또 써야한다”며 “결국 ‘빅4’를 이용해야 하므로 독과점을 심화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김 변호사는 “(정부가) 실명계좌를 발급받지 못한 거래소들과 그 거래소에 상장한 가상자산 발행사들의 헌법 상 영업의 자유를 중대하게 재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계좌 발급을 위한 객관화된 심사 자료가 없는 만큼, 특금법이 이대로 시행되는 건 무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 변호사는 “은행 계좌 발급의 객관적인 심사 자료가 존재해야 거래소들이 사업방향을 결정할 수 있다”며 “지금 상황에서 신고 기한이 마감돼 거래소들이 문을 닫는다면 매우 큰 부작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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