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오는 24일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상 영업신고 기한을 앞두고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줄폐업이 예상되는 가운데, ISMS(정보인증관리체계) 인증을 획득한 거래소들이 공정한 심사 기회라도 달라는 취지의 긴급 성명을 냈다.
7일 한국블록체인협회 소속 가상자산 거래소 9개사는 “위기의 가상자산 산업, 금융당국이 결자해지하라”는 제목으로 공동성명을 내고 금융당국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9개사는 후오비코리아, 에이프로빗, 코인앤코인, 프로비트, 코어닥스, 한빗코, 포블게이트, 보라비트, 플라이빗이다.
◆“은행이 실명계좌 발급 회피…이런 상황 만든 건 금융당국”
거래소들은 “ISMS 인증을 취득한 사업자들은 영업신고 필수요건 충족을 위해 금융사도 통과가 어렵다는 인증을 취득했고, 자금세탁 방지 시스템 마련을 위해 성실하게 준비해왔다”며 “또한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산업의 발전을 위해 기술 투자를 아끼지 않았고, 전문 인력들을 양성해 신산업의 성장에 기여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래소들은 특금법 신고 요건 중 하나인 은행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실명계좌)을 발급받지 못해 폐업 위기에 놓였다.
거래소들은 “특금법이 요구하는 은행의 실명계좌 발급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은행에 실명계좌를 신청하고 싶어도 받아주는 은행도 없고, 어렵게 논의를 진행하다가도 최종적으로 발급을 거부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상황을 만든 건 금융당국이라는 게 거래소 측의 주장이다. 은행이 거래소와 논의조차 회피하는 상황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거래소들은 “그동안 금융당국은 거래소에 대한 심사와 평가를 은행에 떠넘긴 채 방치했다”며 “블록체인 기술과 가상자산의 특수성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 없이 개별 은행의 업무 기준에 따라 평가하라는데, 감히 나설 수 있는 은행이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금융당국이 나서서 거래소들에게 원화마켓을 제거하면 신고를 접수할 수 있다고 안내하거나, 고객들에게 영업 종료 사실을 통보하라고 유도하고 있는데, 이는 금융당국이 건전하게 육성해야 할 산업을 짓밟는 무책임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현실적으로 원화마켓을 제거하면 사업을 지속하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한시적으로 기존 방식 영업할 수 있게…거래소-은행 책임 명확화 필요”
거래소들이 요구하는 건 금융당국의 유연성이다. 실명계좌는 없으나 ISMS 인증을 취득한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반려 없이 신고 접수가 가능하도록 하고, 당국의 심사가 끝날 때까지는 한시적으로 기존 방식의 영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즉 심사 기간 동안 원화마켓을 한시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실명계좌 요건을 신고 후 보완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이는 원화마켓 제거 시 사업 지속이 어렵기 때문이다. 거래소들은 “특금법 영업신고를 위해 원화마켓을 제거한 거래소는 당장 신고를 접수할 수는 있겠으나, 사업을 지속하기 힘들고 끝내 폐업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 거래소와 은행의 책임 구분을 명확히 함으로써 은행과의 협의가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달라는 주장도 나왔다.
거래소들은 “거래소에서 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전적으로 거래소의 책임이지 결코 은행의 책임이 아니”리며 “금융당국은 더 이상 은행을 앞세우지 말고 거래소와 은행의 책임과 역할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동시에 은행과의 협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기준을 마련하거나 은행 전담 창구를 개설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임요송 코어닥스 대표는 “은행에 가도 가상자산사업자 심사를 위한 정식 창구가 없다”며 “인맥으로 알음알음 담당자를 만나야 하는 상황인데, 창구가 없다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김성아 한빗코 대표도 “ISMS 취득 거래소에 한해서라도 금융당국이 은행들로 하여금 계좌 심사를 신속히 해줄 것을 당부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시적 원화마켓 허용시 사고에 전적으로 책임질 것”
거래소들은 실명계좌가 없이 심사를 받더라도 금융당국이 우려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이다.
또 금융당국이 실명계좌가 없는 거래소도 한시적으로 원화마켓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추후 실명계좌 요건을 충족하게끔 한다면 심사 기간 중 사고나 법률위반 행위가 발생했을 때 자발적으로 원화마켓을 없애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거래소들은 “심사 기간 중 부적절한 행위로 금융당국과 투자자의 신뢰를 훼손하는 거래소가 적발될 경우 해당 거래소는 자발적으로 원화 거래를 중지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분명하게 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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