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와 국회가 쏟아내는 플랫폼 규제를 두고 한 업계 관계자가 한 말이다. 가파른 성장 탓일까. 온라인플랫폼들이 규제통을 앓고 있다. 소비자와 입점업체에 대한 갑질을 막기 위함이라지만, 자칫 서비스혁신까지 막아버릴 허술한 규제들이 난립한다.
예를 들어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입법예고한 전자상거래법 전부개정안은 여러 모로 논란을 낳았다. 플랫폼 사업자의 법적 책임을 강화하자는 것이 이 법안의 취지지만, 엉뚱하게도 동네 기반 중고거래 스타트업인 당근마켓이 사정권에 들었다. 개인간 중고거래에서 분쟁이 발생할 경우 중개 플랫폼이 분쟁 당사자의 신원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제29조 조항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개인정보 노출을 우려한 이용자들이 떠나면 당근마켓은 그야말로 존폐를 위협받게 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공정위는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만 신원정보를 제공하도록 하고, 그 구체적인 내용은 시행령에서 구체화하겠다”면서 오히려 “이를 통해 개인간 거래가 활성화될 수 있다”는 황당한 답변을 내놨다. 하지만 당근마켓은 지난 12일 공정위 주최 업계 간담회에서도 “어디에도 이런 법은 없다”며 “중고거래 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으니 개정안을 재검토해달라”고 읍소해야 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업계에서는 정부의 ‘소통 부족’을 원인으로 꼽는다. 인터넷·스타트업계를 대변하는 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공정위의 전자상거래법 개정 추진에 공동 성명을 내고 “공정위가 업계의 의견을 무시하고 형식적인 의견수렴 절차만으로 입법예고 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이해관계자 간담회라며 불러놓고, 개정안에서 업계가 우려할 만한 내용은 제외한 채 ‘보여주기’식 소통을 했다는 것이다. 사실 “사업자 의견수렴을 거쳤다”고 강조하는 정부의 이런 이면적인 행태는 별로 놀라운 것도 아니다.
공정위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의 온라인플랫폼법 힘겨루기도 마찬가지다. 현재 온라인플랫폼과 입점업체간 거래관계를 규율하는 공정위의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과 여기에 이용자 보호 의무까지 담은 방통위 지원의 ‘온라인플랫폼 이용자보호법’(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발의)을 놓고 양 부처는 서로 규제 권한을 다투고 있다. 이들은 결코 밥그릇 싸움을 하는 게 아니라고 항변하고 있지만, 업계의 중복규제 우려에도 이를 해소하기 위한 협의는 지지부진할 뿐이다.
법안 발의 단계에서 충실한 실태조사를 행했는지도 의문이다. 양 부처는 온라인플랫폼법의 참고 사례로 유럽연합(EU)이 추진하는 디지털서비스법(DSA) 등을 들고 있는데 이는 사실 자국 플랫폼이 없는 유럽에서 구글과 페이스북 등 외산 플랫폼을 규제하기 위한 것으로, 국내 온라인플랫폼법은 오히려 해외 플랫폼을 견제해야 할 국산 플랫폼만 규율하는 꼴이 될 수 있다. 방통위는 해외 사업자가 자료 제출을 않을 경우 유사한 다른 기업의 매출액에 근거해서라도 과징금을 매기겠다고 했는데, 유형과 모델이 제각각인 플랫폼 생태계에서 가능한 해법일지도 의문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광범위하고 정확한 실태조사, 그리고 업계와의 충분한 소통이다. 지금까지 나온 법안들을 보면 수 년도 더 지난 낡은 실태조사 결과를 인용하거나, 새로운 연구·조사 비용 집행으로 고작 수 천만원을 책정하고 있는 것이 다반사다. 정부와 국회는 이제라도 법적 개입이 꼭 필요한 규제 우선 순위를 정하고, 자칫 스타트업들의 혁신을 저해하는 요소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