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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냐 공정위냐…온플법 ‘중복규제 논란’ 어떻게 봐야 할까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중요한 것은 부처 소관 문제가 아니라, 어느 법안이 됐든 그것이 적절하고 효율적인 규제를 담고 있는지 과잉 규제이거나 산업 성장을 저해할 요인은 없는지 고려돼야 한다.”(배춘환 방송통신위원회 이용자정책총괄과장)

네이버와 카카오, 배달의민족 등 온라인플랫폼 산업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이를 규제하려는 이른바 ‘온라인플랫폼법’들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향후 법안 통과 여부에 따라 온라인플랫폼에 대한 법적 권한을 쥐게 될 두 규제기관,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간 소관 다툼으로까지 비춰지는 모양새다.

이에 방통위는 지난 18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온라인플랫폼법 중복규제 논란 관련 기자 설명회를 개최했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온라인플랫폼법은 공정위가 제출한 ‘온라인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이하 공정화법), 방통위가 지원한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발의 ‘온라인플랫폼 이용자보호에 관한 법’(이하 이용자보호법)으로 크게 나뉜다. 이용자보호법은 전기통신사업법의 특별법 형태다.

공정위안인 공정화법과 방통위가 지원하는 이용자보호법은 똑같이 온라인플랫폼에 대한 규제를 담고 있지만 세부 영역에서 조금씩 지향점이 다르다.

일단 적용 대상과 범위를 보면 공정화법은 네이버·카카오 같은 플랫폼과 여기에 입점한 이용사업자간 관계, 즉 B2B 거래를 규율한다. 반면 이용자보호법은 플랫폼과 이용사업자간 관계, 플랫폼과 이용자간 관계를 각각 규율한다. B(이용사업자)-P(플랫폼)-C(이용자)간 다층적 관계를 다루는 단일법 규율체계라는 게 방통위 설명이다.

구체적인 적용 범위는 이용자보호법이 더 많은 기준을 들고 있다. 공정화법은 소기업을 제외하고 매출액 100억원 이내에서 시행령 금액 이상 또는 중개거래금액 1000억원 이내에서 시행령 금액 이상을 사업자 범위로 제시했다면, 이용자보호법은 ▲매출액 ▲거래금액 ▲이용자 수 ▲이용집중도 ▲거래의존도 등을 모두 고려한다.

또 이용자보호법의 경우 일정 규모 이상의 모든 사업자에게 적용되는 규정과, 대규모 독과점 사업자에게만 적용되는 규정으로 이원화한 점이 특징이다. 배춘환 방통위 과장은 “대규모 독과점 사업자를 나눠서 차별 규제를 하는 것은 유럽연합(EU) 등 다른 나라의 입법 흐름과도 비슷하며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다만 실제 EU판 온라인플랫폼법인 ‘디지털서비스법(DSA)’과 ‘디지털관리법(DMA)’이 겨냥하는 대규모 독과점 사업자는 주로 구글과 페이스북 등 외산 플랫폼들이다. 이들에 대항할 자국 플랫폼이 없어 사실상 외산 플랫폼이 시장을 장악한 데 따른 대응 차원이 크다. 이는 국내에서 온라인플랫폼법이 글로벌 대형 플랫폼을 견제해야 하는 국산 플랫폼들을 오히려 규율하고 그에 반해 해외 플랫폼에는 집행력이 잘 미치지 않아 역차별만 양산할 수 있다는 업계 우려가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방통위는 이에 대해 이용자보호법상 매출액 추정 규정으로 해외 사업자에 대한 실효성 있는 규제가 가능하다고 대변하고 있다. 해외 사업자가 관련매출액 산정근거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을 때는 동일·유사한 사업자의 회계자료와 영업자료에 근거해 매출액 추정을 하고 이에 기반해 과징금을 부과하는 식이다.

또한 제재 자체도 직접 개입을 최소화하고 산업 혁신을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 금지행위에 대한 규제만 하겠다는 게 방통위 입장이다.

공정화법의 경우 불공정거래행위 금지와 함께 필수 의무사항을 열거해 규율하고 있다. 중개서비스의 내용과 대가, 상품의 반품·환불, 상품노출 순서·기준 등을 계약서 필수 기재사항으로 지정하고 이를 따르지 않으면 과징금을 매기겠다는 것이 골자다. 업계에서는 그러나 천차만별인 플랫폼 유형들을 무시하고 표준계약서를 제시해 산업 차원의 다양한 아이디어와 발전 가능성을 위축시킬 수 있는 규제라며 불만이 크다.

이에 반해 이용자보호법은 거래기준을 권고사항으로만 두고 있다. 대신 금지행위들을 위반할 경우 과징금을 부과하는 식이다. 이용자보호법은 일반적인 규모의 온라인플랫폼 사업자와 별개로 대규모 온라인플랫폼 사업자에 대해 불리한 계약 체결·변경, 적정한 수익배분 거부·제한, 콘텐츠 차별 취급 등 별도 금지행위들을 두고 있다.

국내 사업자들이 가장 반발하고 있는 ‘노출기준 공개의무’ 조항은 공정화법과 이용자보호법 모두 담고 있다. 공정화법의 경우 플랫폼의 노출 방식·순서·기준을 입점업체와의 계약서에 필수적으로 기재할 것을 강제한다. 이용자보호법 역시 노출 기준을 대외적으로 공개할 의무를 명시하고 이용자에게 노출 기준에 대한 선택권을 보장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기업의 영업비밀인 알고리즘을 공개하라는 것이냐며 반발이 크다. 미국 등 해외에서는 알고리즘에 대한 지적재산권(IP)을 인정하고 보호하는 추세이기도 해, 명분 없이 영업비밀 침해를 부추기는 규제라는 지적이다.

관건은 노출 기준을 어디까지 공개해야 하는가이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댓글 수나 판매 실적 등 노출 순서를 결정하는 기준 중에서도 주요 요소만 공개하라는 입장이다. 방통위는 아직 이용자보호법상 이를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다. 대신 올해 5월까지 관련 전문가 및 사업자들과 논의를 거쳐 가이드라인 성격의 ‘알고리즘 추천서비스 투명성 원칙’을 마련하겠다는 설명이다.

배춘환 과장은 “일각에서는 (이용자보호법이) 시행령에 의존해 불명확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온라인플랫폼 시장에서 탄력적 대응을 위해서는 오히려 시행령에 위임해 상황에 맞는 유연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라면서 “노출 기준 또한 영업비밀을 공개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이용자에게 최소한의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문제의식 차원에서 잘 절충하겠다”고 강조했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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