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와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온라인플랫폼법에 이어 판매장려금 규제안을 놓고 미묘한 긴장감을 보이고 있다. 소관 영역을 놓고 주도권 다툼이 또 시작될 수 있다는 분위기다.
방통위가 ‘이동통신단말기 유통구조개선에 관한 법(이하 단통법)’ 손질에 나선 가운데, 판매장려금 규제 개선도 도마 위에 올랐다. 통신사가 일부 유통망에 지급하는 과도한 장려금이 이용자 차별을 야기하는 불법보조금을 양산한다는 지적 때문이다. 방통위는 통신3사와 시민단체, 변호사‧교수 등이 참여한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개선 협의회(이하 협의회)’를 구성하고, 판매장려금을 비롯해 공시지원금‧위약금 제도를 검토하고 있다. 협의회는 현행 15% 추가지원금 확대, 유통채널 간 합리적 차등제 등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국회도 단통법 개정안을 통해 차별적 장려금 금지를 추진하고 있다. 윤영찬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10인은 장려금 차별 금지 내용을 담은 단통법 개정안을 지난해 입법예고했다. 단통법 개정에 속도를 낼 수 있는 법안이다.
하지만, 이는 방통위와 공정위간 소관 영역 조정이 필요한 부분이다. 방통위는 단통법 개정을 주도적으로 맡고 있으며, 이용자 차별에 대한 사후규제 부문을 담당한다. 공정위는 사업자와 대리점‧판매점 간 불공정거래에 대한 역할이 있다.
공정위의 공정거래법과 대리점법을 예를 들 수 있다. 2013년 남양유업 대리점 밀어내기 사건을 계기로 제정된 대리점법에는 판매장려금 정책도 포함돼 있다. 이용자 지원금이 아닌 통신사와 대리점‧판매점 등 유통망 간 판매장려금이라면, 공정위 소관업무에 속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장려금 규제 도입 필요성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있으나, 공정위 영역과 중복되는 부분에 대해 좀 더 고민해야 한다”며 “윤영찬 의원 등이 장려금 차별 금지 관련 단통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공정위가 반대하고 있다. 이용자 피해 전 단계인 사업자 간 관계에 대해서는 공정위 법으로 규제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판매장려금을 규제하더라도 불법보조금 문제가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단통법 위반으로 제재를 받은 통신3사는 과징금 경감을 위해 시장안정화를 약속하며 내세운 판매장려금 전산화를 시행하고 있다. 통신사는 판매장려금을 전산으로 기록하고, 방통위는 이를 통해 시장을 모니터링할 수 있다. 그럼에도, 구두로 정책을 내리는 등 꼼수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시장에 불법보조금이 없어지지 않는 이유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판매장려금은 풀리지 않는 숙제로, 큰 대안이 필요하다”며 “상생협의회를 통해 정부‧통신사와 소매채널 및 기업채널 등 장려금 차별금지, 합리적인 판매장려금 등에 대해 수년전부터 논의했지만, 아직 아무것도 제대로 된 게 없다”고 꼬집었다.
장려금을 차별하지 않는다면, 어디까지가 합리적인 차별인지도 모호한 상황이다. 장려금을 차별 지급하는 것만으로 법적 처벌 대상에 포함되느냐도 논란이다. 단통법의 경우, 과도한 장려금이 불법보조금 재원으로 쓰여 이용자 차별을 일으키는 부분에 대해 처벌한다. 이용자에게 가기 전 유통망에 지급하는 장려금만으로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은 없다. 또, 상품을 많이 판매하는 유통망에 많은 장려금을 지원하는 것이 경제적 논리에 맞다는 반박도 나온다. 단말 판매 비중이 큰 대형 유통망과 소형 판매점에 지급하는 판매장려금을 동일하게 책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다.
방통위 관계자는 “차별적 장려금은 결론이 쉽게 나올 수 없는 부분인 만큼, 중장기적으로 보고 있다”며 “단통법 개정 입법을 통해 개선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