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KT 구현모 대표가 예고한 그룹사 구조개편을 본격화한다. 구현모 대표 취임 후 첫 계열사 매각이 이뤄졌다. KT는 KT파워텔을 매각했다. 1호 자회사라는 상징성, 그동안 매각 대상에 오르지 않았던 통신부문 계열사임에도 구 대표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통신‧비통신 가리지 않고, KT 체질을 ‘성장’으로 바꿀 수 있는 새 판을 짜겠다는 의지다. KT가 성장사업 중심 플랫폼 기업으로 그룹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겠다고 밝힌 만큼, KT파워텔을 시작으로 계열사 정리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구 대표는 지난해 3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과 만나 그룹사 구조개편을 언급한 데 이어 10월 기자간담회에서도 “구조적 변화를 준비하기로 했다. 그룹 전체 리스트럭쳐 하는 부분”이라고 재차 말했다. KT는 IT‧통신사업 역량을 집중하는 한편, 금융‧미디어‧콘텐츠 등 성장사업 중심 플랫폼 기업 구조를 구축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KT는 디지털 커머스 사업 역량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KTH와 KT엠하우스 합병을 발표한 바 있다.
구 대표 취임 초부터 기업가치 개선을 위한 계열사 정리는 예견됐다. 당시 BC카드, 케이뱅크를 비롯해 KT서브마린, KTH, KT텔레캅 등이 후보군으로 꼽힌 바 있다. KT는 KTH 매각 대신 KT엠하우스와 합병하기로 했다. KT그룹 디지털 커머스 전문기업을 표방하며, 유통분야 사업역량 강화를 꾀하겠다는 것이다. BC카드와 케이뱅크 매각설도 사그라졌다. 암초였던 인터넷전문은행 특별법이 통과되고, 4000억원 증자 성공으로 자금난에 숨통이 트였다. 현재 KT는 BC카드를 통해 우회적으로 케이뱅크를 지배하고 있다. 더군다나 구 대표는 금융을 성장사업으로 꼽고 있다.
후보에 점쳐지지 않았던 KT파워텔 매각 결정으로, 내부에서는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지금까지 통신사업을 영위하는 자회사 매각은 KT 민영화 이후 한 번도 없었다. 그룹사 개편에 나섰던 전임 황창규 대표의 경우, 2013년 56개 자회사에서 43개로 조정했다. 부실 자회사를 비롯해 KT렌탈‧KT캐피탈 등 비통신 계열사를 매각했으나, 이 중 통신부문 자회사는 없었다. 본업인 통신인 만큼, KT와 사업 연계가 유용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럼에도 구 대표는 첫 번째로 KT파워텔을 정리하기로 하면서, 시장에 확실한 메시지를 줬다. 디지털플랫폼기업(디지코) 전환을 위해 선례 없는 선택이라도 분명히 하겠다는 것이다. 매각뿐 아니라 자회사 분리 후 상장, 내부 계열사 합병 등이 진행될 것이고, 나아가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까지 점쳐진다. 추가 매각 후보로는 KT서브마린, KT텔레캅 등이 꼽히고 있다. 이미 KT는 KT서브마린을 매각 물망에 올리고, 주관사 선정작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KT텔레캅은 에스원, ADT캡스에 이어 물리보안시장 3위에 그치고 있다. 2위인 ADT캡스는 SK인포섹과 합병하며 덩치마저 커졌다. KT텔레캅은 당기순손실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이번에 매각한 KT파워텔은 적자 회사는 아니다. 1985년 설립된 KT파워텔은 무전통신 전문기업으로, 스마트폰 도입 후 무전 수요가 줄면서 2018년 651억원, 2019년 620억원으로 매출이 줄었으나 지난해 스마트모빌리티 사업인 전기자전거‧전동킥보드 사업을 시행하면서 656억원 매출 반등을 이뤘다. 올해에는 매출 700억원, 영업이익 5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홍콩 등 무전 플랫폼 수출도 눈 앞에 두고 있다. 이익잉여금도 510억원에 달한다.
KT텔레캅 매각 금액은 406억원이다. KT는 지난 11일 KT파워텔 매각 우선 협상 대상자로 디지털 보안장비 기업 ‘아이디스’를 선정했으며 KT가 보유한 KT파워텔 지분 44.85% 전량 매각하기로 했다. 노조는 반발하고 있다. KT 우수 그룹사이자 국가 기간통신사업을 담당하는 KT파워텔을 연관성 없는 CCTV제조사에게 헐값으로 판매했다는 것이다. KT파워텔 노조는 총 파업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KT파워텔 인수 사실이 밝혀진 지난 22일 아이디스 종가는 전일보다 5.35% 오른 3만3500원을 기록했다. 장중 최고 3만5500원까지 올랐다. 반면, KT는 전일보다 0.84% 하락한 2만3700원에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