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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좌에 오른 신입사원 성공기, 구현모 “KT 기업가치 높인다”

-[통신3사 CEO]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1987년 KT 공채로 입사한 신입사원이 32년 후 지난해 기준 연간매출 24조3420억원, 44개 계열사를 거느린 KT그룹 왕좌에 앉았다. 이 자리는 그동안 숱한 낙하산 논란을 일으키며 정치적 외풍에 흔들려 왔으나, 이번만은 정권과의 고리를 끊으며 구현모 대표가 최고경영자(CEO) 최종경합에서 승리했다. ‘KT 대표에 KT인(人)’이라는 어찌 보면 당연한 이치를 되새기며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구현모 호(號) 닻이 올랐다.

지난 3월 공식 취임한 구현모 대표는 CEO 직급을 ‘회장’에서 ‘사장’으로 낮추고, KT를 성장하는 기업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행보를 시작한다. 올해 초부터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구 대표는 위기극복과 함께 미래 성장성을 담보할 수 있는 신사업을 모색해야 한다는 과제를 떠안았다. 궁극적으로 성장성을 입증해 시장에서 저평가된 기업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목표다.

구 대표는 지난 3월 취임을 공식화하는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기업‧주주가치 제고를 강조했다. 당시 KT 주가는 코로나19 여파로 2만원선을 붕괴하고 1만원대로 곤두박질친 후 연일 신저가를 기록했다. 주주들은 새로운 대표에게 주가부양을 요구했다. 구 대표는 취임사를 통해 “대표이사 최종 후보로 선정된 이후 자본시장을 포함해 다양한 관계자를 만나, 우려와 기대를 실감했다”며 “금융, 유통, 부동산, 보안, 광고 등 성장성 높은 사업에 역량을 모아 기업가치를 향상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하며, 주주들을 달랬다.

실제 구 대표는 정기주주총회 이전에 약 1억원을 들여 자사주를 매입하고, 증권사 관계자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KT 경영방향과 비전을 알리는 동시에 주가 개선방안 등에 대한 조언을 경청했다.

이와 함께 구 대표는 기업 체질개선에 나섰다. KT는 국민기업 타이틀을 얻고 있지만, 성장 없는 올드(Old)한 기업이라는 이미지에 갇혀 있다. KT가 유‧무선을 중심으로 한 통신회사임은 분명하나, 오랜 기간 비통신분야로 기업 외연을 확장하고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등 신성장 영역에도 진출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구 대표는 기업 정체성을 새로 명명하기에 이른다. KT는 취임 이후 7개월만인 지난 10월 디지털플랫폼기업(디지코, Digico)로 변화한다고 선포했다. 규제로 점철된 통신분야 대신 미디어, 금융, 기업(B2B) 등 비통신분야에서 새 성장동력을 찾아 플랫폼 기업으로 나아가는 비전을 세운 것이다. 이를 위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ABC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LG전자‧현대중공업 등과 협력한 ‘AI 원팀’ 서울대‧한컴 등과 손잡은 ‘클라우드 원팀’을 결성해 동맹을 확대하고 있다. 또한 B2B, AI‧디지털전환(DX)에 중점을 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KT는 2025년 매출 20조원 목표 중 비통신분야가 절반을 가져갈 수 있는 구조를 확립할 계획이다.

이는 KT가 경기방어주인 통신주를 넘어 ‘성장주’라는 확신을 시장에 심어주기 위한 발걸음이다. 구 대표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주가에 대한 답답함을 호소하면서, KT 가치를 제대로 알리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구 대표는 “주가에 기업가치가 반영되지 않은 점은 제일 큰 고민이다.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리면서 주식시장에 몰렸으나 소위 말하는 성장주에 집중돼 지나치게 왜곡된 부분이 있다”며 “전통적 사업을 운영하는 회사들의 주가는 오르지 않고, 기업가치도 반영되지 않았다. 하지만, KT는 내부에 8~20%씩 성장하는 비통신분야 사업들이 있다. KT 가치를 제대로 전달하고 평가받겠다”고 역설했다.

구 대표는 시장에 끊임없이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지난달 구 대표는 주가안정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3000억원 규모 자사주를 매입했다. 11년만의 최대규모다. 빅딜도 예고했다. 인수합병(M&A), 자회사 분사 후 상장, 대규모 지분 맞교환 방식까지 모두 열어놨다. 구 대표 스스로 M&A 전문가로 칭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특히, 구 대표는 조직개편을 통해 홍보실에 ‘기업가치홍보팀’ 조직을 신설했다. 자본시장에 맞춤화한 홍보전략을 구사, KT 성장가치를 알려 주가에 제대로 반영시키겠다는 포부다. 홍보조직에 기업가치와 주가부양을 전담한 팀이 신설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한편, 구 대표는 KT에서 대표적인 전략통으로 불린다. 주요 M&A를 전담해 왔고, LTE 상용화 후 통신3사 경쟁 최전선에 섰으며 ‘1등 KT’, ‘기가토피아’ 등 비전 제시에 공헌한 인물이다. 구 대표는 2005년 KT 렌탈 전문자회사 KT렌탈을 독립 법인화하고, 2009년 KT와 KTF 합병에도 관여했다. 경영전략실 출자관리팀장부터 ▲전략투자실 전략투자담당 ▲사업구조1담당 ▲전략CFT그룹 전략1담당 ▲그룹전략 1담당 ▲코퍼레이트센터 경영전략담당 등을 거치며 M&A 및 전략 전문가로 내부 육성됐다.

LTE 3파전이 벌어진 당시, 구 대표는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를 향해 속도 측정 공개시연 의사를 내비치고, LG유플러스 영업정지 기간 불법 신규가입 모집 문제제기를 하는 등 공격수 역할을 맡았다. 이 때 KT는 ‘워프’ 마케팅을 강화하며 LTE 가입자 유치에 공을 들였다. 당시 LTE 단말 아이폰5 예약가입 때 2시간만에 13만명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2013년 KT 텔레콤앤드컨버전스(T&C) 부문 최고운영책임자(COO)에 오른 구 대표는 이듬해 비서실장 자리에 앉으며, 황창규 전 회장의 신임을 얻게 된다. KT 비서실은 상무급에서 전무급 실장으로 높이고, 재무‧전략‧그룹담당으로 구성해 KT그룹 전체 전략을 구성하는 CEO 직속 부서로 조직을 강화했다.

2015년 12월 구 대표는 경영지원총괄 부사장으로 임명돼 황 전 회장 아래 투톱체계서 내부 살림을 책임졌다. 황 전 회장이 연임에 성공하고 사장에 승진한 구 대표는 남북간 경협 분위기 속에서 남북협력사업개발TF장을 겸직하고, 2018년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으로 이동한다. 유‧무선에 인터넷TV(IPTV),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까지 포함한 KT 내부에서 매출규모가 가장 큰 부서를 총괄하는 역할을 맡은 것이다. 이처럼 구 대표는 KT 주력사업과 고객기반을 담당하는 최전선에서 능력을 입증했지만, CEO 후보 경합 당시 2014~2017년 불법 정치자금 후원 관련 검찰 수사는 약점으로 꼽히기도 했다.

투명성과 공정성을 내세우며 전례 없는 8개월간의 KT CEO 오디션을 거쳐 최종 1인에 오른 구 대표. 검증된 실력을 실전에서 또다시 보여줄 때다. 취임 2년차에 들어서는 구 대표가 본인의 색깔을 내며 내년 기업가치 제고와 탈통신 전략을 성공적으로 달성할 수 있을 지 기대가 모아진다. 참고로 지난 21일 KT는 1.19% 오른 2만5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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