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1989년생의 젊은 기업인이 이끄는 보안기업 스틸리언은 지난해 눈에 띄는 성과를 보였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하는 ‘존경받는 기업인’에 박찬암 스틸리언 대표<사진>가 역대 최연소로 선정되는가 하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로부터 ‘소프트웨어(SW) 고성장클럽 200’에 예비 고성장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사명에 ‘외계인의 기술을 훔친다(we STEAL ALIEN technology)’는 뜻을 품은 스틸리언은 업계에서 ‘유망한 젊은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기업이다. 학생 시절 ‘천재 해커’라고 불린 박 대표를 포함해 구성원 대부분이 각종 보안 대회에서 두각을 드러낸 전문 화이트해커 출신이다. 임직원 평균 연령대가 20대라는 점도 특이점이다.
스틸리언의 주요 제품으로는 모바일 보안 솔루션인 ‘앱수트 시리즈’와 사이버 해킹 훈련 시스템인 ‘사이버 드릴 시스템’이 있다. 백신 프로그램처럼 일반 이용자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솔루션이 아닌 만큼 생소하지만 신한은행, 국민은행이나 토스, 뱅크샐러드 등의 모바일 앱에 앱수트가 포함됐다.
스틸리언이 특히 강점을 보이는 것은 보안 컨설팅(모의해킹)과 고난도 연구개발(R&D) 분야다. 2015년 설립된, 대표가 서른이 갓 넘은 기업이 국방부, 국군사이버사령부, 국가보연기술연구소 등 국방 분야 공공기관을 고객사로 삼고 있다는 데서 그 경쟁력을 엿볼 수 있다.
존경받는 기업인, SW 고성장클럽 200을 비롯해 청년친화강소기업, 수출바우처 지원 기업, 고용노동부 주관 강소기업 등에도 선정됐다. 업계에뿐만 아니라 대외에도 기업 경쟁력을 널리 알리게 된 것.
이런 평가에 대해 박 대표는 “SW 고성장클럽에 선정되는 등의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이런 사항들은 부차적인 성과라고 생각한다”며 “핵심 성과는 모바일 보안 솔루션의 공공시장 진출, 은행 등 대형 고객과의 공급 계약 체결이다. 규모는 작지만 미국, 일본,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해외 고객을 확보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지난해 ‘내실 다지기’에 집중했다고 전했다. 회사의 체계와 절차, 정책 등을 개선하며 짜임새 있는 구조를 갖추기 위한 노력에 집중했고 이런 가운데 각종 성과들을 거뒀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마냥 긍정적인 한해를 보낸 것은 아니다. 제조산업 등이 입은 피해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스틸리언 역시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입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미팅이 제한되고 우선순위가 변함에 따라 연초 계획됐던 사업이 연기되거나 사라지는 경우가 있었다는 것.
박 대표는 “스틸리언은 금융, 대기업, 군, 공공기관 등 대형 고객이 주를 이룬다. 계약까지 가기 위해서는 많은 의사소통과 절차가 필요한데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었다”며 “또 코로나19 확산 전 대한항공에 보안 솔루션을 공급했는데, 이 성과를 바탕으로 항공업에 진출하려 했으나 코로나19로 항공업계가 큰 위기를 겪게 되면서 계획을 중단했다”고 토로했다.
대외적인 여건이 좋지 않았지만 박 대표는 지난해 사업 전반에 대해 “선방했다”고 표현했다. 매출과 이익 모두 소폭이나마 상승했다고 전했다.
해가 바뀌면서 박 대표는 올해의 새로운 과제를 선정했다. ‘인재 확보’와 ‘혁신’이다.
박 대표는 “인재 확보는 기업의 규모나 종류에 상관없이 모두가 분투하는 과제다. 특별한 비결은 없지만 좋은 근무 환경을 만드는 것이 인재 확보를 위한 중장기적 방안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회사에 만족하는 구성원들이 추천으로 좋은 사람들이 오는 경우가 그런 효과 중 하나”라고 말했다.
스틸리언은 지난해 멘토링 프로그램 ‘스틸리언 시큐리티 리더(이하 SSL)’를 진행하며 눈길을 끌기도 했다. 코로나19로 디지털 환경의 해킹 위협이 커지는 가운데 이에 대응하는 보안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박 대표는 “규모가 크지 않은 벤처기업이지만 현재 상태에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틈틈이 고민한다. 멘토링 프로그램 아이디어는 그 과정에서 나오게 됐다. 요즘 용어로 보면 ESG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을 듯하다”고 밝혔다.
스틸리언은 지난해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재확산 시기 마스크 1만장을 취약 계층에 지원한 공로를 인정받아 용산구청장의 표창을 받기도 했다. 오우진 스틸리언 선임연구원은 해킹·보안 대회에서 받은 상금 250만원을 어려운 아동들을 위해 사용해 달라며 기탁하는 등 기업 및 임직원 차원의 사회 공헌을 지속하고 있다.
박 대표는 “회사를 통해 단순한 고용창출 이상의 사회적 가치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오래도록 지속 가능한 강소기업이 되었으면 한다”고 피력했다.
또 그는 “디지털 시대의 핵심은 사이버 보안이다. 미국도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사이버 보안에 대한 중요성과 의지를 별도의 연설로 직접 언급할 정도로 세계적인 화두가 됐다”며 “앞으로는 사이버 보안의 부재는 인체의 해악과 사회적 재난 상황까지 이어질 수 있다. 우리나라도 이런 중요성에 공감하고 국가적 차원의 논의가 더 많이 이뤄져야 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