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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영 장관 28GHz 전국망 논란에 당당해도 된다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28GHz 전국망 구축은 포기하는 거냐. 3.5GHz와 28GHz를 동시에 할당한 최초 국가라고 대대적으로 자랑하더니 세계 최초 타이틀 따려고 통신사에 강매한 것 아니냐.” (박대출 국민의힘)

5G 주파수로 할당된 28GHz 대역의 전국망 구축을 놓고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통신사들의 28GHz 대역에서의 기지국 구축이 늦어지고 있는데다 일부 정치인들이 최기영 장관의 “당장 전국망 구축은 어렵다”라는 발언을 트집 잡으면서다.

박대출의원(국민의힘) 의원은 2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종합감사에서 "3년간 1만5000대 구축 의무가 있는데 현재 투자는 전무하다"며 "28GHz 대역은 B2B와 핫스팟용으로 쓰겠다는 것인데 전국망은 사실상 포기한 것이냐"고 다그쳤다.

최기영 장관은 “전국망 포기”라는 말에 상당한 부담을 느낀 듯 명확하게 답을 하지 못했다. “당장은 비용이나...”라며 말을 흐렸다. 계속된 포기한 것이냐는 질문에 결국 “네, 뭐...” 라며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

최 장관은 지난 국감에서도 “28GHz 전국망 구축은 통신사가 결정할 문제”라며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28GHz 전국망 구축은 정부가 책임질 문제도 아니고 통신사 역시 전국망 구축을 얘기한 적이 없다. 상당기간 28GHz 대역에서 5G 전국망 구축이 이뤄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 정부나 통신사 그 누구도 28GHz 대역에 전국망 구축을 얘기한 적이 없지만 정치권을 중심으로 28GHz 투자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28GHz 투자의 문제가 아니라 그동안 정부와 통신사를 중심으로 펼쳐진 LTE 대비 최대 20배 빠른 속도 마케팅이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서비스 1년이 지나도록 요금은 비싼데 제대로 5G를 사용할 수 없다는 이용자 불만이 터지면서 28GHz 논란이 불거진 것으로 풀이된다.

28GHz는 밀리미터파 주파수다. 이같은 초고대역 주파수는 초고속, 초저지연, 초고용량의 5G 특성을 잘 구현할 수 있어 진짜 5G라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28GHz의 경우 실험실 속도는 빠르지만 현실에서는 주력망으로 사용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커버리지가 좁은데다 회절율, 건물 침투율 등에서 손실이 많다. 제대로 구현하려면 3.5GHz 주파수 대비 훨씬 더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3.5GH 투자에도 허덕이는 통신사들이 조만간 28GHz 전국망 구축에 나설 가능성은 제로다.

여기에 최근 선보인 애플의 5G 아이폰이 28GHz를 지원한 것도 논란의 단초가 됐다. 한국향 아이폰12는 28GHz를 지원하지 않는다. 국내에 망이 구축되지 않았기 때문에 안테나가 빠졌다. 현재 28GHz 대역에서 서비스를 하는 통신사는 버라이즌(미국) 밖에 없다. 버라이즌에 따르면 최대 다운로드 속도가 4.0Gbps, 최대 업로드 속도가 2.0Gbps에 달한다. 하지만 이 역시 상징적 수치일 뿐이다. 일상생활에서는 원활하게 이용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28GHz 대역의 한계는 최근에 밝혀진 것이 아니다. 이미 국내에서도 주파수를 할당할때 이같은 한계를 인정하고 경매에도 반영을 했다.

과기정통부는 5G 주파수 할당공고를 낼 당시 “28㎓ 대역의 경우 향후 시장 잠재력은 클 것으로 예상되나, 현재로서는 불확실성이 크다”며 “이에 대한 투자 위험을 줄여주기 위해 기간을 5년으로 하면서 최저경쟁가격을 대폭 낮추는 등 혁신적인 공급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힌 바 있다.

상당기간 28GHz 대역을 5G 전국망 주파수로 사용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을 경매전부터 명확히 한 것이다. 그래서 3.5GHz의 할당기간이 10년인 반면 28GHz는 5년으로 정했다. 여기에 장비 구축 의무도 3년 15%만 부여했다. 그 이후로는 구축 의무를 지우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할당대가 역시 마찬가지다. 비록 이용기간이 3.5GHz의 절반이지만 280MHz폭에 불과한 3.5GHz 대역의 최저가격이 2조6544억원인 반면, 2400MHz폭에 달하는 28GHz 대역은 6216억원으로 정해졌다. 치열한 경쟁이 있을리 만무했다. 이동통신3사가 공평하게 2072억원에 800MHz폭을 낙찰받았다. 경매가 아니라 사실상 최저가 분배였던 셈이다.

28GHz 장비와 단말기 생태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데다 당장은 3.5GHz 전국망 구축에 더 힘을 쏟아야 하는 상황이지만 일부 국가의 핫스팟 수준의 구축과 아이폰12의 지원 여부 등으로 28GHz 투자논란이 과대평가되고 있는 것이다. 이미 3.5GHz 전국망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통신사 및 정부 입장에서는 28GHz 생태계가 충분히 무르익은 후에 투자에 나서는 것이 합리적이다.

결국, 최기영 장관 입장에서는 28GHz 대역의 전국망 구축 불가에 대해 죄송스러울 것도 없고 머뭇거릴 필요도 없다. 불필요한 정치권의 지적으로 28GHz 투자를 종용하거나 통신사에 책임을 넘기는 것이야 말로 관련 생태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변재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28GHz 전국망 구축은 당장이 아니라 미래에도 어렵다”며 명확히 선을 그었다. 최 장과 역시 머뭇거릴 것이 아니라 “지금은 3.5GHz에 집중할 때”라고 당당하게 말해야 하는 것이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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