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넷플릭스가 기대이하 성적을 냈다. 예상보다 글로벌 가입자가 적게 늘었다. 대신 한국과 일본이 체면치레를 해줬다. 넷플릭스가 특별히 언급하며 기뻐할 정도다. 국내 넷플릭스 유료가입자는 330만명으로 고공행진 중이다.
일각에선 곱지 않은 시선도 보낸다. 최근 넷플릭스는 조세회피 혐의로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은 데다, 국내 통신사에 망 사용료를 내지 않아 소송까지 치르고 있다. 여러모로 무임승차 논란을 빚은 넷플릭스가 한국 덕을 본 것이 아이러니하다는 지적이다.
20일(현지시각) 넷플릭스는 올해 3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220만명이 순증해 유료가입자 1억9500만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당초 시장에서는 357만명이 순증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이를 밑도는 성적표를 받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 680만명이 순증한 것과 비교해도 크게 주춤한 모습이다.
그나마 아시아·태평양 시장에서의 성과가 컸다. 이번 신규 가입자 가운데 이 지역의 비중은 46%에 달한다. 전년 대비 66% 급증한 규모다. 특히 한국과 일본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넷플릭스는 이날 주주들에게 보내는 서한을 통해 “한국과 일본에서 두 자릿수 점유율을 달성해 기쁘다”고 언급했다.
로이터 등 외신은 넷플릭스가 제작한 ‘킹덤’ ‘인간수업’ ‘보건교사 안은영’ 등 드라마와 걸그룹 블랙핑크의 다큐멘터리와 같은 한국 콘텐츠가 넷플릭스의 최대 성장동력 중 하나라고 지목하기도 했다. 넷플릭스는 아시아 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지난 2015년부터 한국 시장에 약 7억달러(7973억원) 규모를 투자했다.
국내 넷플릭스 유료가입자 수는 336만명으로 추산됐다. 국내 유료가입자 지표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작년 같은 기간(184만명)보다 2배 가까이 증가했고, 국내 업체 중 최대 OTT인 ‘웨이브’ 가입자(3분기 기준 230만명)를 약 30% 앞서고 있다.
◆ 도마 위에 오른 넷플릭스 ‘무임승차’ 논란
넷플릭스가 이번 분기 국내에서 상당한 수익을 벌고 갈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회를 중심으로 한국시장 무임승차 논란이 다시 한번 불거질 전망이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는 오는 23일 국정감사 증인으로 레지널드 숀 톰슨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 대표를 불렀으나 해외 체류 중인 관계로 불출석이 예상된다.
넷플릭스는 K콘텐츠를 무기로 국내외 시장에서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면서도 정작 국내에서 무임승차만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엄청난 트래픽을 유발하면서도 망품질 유지 책임은 외면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국내 인터넷제공사업자(ISP)에 망 이용대가를 전혀 내지 않아 SK브로드밴드와는 소송을 진행 중인 상황이다.
앞서 넷플릭스는 조세회피 혐의로 국세청 세무조사 대상에도 오른 바 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넷플릭스를 비롯해 구글·페이스북·아마존 등 해외 IT업체 134개사가 한 해 동안 납부한 부가세는 2367억원에 불과하다. 네이버 1개사의 법인세(4500억원)보다도 적은 수준이다.
한편, 넷플릭스의 3분기 매출은 64억4000만 달러(약 7조3000억원)로 집계됐다. 전문가 전망치(63억8천만 달러)를 간신히 넘은 수준이다. 주당순이익(EPS)은 1.74달러로 예상치(2.14 달러)를 밑돌았다. 예상보다 저조한 실적이 나오면서 이날 뉴욕증시에서 넷플릭스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최대 6%나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