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OTT는 통신사 부가서비스가 아니라 산업 자체로 봐야 한다. 통신사들이 넷플릭스와 제휴하는 것은 접근 자체가 공정하지 않다.”
8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의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국정감사에서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계 참고인으로 참석한 이태현 웨이브 대표는 “토종 OTT로서 거대 통신사가 해외 사업자(넷플릭스)와 제휴 맺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윤영찬 의원(더불어민주당) 질의에 이 같이 말했다.
이태현 대표는 “통신사 IPTV를 통해 소비자가 넷플릭스에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웨이브나 왓챠 같은 다른 OTT는 앱을 깔아야 한다”고 말하며, “통신사가 IPTV에 글로벌 사업자를 입점시키는 것은 자신들의 시장점유율 때문인데 OTT를 키운다고 하는 것은 모순된다”는 윤 의원의 질의에 “모순되는 상황에 완벽히 동의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KT와 LG유플러스는 넷플릭스와 제휴를 맺고 자사 IPTV 서비스에서 넷플릭스 콘텐츠를 플랫폼인플랫폼(PIP)으로 유통하고 있다. 양사의 IPTV 가입자는 각각 850만명 450만명가량으로, 일각에선 이러한 막대한 가입자 기반이 넷플릭스로 넘어가 궁극적으로 국내 미디어 생태계가 외산 콘텐츠에 잠식될 수 있다는 우려가 빗발쳤다.
이 점을 들어 윤영찬 의원은 이날 국감 증인으로 참석한 KT와 LG유플러스에 “OTT 사업을 한다면서 외국 거대 OTT 사업자와 제휴하는 이유는 무엇이냐”고 질의했다. LG유플러스는 자체 OTT 사업을 별도로 하고 있진 않지만, KT의 경우 신규 OTT ‘시즌’을 출시해 서비스하고 있는 상황이다.
강국현 KT 커스터머부문장은 “외국계(넷플릭스)를 이용해 고객 선택권을 넓히고 자체 서비스(시즌)도 강화하는 2가지를 다 할 생각”이라며 “고객 입장에서 한 OTT만 선택하지 않고 보통 2~3개씩 가입하기 때문에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은 “상대적으로 가입자 베이스가 적어 자체 콘텐츠를 거대하게 투자해가며 OTT를 키워가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며 “(넷플릭스와) 제휴 관계를 통해 경쟁력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유영상 SK텔레콤 MNO 사업대표는 “해외 플랫폼과의 제휴는 우리가 충분히 대등한 힘을 가질 수 있을 때 해야 한다는 게 저희 원칙”이라며 “그래서 웨이브에 투자해 K-OTT를 키우고자 노력하는 것이고, 충분히 성장한 시점에 외국 OTT와 제휴 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태현 웨이브 대표는 정부에도 최소규제와 진흥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콘텐츠는 개별 기업 하나가 잘 된다고 좋아지는 것이 아니고 산업 자체가 커져야 부가가치와 고용창출이 이뤄질 수 있다”면서 “글로벌로도 갈 수 있는 몇 안 되는 아이템이기 때문에 해외 진출과 국내규제 완화, 콘텐츠 제작 펀딩을 지원하는 정책방향이 됐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또한 “일각에서 OTT도 규제의 틀에 들어와야 하지 않냐고 하는데 그렇게 하면 해외 업체들만 빠져나가 오히려 국내 사업자가 다칠 위험이 있다”면서 “앞서 제시한 진흥정책이 선행되고 경쟁력을 키운 다음 국내외 사업자끼리 공정한 경쟁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토종 OTT 통합론에 대한 생각도 넌지시 밝혔다. 이태현 대표는 “웨이브와 시즌의 차별점 중 하나는 JTBC 콘텐츠가 있냐 없냐인 것 같다. 같이 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이냐”는 허은아 의원의 질의에 “아직은 사업자끼리 경쟁관계다”라면서도, “경쟁관계가 중요하냐, 국내 OTT를 키우는 게 중요하냐”는 허 의원 질문에는 “후자”라고 단호하게 답했다.
이날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은 국내 OTT 진흥과 관련해 “OTT만으로 해결될 문제 아니고 기존 콘텐츠를 생산해온 레거시 미디어와 선순환구조 만드는 게 필요하다”면서 “국내 OTT간 제휴와 협력을 통해 정부가 해외진출을 적극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부 차원에서 협의체를 꾸려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