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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2020] “디지털성범죄물, 허무하게 뚫렸다”…여야 한목소리 ‘질타’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올해 들어 ‘n번방’ 사건 등 디지털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커진 가운데 정부 대응은 여전히 미봉책에 그치고 있다는 국회 지적이 나왔다. 특히 여야를 막론하고 여성 국회의원들은 디지털성범죄에 대한 근본대책 강화를 한목소리로 촉구했다.

8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의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및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 국정감사에서 전혜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정부의 디지털성범죄물 유통차단이 허술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전혜숙 의원은 “폰허브와 같은 해외 불법영상물 사이트에 대한 접속차단 조치가 우회 프로그램 하나면 허무하게 뚫린다”면서 “폰허브 인기검색어를 보면 한글로 ‘텔레그램 박사방’이 나오는데 한국인이 많이 이용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질의했다.

이에 강상현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은 “자체 인력으로 모니터링하고 나름대로 시정요구를 하고 있으나 지나치게 방대한 양으로 단속에 한계가 있다”면서 “외국에선 AI 기술을 동원해 차단 조치를 취하는데 우리도 신기술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관계부처와 논의하고 있으며 국회에서도 적극적인 협의가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허은아 의원(국민의힘) 역시 정부의 미흡한 디지털성범죄 대응을 꼬집었다. 허 의원은 “디지털성범죄물 피해자들은 범죄자 색출 만큼이나 범죄물을 신속히 삭제하길 희망하는데, 사법당국 이상으로 역할이 필요한 방통위와 방심위는 총선 직전에 디지털성범죄대책TF를 만든 이후 총선이 끝나자 입을 다물었다”고 비판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은 “총선과 관련은 없다”고 선을 그었으나 지난 6월 전기통신사업법과 정보통신망법 개정으로 디지털성범죄물 유통 방지를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된 이후 정부의 시행령 개정 작업은 아직 진행 중인 단계다.

특히 해외 서버를 둔 불법매체·사이트의 경우 국내법에 적용받지 않아 행정력이 미치지 않는 점도 지적됐다. 허 의원이 “이럴수록 해외사업자의 자율규제를 위한 협력이 필요함에도 관련 예산이 연간 8000만원에 불과하다”고 질의하자 강상현 방심위원장 또한 “안타깝다”는 뜻을 밝혔다.

황보승희 의원(국민의힘)은 아동·청소년의 성매매 창구로 떠오른 랜덤채팅 앱에 대한 보호조치를 촉구했다. 황보 의원은 “본 의원실 직원이 직접 랜덤채팅 앱에 접속해봤더니 실명인증 절차 하나 없이, 가입하자마자 조건만남이나 성매매가 이뤄질 개연성이 있는 문자들이 오갔다”면서 “실명인증을 하지 않는다는 건 성매매 거래현장에 아동·청소년이 참여할 수 있도록 사실상 허용하고 방치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강상현 방심위원장은 “새롭게 등장하는 현상으로, 특히 아동·청소년 성매매를 조장할 우려가 있어 다각도 검토 중”이라며 “실명인증 부분은 아마 담당 관계기관이 있을 테니 확인해서 적극 조치하겠다”고 답했다. 황보승희 의원은 “그루밍성범죄의 유통 통로가 되는 채팅 앱에 대해 최소한 아동·청소년이라도 보호할 수 있는 확실한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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