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넷플릭스‧페북, 통신사별 서비스 품질차이 방치하면 ‘제재’ -“넷플릭스법, 국내CP 역차별 아닌 이용환경 차별 없애는 것” -망 사용료 직접적 근거 아냐…CP도 서비스 안정에 책임 부여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이제 넷플릭스‧유튜브 가입자 중 특정 통신사 이용자만 화질 및 속도 저하를 겪는 일은 줄어들 전망이다. 정부가 이용환경 차별을 없애고 안정적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해외사업자들은 서비스 품질 논란에 대해 국내 통신사에게만 책임을 미룰 수 없게 됐다.
9일 입법예고하는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이용자가 이용환경에 관계없이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받도록 부가통신사업자는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여기서 이용환경은 단말과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ISP) 등을 뜻한다. 이에 해당하는 콘텐츠제공사업자(CP)는 구글, 넷플릭스, 페이스북, 네이버, 카카오다. 특정 통신사 가입자만 차별해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품질을 다르게 제공할 수 없다.
올해 초 넷플릭스가 ‘킹덤2’를 방영하자, SK브로드밴드 일부 사용자는 속도가 느려서 제대로 시청할 수 없다는 불만을 제기한 바 있다. 직접적 원인은 어로작업으로 해저케이블이 단선된 데 있다. 그러나, 양사가 원만한 협의를 통해 트래픽을 우회할 수 있는 경로를 충분히 확보했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SK브로드밴드는 폭증하는 트래픽에 대응하기 위해 연초 대비 5~6배 통신망을 증설한 상태다. SK브로드밴드는 일방적인 부담이라며 넷플릭스에 망 사용료 협상을 요구했지만, 계속 거절당했다. 현재 양사는 소송 중이다. 페이스북의 경우, 현재 망 사용료를 통신사에 지급하고 있지만 과거 2016년 협상 과정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접속경로를 임의로 우회해 이용자 피해를 야기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각사 이해관계를 뒤로 하고, 일단 이용자만 살펴보자. SK브로드밴드, KT, LG유플러스 가입자는 통신사 관계없이 넷플릭스 등과 직접적인 계약관계를 맺고 이용료를 지불한다. 통신사에 따른 이용료 차등도 없다. 그런데 일부 통신사 이용자만 제값을 주고도 불편을 느낀다면, 이는 개선돼야 한다.
이와 관련 정부는 글로벌CP라도 이용자에게 임의로 품질 차별을 둘 수 없다는 입장이다. 만약, 시행령이 실시된 후 넷플릭스‧유튜브 등이 통신사 요청에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특정 이용자만 품질 저하를 겪는다면 이는 제재 대상에 해당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남철 과기정통부 통신경쟁정책과장은 “이용자 보호를 위한 안정적 서비스 제공이 목적이며, 이를 위한 최소한의 규정”이라며 “국내외 사업자를 구분하지 않았다. 이미 네이버‧카카오와 같은 국내CP는 서비스 안정 조치를 취하고 있어, 추가 의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CP 역차별이 아닌 이용환경 차별을 없애자는 의미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CP는 이러한 시행령 내용이 통신사와의 망 사용료 계약을 강제하는 것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망 사용료 계약은 사업자 간 사적계약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정부가 관여할 수 없다. 시행령에서도 망 사용료 계약을 명시하지 않고 있어, 협상에서 직접적 근거로 사용되기 어렵다.
구글과 넷플릭스 등은 통신사와 망 사용료 계약을 맺지 않고 캐시서버, 데이터센터,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및 클라우드 인프라를 활용하는 방식을 택해도 법상 문제 소지는 없다.
김 과장은 “반드시 ISP와 계약을 맺지 않아도, CDN‧클라우드‧자체 네트워크를 통해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면 된다”며 “당초 부당한 차별이 이뤄지지 않아야 한다는 조항을 넣었는데, 네이버‧카카오 쪽에서 통신3사와 계약을 강제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는 의견을 전달해 이를 제외시켰다”고 부연했다.
통신업계도 이번 시행령을 통해 글로벌CP에게 적정한 망 사용료를 걷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목소리는 크지 않다. 다만, CP에게도 망 품질에 대한 책임을 부여한 만큼 해외망 증설 및 유지비용 협상, 분쟁시 법적 근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망 사용료 조항은 없기 때문에 시행령이 실시된다고 해서 글로벌CP가 망 사용료 요구를 바로 수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트래픽 폭증 때 증설 협의를 해야 하는데, 망 품질 책임 부분이 포함돼 있다. 이에 해외망, 국내망 등 인프라 증설 비용에 대해 CP에게 책임을 요구하면서 투자비용을 공유하는 접근을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용자 피해가 발생했을 때 책임 소지를 따질 수 있는 법적근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